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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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더운 계절을 함께한 아이템이 지겨워질 즈음이면 더블유 편집부 기자들의 쇼핑 리스트도 하나둘 늘어만 간다

뷰티 에디터 금다미 – 딥티크 부티크 익스클루시브 34번가 컬렉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틀이 예쁜 향수는 애정이 더 생긴다. 다 쓰면 가을꽃 한 송이를 꽂아둘 수도 있으니까. 이 컬렉션의 향수 ‘오 마쥬’와 ‘오포네’, ‘벤조앙 보엠므’는 향은 둘째치고라도 ‘저건 사야 해’가 절로 외쳐질 만큼 외형이 아름답다. 불규칙한 균열이 있는 보틀과 공작석 조각으로 만든 예술적인 마개까지. 어느 한 구석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어 얼른 방에 놓아두고 싶다. 향은 그다음에 음미해도 충분할 것 같다.

피처 디렉터 황선우 – V & A 가드닝 세트
뮤지엄 숍이라는 데가 워낙 사람 정신 홀려놓고 지갑 털어가는 물건들로 가득하지만 2015 F/W 돌체&가바나의 붉은 장미 패턴을 닮은 빅토리아&앨버트의 이 가드닝 세트는 저항할 수가 없다. 동물이고 식물이고 다 축 늘어지게 만들던 무더위도 지나갔으니 뭐라도 심고 키워볼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생긴다. 우선 샐러드에도 국수에도 샌드위치에도 넣어 먹으려고 고수 씨를 주문해놓았다. 꽃보다 먹방!

뷰티 디렉터 송시은 – 머치슨 흄의 홈케어 제품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주변 정리다. 제아무리 햇볕에 바싹 말려도 왠지 꿉꿉한 듯한 침구를 산뜻하게 하고, 욕실과 거울도 반짝반짝 광이 나게 닦아준다. 이 과정을 한결 즐겁게 만들어주는 건 눈썹이 절로 찌푸려지는
락스나 페브리즈가 아니라 잘 만든 홈케어 제품이다. 그래서 머치슨 흄에 눈길이 간다. 호주 태생의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홈케어 제품은 염색제나 석유화학 첨가제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아 알러지 반응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나에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심플한 프린트의 패키지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패션 에디터 김신 – 까르띠에 탱크 아메리칸 워치
시계나 팔찌, 반지,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나서면 신경이 온통 액세서리와 살이 닿는 부분에 집중되어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죄다 빼버린다. 여자로 태어나 아름다운 주얼리를 향유하지 못하는 건 좀 불행한 일이지만, 바람이 솔솔 불고 마음도 선선해지면 좀 나아지려나? 가을이니까, 큰맘 먹고 갈색 시계를 하나 살까 싶다. 클래식하고 날렵한 것으로.

패션 에디터 박연경 – 구찌의 빈티지 드레스
지난 2월, 구찌의 새 수장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던진 ‘쿨 너드’라는 패션의 한 수는 패션 신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올가을, 그의 손길이 닿은 컬렉션이 공개된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새틴 블라우스도, 사랑스러운 베레모에도 눈길이 가지만 그중 가장 나의 마음에 불을 지핀 건 바로 빈티지 드레스. 마치 런던의 플리마켓을 거닐다가 발견할 법한 레트로 패턴에 가을의 노스탤지어가 묻어나는 색감은 어찌나 고운지. 이참에 가을 여자, 아니 소녀로 거듭나고 싶은 건 과한 욕심은 아니겠지.

패션 에디터 이예진 – 미우미우 메리제인 슈즈
매 시즌 사야겠다고 벼르면서 아직도 손에 넣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메리제인 슈즈다. 검은색 페이턴트 가죽으로 된 생로랑의 것도 여전히 마음 설레지만, 미우미우 프리폴 컬렉션에 등장한 이 디자인은 상반된 매력에 마음을 빼앗겼다. 두꺼운 굽과 반짝이는 글리터를 보면 소녀 같다가도 멋진 뱀무늬에서는 성숙한 여인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패션 에디터 정진아 – 비타 킨(Vita Kin) 드레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입을 법한 사랑스러운 페전트 룩과 러시아의 전통 그릇 그젤(Gzhel)에 담긴 예쁜 문양이 연상되는 이 드레스는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아이템. 우크라이나 디자이너 비타 킨이 자국의 전통 자수 비쉬반카 방식으로 만드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옷으로 한땀 한땀 공들인 아름답고 섬세한 자수와 풍성한 실루엣이 특징. 컬러풀한 태슬이나 폼폼 장식 같은 이국적인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모던한 디자인의 코스튬 주얼리와도 멋지게 어울린다. 21세기의 쿨한 노마드를 위한 완벽한 아이템!

패션 에디터 이경은 – YMC 스웨터
입추가 지났다. 벗어날 수 없는 직업병 덕에, 가을옷 쇼핑 욕구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당장 탐나는 건 얼마 전 YMC 2015 F/W 룩북에서 본 커다란 니트 스웨터. 모델은 다양한 색이 섞인 이 스웨터를 90년대 식으로 얇은 흰 티셔츠와 겹쳐 입었는데, 그 스타일링까지 참 마음에 든다. 이 스웨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곳은 편집숍 플랫폼 플레이스. 선선한 가을 오후, 이런 커다란 니트 스웨터를 입고 한없이 소파에 늘어져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가벼운 책 한 권이 더해진다면 완벽하다.

피처 에디터 정준화 – <브루스 스프링스틴 & E 스트리트밴드 1975> 사진집
슈퍼스타로 발돋움하기 직전의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75년의 <Born to Run> 투어에 동행한 바바라 파일이 프로 사진가와 사생팬의 경계를 넘나들며 집요하게 담아낸 결과물이 40년 만에 출간될 예정이다. 얼마 전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보여준 레니 크래비츠도 만만치 않은 후보이긴 하지만, 가장 섹시한 로커를 딱 한 명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결국 이 사람의 이름을 댈 수밖에 없다.

피처 에디터 이채린 – 서울국제도서전
많은 사람들에게는 벌써 잊혀졌겠지만 고작 몇 달 전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한 메르스 때문에 취소된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언제 들어도 식상한 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독서’이기에 올해는 가을에 열리는 이 행사가 더 반갑게 느껴진다.

에디터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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