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두 얼굴

이채민

10년 차 프로듀서이자 1년 차 가수, ‘에덴(Eden, 이든이라고 발음한다)’은 프로듀서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든이 입은 일러스트 니트와 안에 입은 프린트 셔츠, 트레이닝 팬츠, 스터드 벨트는 모두 프라다 제품.

이든이 입은 일러스트 니트와 안에 입은 프린트 셔츠, 트레이닝 팬츠, 스터드 벨트는 모두 프라다 제품.

<Wkorea>프로듀서로 활동하다 싱어를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이든 스물아홉 살 때였나? 당시 음악뿐 아니라 삶 전반에 위기가 찾아왔다. 정체성이 흔들렸고, 모든 것에 무력했다. 매너리즘 그런 건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회사에서 제안했고, 도전하게 됐다.

원초적인 질문인데, 이름 ‘Eden’은 무슨 의미인가. 에덴동산의 에덴인가?
성격상 거추장스러운 걸 안 좋아한다. 음악 할 때도 과한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미니멀리스트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래서 에덴동산을 떠올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본연의 모습이 연상돼서 이든(에덴)이라고 지었다.

대중에겐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프로듀서로 꽤 많은 작업을 해왔다.
최근엔 비투비의 ‘그리워하다’와 ‘기도’ 등이 있고, 임슬옹과 빈지노가 부른 ‘너야’라는 곡이 있다. 또 많이 알려진 곡으로는 여자친구의 ‘네버랜드’라는 곡도 있다. 유재하 30주년 앨범에도 프로듀서와 싱어로 참여했다.

프로듀서로서는 아이돌 음악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본인 의 음악은 또 그렇지가 않다. 언더적인 느낌이 강하던데.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순환’이다. 프로듀서로서와 가수로서, 한쪽에서 막히고 스트레스받은 것을 다른 한쪽에서 해소하는 식이다. 음악 안에서 순환시키는 게 효율적이더라. 음악 작업에 있어서는 최대한 필터를 없앤다. 온전히 나만 생각하고, 내 모습만 보면서 그려간다. 내가 지금 느끼는 바이브가 그대로 드러나는 거다. 그 외에 내가 상상만 했던 것을 아이돌에게 입히곤 한다.

그래도 보통 베이스가 되는 장르가 있지 않나?
어번 뮤직 장르가 많지만, 굳이 거기에 갇히려고 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걸 좀 위험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 미니 앨범을 들어보면 ‘얘 뭐 하는 애지?’ 싶을 수도 있다. 어떤 바운더리에 갇히는 것이 싫다. 나름 오래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 어떤 장르를 해도 남한테 부끄럽지 않은 작업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색종이가 많은데, 거기에 맞는 색의 색종이를 쓸 수 있다고 하면 다 사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굳이 한 가지 색종이로만 작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이라는 게, 지문 같은 게 있어서 어떤 장르를 해도 결국 내 지문이 묻는다.

이상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스탠드 업(Stand Up)’은 빈지노가 노래하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하다. ‘스탠드 업’ 트랙을 만들어놓고 여기에 빈지노가 랩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많이 했다.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내 보컬에서도 그런 느낌이 많이 묻은 것 같다.

곧 첫 번째 미니 앨범이 나온다.
타이틀이 <류천>, ‘흐를 류’에 ‘내 천’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결국 순환이다. 가사들을 쭉 들어보면 사랑에 대한 감정이 크다. 내가 사랑할 때의 패턴을 그대로 드러냈다. 내가 딱 이 앨범처럼 사랑을 한다. 처음에 연민으로 사랑에 빠져서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시니컬해졌다가, 받아들였다가 다시 연민으로 사랑에 빠지는, 이런 내 사랑의 패턴을 앨범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연민, 사랑의 시작, 이별, 극복 이런 것들이 담겨 있다. 요즘 사랑에 관심이 많다.

왜 사랑에 관심이 많지?
사랑하고 싶어서. 내가 정상적인 연애를 잘 못해봤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연인들이 하는 일을 안 하는 것 같다. 난 데이트를 안 한다.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거리를 걷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아까 연민으로 사랑에 빠진다고 하지 않았나, 특이한 것이 눈이 불안한 사람에게 끌린다. 내가 슈퍼맨 콤플렉스가 있는 건지.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고쳐진다. 내겐 제일 어려운 것이 사랑이다.(웃음)

사랑을 토대로 만든 앨범이라고 했는데, 경험담인가, 아니면 꿈꾸는 사랑인가?
내가 지금까지 겪은 일과 이슈를 그대로 담았다. 이번 앨범의 음악적 영감은 모두 내가 겪은 일에서 시작됐다. 어떤 곡에선 예전 여자친구에게 했던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안 해보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내가 원래 메탈 키드인데, 하드한 메탈을 안 해봤다. 록 베이스의 음악은 해봤지만, 정말 하드한 건 아직 도전해보지 못했다.

메탈 키드라니, 이건 또 반전이다. 좋아하는 밴드는?
콜드플레이에 환장한다. 2003년 발매한 를 듣고 음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인지 내 음악을 들어보면 브리티시 팝 코드가 많이 나타난다.

2018년 첫 인터뷰다. 올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선 1월에 미니 앨범이 나오고, 가을쯤 정규 앨범도 낼 생각이다. 그 사이 싱글도 2장 더 낼 예정이고. 최근 프로듀싱했던 곡들이 잘 돼서 일이 좀 많아졌다. 그래도 프로듀서보다는 ‘가수’라는 직업에 더 집중하려 한다. 매달 한 곡씩은 준비해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아까 이야기했던 베이빌론과 아주 특별한 해외 뮤지션과의 작업도 기대해달라.

패션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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