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라이트, 안티폴루션에 이어 올해 스킨케어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2018년에 놓쳐서는 안 될 스킨케어 트렌드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뷰티의 4차 산업혁명
작년 전 세계를 강타한 메가 이슈 중 하나인 4차 산업혁명이 뷰티업계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의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하거나 3D 프린팅이나 생명공학과 같은 여러 분야의 신기술과 결합해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물을 지능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뷰티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기술은 인공지능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이다. 에스티 로더 컨슈머 마케팅팀 김은영 대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제품 정보를 얻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온라인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메이크업 가상현실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꼭 어울리는 제품을 찾을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얼마 전 열린 에스티 로더 ‘퓨어 컬러 엔비 페인트-온 리퀴드 립 컬러’ 행사에서도 아이패드에 설치된 유캠 메이크업 앱을 통해 모든 컬러를 입술에 가상으로 대입해볼 수 있도록 꾸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의 뷰티 편집숍인 네이처 컬렉션에서는 ‘오늘 나의 메이크업’ 앱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면 인공지능 기술이 그날의 화장을 분석해 완성도를 점수화하고, 보완해야 할 점과 제품 추천까지 해준다. 말 그대로 나를 위한 퍼스널 메이크업 쇼퍼인 셈. 사물인터넷 기술 또한 존재감이 커지는 추세다. 시세이도에서 올봄부터 테스트에 들어가 이른 시일 내에 상 용화에 들어갈 거라는 옵튠(Optune) 시스템은 소비자가 앱을 활용해 사진을 찍으면, 앱이 피부 상태와 기온, 습도, 월경 주기까지 고려해 피부 상태를 진단해준다. 그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옵튠 제로(Optune Zero)라는 기계에 넘어가고, 그 기계가 맞춤형 스킨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로레알에 속한 라로슈포제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피부 상태에 따른 제품을 추천해주는 ‘My Uv Patch’를 판매하고 있다. 앱에 피부 색과 머리카락 색, 눈 색깔, 피부 타입,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기재하고 패치를 붙인 뒤 앱으로 패치 사진을 촬영하면 현재 자외선의 세기를 측정해 그에 맞는 자외선 차단제를 추천해주는 제품이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아이오페는 사물인터넷과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현장에서 개인의 피부 고민과 얼굴형에 딱 맞는 마스크 팩과 세럼을 제조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올해는 또 어떤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된 신통한 시스템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오직 나만을 위한 화장품
그저 피부 고민 2가지를 선택해 베이스가 되는 화장품에 섞어 쓰는 커스터마이징의 개념을 넘어 맞춤 제작 형식의 커스터마이징 화장품의 수요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WWD 수석 에디터 제니 파인은 ‘빅데이터와 DNA 분석을 통해 초개인화된(hyper-personalized) 화장품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거예요’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뷰티업계의 4차 산업혁명과도 궤를 같이한다. 첨단 시스템으로 피부를 분석한 뒤 자신에게 꼭 맞는 화장품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시선을 돌려 국내 DNA 화장품을 살펴보자.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인 제니끄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맞춤 화장품을 제공한다. 제품을 구매하면 라이프스타일 질문지와 유전자 분석 키트를 보내주는데, 그것으로 구강 상피세포를 추출해 연구소로 보내면 2~4주 후 검사 리포트와 함께 맞춤 세럼을 받는 형태다. 피부 탄력 유전자(MMP1)와 색소 침착 유전자(OCA2, MA1R), 피부 노화 유전자(AGER) 등을 분석한 결과에 피부 타입과 라이프스타일을 종합해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조금 더 나아가볼까? 작년 여름 미국 오리건 헬스 앤 사이언스 대학교의 과학자들이 인간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제거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크리스퍼 (Crispr)라는 유전자 편집 도구를 활용해 심장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잘라내고 회복 효소를 삽입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DNA에서 노화와 관련된 돌연변이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노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해주는 프로그램처럼, 유전자 편집을 통해 보다 근원적인 노화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다. 커스터마이징에 의학 개념을 적용한 브랜드도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 중인 예측의학(Predictive Medicine)의 개념을 가져온 디올이 바로 그 주인공. 디올은 1월 신제품으로 자사 연구소가 보유한 연령대별 노화 징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앞으로 나타날 징후를 예측해 지금의 건강한 피부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크림과 세럼을 출시했다. 복구보다 예방으로 향하고 있는 여자들의 시선을 잘 캐치한 제품이랄까. 항산화 효과의 크림에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춰 세럼을 믹스 매치하는 방법으로 재미까지 더했다.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는 메이크업도 예외는 아니다. 재작년 11월에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 시애틀점과 델아모점의 랑콤 매장에서는 피부톤을 측정하고 원하는 제형을 선택하면 피부색에 꼭 맞는 파운데이션을 제작해주는 맞춤형 파운데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만큼 세분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니스프리는 올해 2월에 50개의 파운데이션으로 구성된 ‘마이 파운데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매트와 세미매트, 글로우의 3단계로 구성된 보습 레벨과 5단계로 나뉜 커버 레벨, 쿨톤과 웜톤 그리고 피부 톤에 따라 5가지로 구성된 셰이드 레벨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수준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파운데이션 중에서는 개인별 커스터마이징에 가장 가까운 제품이 아닐까 싶다.
웰컴 투 디바이스
시장 조사 기관 퍼시스턴트 마켓에 따르면 2014년 22조원이었던 세계 홈 뷰티 기기 시장 규모가 2020년에 60조원을 넘어설 거라고 한다. 2020년이 너무 먼 미래라면 지금의 규모를 살펴볼까? 작년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5000억원대 수준이었다. 일본의 야만과 국내 LG전자 등 새롭게 진출한 기업도 늘어나며, 올해에는 더 큰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의 판이 커짐에 따라 제품의 성능 또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LG ‘프라엘 더마 LED 마스크’는 RED LED와 IR LED라는 두 가지 LED 광원이 피부의 각기 다른 층에 침투해 시너지 효과를 꾀한다. 뉴트로지나 ‘파인 페어니스 마스크’는 적색 광선이 피부 순환을 활성화하고 적외선이 피부 탄력 인자를 강화해 피부 톤과 결을 동시에 가꿔주는 제품. 조금 더 진화한 형태의 뷰티락 ‘BTR 1004’는 온열치료요법(Thermo Therapy)과 광역동 치료요법(Photo Dynamic Therapy)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PDTT(Photo Dynamic Thermo Therapy) 기기다. 파장이 각기 다른 LED와 원적외선이 서로 다른 피부 고민을 해결해주는 똑똑한 제품이다. 420nm의 파장의 블루 LED는 피부 표면에 작용해 피지 분비를 억제해준다면 파장이 가장 긴 원적외선은 진피층보다 더 깊은 혈관과 지방세포에 열에너지를 전달해 지방세포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해주는 원리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라쿠텐에서 미용기기 부문 1위에 오르며 국내에도 작년 10월에 론칭한 야만 ‘RF 보떼 포토플러스’는 고주파와 LED, 이온, 클렌징, 쿨링 기능까지 다채로운 기능을 탑재했다. 얼굴뿐 아니라 목과 어깨까지 관리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 디바이스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만큼, 더욱 진화한 제품이 꾸준히 출시될 예정이다.
- 뷰티 에디터
- 김선영
- 포토그래퍼
- 안주영(모델), 박종원(제품)
- 모델
- 최아라
- 헤어
- 한지선
- 메이크업
- 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