새해를 맞아 유수의 박물관들이 준비한 패션 전시 소식이 들려온다. 패션의 현재적 위상의 가늠자가 되어줄 전시를 추렸다.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자연으로부터 온 패션 (Fashioned from Nature)>
2년 전, 메트 갈라에서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만든 캘빈 클라인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 엠마 왓슨을 기억하는지? 런던의 대형 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는 <자연으로부터 온 패션(Fashioned from Nature)> 전시를 통해 자연으로부터 패션이 받은 수혜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드레스는 물론 무슈 디올과 드리스 반 노튼이 동식물의 아름다움에서 얼마나 많은 영감을 받았는지, 또 과도한 생산으로 환경에 미친 악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 패션과 자연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피는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될 예정. 전시는 4월 21일부터다.
런던 더 디자인 박물관
<아제딘 알라이아: 더 쿠튀리에 (Azzedine Alaïa: The Couturier)>
지난 11월 18일, 튀니지 출신 천재 쿠튀리에 아제딘 알라이아의 작고 소식은 패션계를 침통한 기운에 잠기게 했다. 패션계 모두가 사랑한 그의 죽음을 되새기는 대신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회고하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5월 열릴 이 전시에는 알라이아가 살아생전에 직접 큐레이팅한 쿠튀르 60점과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피스가 공개될 예정이다. 혁신적인 소재와 모던한 테크닉에 몰두하며 35년이라는 긴 세월을 쿠튀리에로서 열정을 쏟은 그가 작은 거인으로 불린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뉴욕 FIT
<핑크(PINK: The History of a Punk, Pretty, Powerful Color)>
오늘날 핑크는 작은 소녀, 발레리나, 바비 인형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성을 대변한다. 정작 그걸 원치 않는 여성도 많은데 말이다. 순수, 달콤함, 로맨틱이란 말과 롤리타, 유치함, 천박함을 동시에 뜻하는 역사상 가장 모순되고 분열을 부르는 컬러 ‘핑크’. 뉴욕 패션기술대학교(FIT)는 9월 7일부터 2019년 1월 5일까지, 이 매력적이고 복합적이며, 다층적인 컬러 핑크를 깊이 탐구한 전시를 선보인다. 당신은 이 전시에서 핑크가 21세기에 전형적인 상징성을 갖게 되기까지 18세기부터 아주 다채로운 의미 변화를 거쳐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파리 의상박물관
<마르지엘라/갈리에라 (Margiela/Galliera)>
파리 의상박물관이 지난해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에 이어 다음 헌정 전시의 주인공으로 선정한 이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로 꼽히는 마틴 마르지엘라다. 1988년 얼굴 없는 디자이너로 시작해 미니멀리즘 사조에 남긴 영향은 후대 디자이너에게도 두고두고 영감을 주며 그를 더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만들었다. 지난해 8월까지 앤트워프 모무 뮤지엄에서 열린 전시에선 그가 에르메스의 디자이너로 보낸 시절을 다뤘다면, 올 3월에 열리는 이 전시는 레이블의 시그너처 피스와 아카이브, 희귀한 인터뷰 등 역사상 가장 비밀스러운 하우스로 더 깊숙이 들어가 그 내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천체: 패션 그리고 종교 예술 (Heavenly Bodies: Fashion and the Catholic Imagination)>
종교는 예나 지금이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기독교적 이미지와 상징은 컬렉션에 신성한 기운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관객을 매료시켜왔다. 비잔틴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샤넬과 돌체&가바나의 드레스, 추기경의 망토를 재해석한 발렌티노와 발렌시아가의 것을 떠올려보라. 우리가 그 아름다움에 얼마나 찬탄했는지. 전시는 기독교와 강력한 연결 고리를 가진 보석, 액세서리, 의상을 소개하고, 18세기부터 현재까지 사용된 교황의 물건도 전시한다. 기간은 5월 10일부터 10월 8일까지. 올해 꼭 봐야 하는 중요한 전시가 분명하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사진
- GETTY IMAGES/IMAZINES, COURTESY OF FIT, MET, VICTORIA AND ALBERT MUSEUM, FRANÇOISE COCHENNEC / GALLIERA / ROGER-VIOL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