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쿠튀르보다 운동화가 대접받는 시대다.
주요 패션 도시에 출장을 가게 되면 반드시 찾아가는 곳들이 있다. 지난 파리 패션위크 때 가장 먼저 들렀던 곳은 콜레트, 메르시, 레끌레르 등 3대 멀티숍. 그런데 이곳에서 뭔가가 이상하다는 촉이 왔다. 한때 세계 패션 트렌드를 좌우하는 멋쟁이들의 본거지였던 이곳이 관광객에게 점령당했다는 것. 그렇다면 진짜 멋쟁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답은 좀 더 작은 규모의 ‘나만 아는 숍’.
파리의 브로큰 암(Broken Arm), LA와 뉴욕의 크리처스 옵 컴포트(Creatures of Comport), 소호의 리포메이션(Reformation)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개성을 지닌 이 숍들이 패션 트렌드의 ‘바로미터’로 각광받게 된 공통적인 원인이 있었으니, 바로 ‘운동화’의 덕을 보았다는 것. 발표되기만 하면 삽시간에 거의 증발 수준으로 다 팔리고 마는 운동화를 잘 골라서 선보이는 것으로 세계 힙스터들의 지지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한 탓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 룩보다도 운동화가 먼저 관심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데는 우선 리애나, 에이셉 라키, 카니에 웨스트, 켄드릭 라마, 카라 델레바인, 지드래곤 등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을 믹스하는 데 도가 텄으며, 운동화 수집광으로 알려진 스타일 아이콘들의 덕이 컸고,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의 SNS의 한정판 슈즈 자랑이 한창이며, 일부러 평범한 아이템을 자신의 방식으로 입는 ‘놈코어(Normcore)’ 트렌드와도 맥을 같이한다.
운동화 상위시대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것은 역시 2대 공룡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 나이키는 에어 시리즈와 코르테즈 등 클래식 빈티지 모델은 물론, 리카르도 티시, 언더커버 등 디자이너와의 협업 시리즈 등 하이패션과 맞닿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라프 시몬스 협업 라인과 퍼렐 윌리엄스가 신어 유명해진 스탠스미스로 트렌디한 느낌을 강조하는 분위기.
클래식한 스테디셀러 운동화가 주목받는 트렌드로 인해 포니, 아식스, 패트릭 유잉, 리복 같은 80~90년대에 전성기를 맞은 브랜드도 다시 발굴되었고, 디 에디터(The Editor), 볼타(Volta), 비즈빔(Visvim) 같은 마니아 위주의 브랜드도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무이, 10 꼬르소 꼬모, 분더숍&컴퍼니, 쿤위드어뷰 등 한국의 대표 멀티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사이즈별 수입 수량이 워낙 적어서 들어오는 즉시 팔려 나간다고 한다. 때문에 소문 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으니 발매소식을 미리 다뤄주는 하이퍼비스트(Hyperbeast), V 파일즈(Vfiles) 등의 웹사이트를 수시로 들를 것.
- 에디터
- 패션 디렉터 / 최유경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스탭
- 어시스턴트 / 임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