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핫 트렌드는 바로 건강한 패션! 오늘날 패션에 요구되는 것은 한땀 한땀 장인 정신으로 일군 환상만이 아니다. 패션은 무릇 샐러드처럼 신선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욕망이 더해져 당신의 심장박동을 더욱 빠르고 힘차게 만들어주고 있으니까.
지난 4월 29일, 가로수길 띠어리 플래그십에 들렀다. 바로 띠어리의 액티브웨어 컬렉션인 ‘Theory+’의 오픈을 알리는 프레스 프리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LA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 매장인 이곳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건강하고 액티브한 라이프스타일’을 지 향하는 공간. 매장에는 방수 기능은 물론 레이저 컷으로 통기성을 극대화한 형광색 브라톱과 카무플라주 패턴의 레깅스, 투명한 우윳 빛 방수 점퍼와 트랙 팬츠 등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벽면에는 띠어리 플러스의 슬로건이라는 ‘Faster, Stronger, Smarter’가 강렬하 게 각인되어 있었고. 순간 띠어리의 이 전략이야말로 요즘 패션계가 혈안이 되어 있는 스포티즘 및 스트리트 패션의 방향과 일치하는 명민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패션위크에선 디자이너마다 플랫 슈즈, 나아가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것이 가장 트렌디한 스타일링 공식임을 하나같이 외치지 않았나. 심지어 트랙 팬츠도 우아한 실루엣을 더해 런웨이에 등장했을 정도.
한편 스포츠 브랜드들이 트렌드에 대처하는 자세는? 올해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은 한층 더 기능적인 테크놀로지는 물론, 셀레브리티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패셔너블한 디자인까지 탑재한 제품을 쏟아냈다. 이런 시점에서 정제된 미니멀리즘으로 승부하던 띠어리 역시 2013년에 론칭한 스포티 라인인 ‘Theory 38’을 새롭게 ‘Theory+’라고 명명하고 리브랜딩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홍보 담당자는 이번 시즌엔 다소 스포티한 아이템이 돋보이지만 F/W 시즌부터는 좀 더 스트리트적인 요소에 치중해 스트리트 웨어, 즉 띠어리 만의 ‘액티브웨어’를 소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쯤에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욕망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까. 단순히 펑키한 스트리트 패션이나 일상적인 놈코어 패션을 즐기는 젊은이의 욕구가 이러한 거대한 패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것 일까라고 묻는다면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보다 더 원천적인 ‘건강하게 살고 싶다’라는 열망이 시대와 국경, 남녀노소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져온 만성 피로, 신체적 혹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며 현대 사회의 좀비가 된 이들에게 웰빙 트렌드란 단순히 먹거리에 국한 된 일은 아니다. 그리고 긴장감에서 벗어나 활력 넘치는 삶을 영위 하고자 하는 욕구를 명민하게 읽어낸 브랜드들은 #healthy라는 해 시태그로 자신의 건강식과 각종 운동법을 SNS에 올리는 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예를 들면 보테가 베네타의 토마스 마이어가 제안한 우아한 애틀래틱 룩처럼 #Athletic_ Cool 이란 해시태그 등으로 멋지게 거론될 수 있는 패션 말이다.
그런 점에서 패션은 샐러드와 같다는 말은 오늘날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샐러드처럼 신선한 한때의 정점, 즉 트렌드가 존재하는 패션계에서 오랫동안 스포티즘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다채로운 재료가 섞여 맛을 내는 샐러드처럼 균형 잡힌 삶을 영위하고픈 욕망 때문일 것이다. 패션 역시 샐러드처럼 신선하고 몸에도 좋아야 한다는 대명제가 오늘날 먹고 입는 일상에 적용되고 있는 것. 건강을 위해 엄선한 재료로 만든 착즙 주스와 샐러드를 제공하며 가로수길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샐러드 카페인 배드 파머스가 내건 캐치프레이즈겸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생명연장이란 것만 봐도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는 원초적인 욕망은 시대의 명제가 되었다. 이제 패션은 짙은 화장기를 지워낸 채, 편안함과 활력이 라는 말간 얼굴을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몸에 약이 되는 패션을 위해 애쓰는 하루의 스타일 공식은? 우선 마음에 드는 스니커즈 먼저 쇼핑할 것. 5~10년 전만 해도 킬힐의 노예가 된 한 에디터의 발목 치료 경험기 같은 칼럼이 매거진에 자주 등장 하곤 했다. 나 역시 킬힐이라는 족쇄에 매여 큰 키에도 불구하고 최소 10 센티미터 하이힐 위에서 또각또각 곡예를 즐겼으니까. 하지만 요즘 가장 자주 발을 밀어넣는 것은 단연코 푹신한 러버솔의 스니커즈다. 무엇보다 당신이 우려하는 것처럼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경우 행사나 미팅이 예정된 날엔 아디다스와 마리 카트란주가 협업해 카트 란주 특유의 화려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이큅먼트 레이서 스니커즈를, 때론 힐처럼 경사진 키높이 패드가 장착되어 각선미를 살려주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슈퍼스타 업 슈즈를 신는다. 이처럼 편안한 동시에 스타 일도 잃지 않는 다채로운 아이템들이 캐주얼 브랜드 뿐만 아니라 하이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를 막론하고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나아가 혈액순환을 저해하는 타이츠 대신 몸매를 잡아주는 기능성을 더한 레깅스를, 경직된 테일러드 팬츠 대신 여유로운 트랙 팬츠로 몸의 자유를 느껴볼 것. 또 한쪽 어깨에 하중을 더해 체형 불균형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 숄더백 대신 스타일리시한 백팩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다만 건강하고 근사한 아이템들을 시크하게 소화할 만한 멋진 몸매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다가올 여름, 셀룰라이트가 붙은 허벅지를 여과 없이 드러낼 트레이닝 쇼츠와 묵직한 러브핸들을 들키고 말 브라톱이나 크롭트 톱을 소화하려면 스타일만이 아닌 당신의 몸부터 변화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출근길을 매일의 조깅 코스로 만들어줄 운동을 부르는 패션, 건강한 삶을 위한 건강한 패션을 찾는 것이야말로 오늘 나를 위한 자명한 선택이 아닐까.
- 에디터
- 박연경
- 포토그래퍼
- 조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