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관심사를 붙들고 사는 1인 크리에이터가 흥하는 시대,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의 존재도 열정으로 파고드는 주제가 있다. 흥미와 근성을 동력 삼아 때로 전문가 못지않은 그들의 덕질을 파헤친다.
박재정 가수, K리그 홍보대사
@parcjaejung
덕질 거리 축구 유니폼 모으기
수원 삼성의 팬으로, 10년 가까운 덕질 외길을 걸어온 만큼 방대한 컬렉션과 뚜렷한 소신이 있다.
나와 축구의 첫 만남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인생에서 처음 겪는, 학교라는 개념을 익혀야 하는 때였는데 운명처럼 축구를 먼저 익힌 것 같다. 주변 모든 사람이 축구를 좋아한 시절이니까.
K리그 홍보대사로서 하는 일
나 다음으로 러블리즈가 홍보대사에 임명됐는데, 사실 임기라는 게 엄격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어서 끝나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산다. 경기장 찾아다니고 행사가 있으면 사회 보는 정도다. 그리고 네이버 스포츠 카테고리를 통해 ‘박재정의 축구 여행’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내가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축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K리그를 부흥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나 의견을 내놓는 거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유니폼 컬렉션 규모
200벌 정도. 어릴 적부터 세뱃돈을 받으면 모아서 사기 시작했다. 수원 삼성의 팬인데 그 클럽 유니폼이 30여 벌, 그리고 독일 축구 클럽인 도르트문트 유니폼이 40여 벌 있다. 도르트문트는 구하기가 쉬운 편이라 이것저것 사다 보니 그렇게 됐다.
왜 ‘유니폼’인가
워낙 색에 예민하다. 유니폼마다 서로 다른 색조합과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일본의 세레소 오사카라는 클럽은 벚꽃이 상징이라 분홍색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 라이벌 감바 오사카는 주조색이 남색이다. 두 팀이 경기할 때면 경기장에 보색끼리 넘실대는 거다. 또 유니폼이라는 게 ‘완전체’로 출시되는 게 아니라 기본 저지 티셔츠 상태에서 취향에 따라 프린팅과 패치 장식 등을 골라 더할 수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상당하다. 스폰서가 바뀌거나, 기념할 일이 있거나, 각종 대회에 출전하거나 기타 등등에 따라 한 클럽에서도 여러 버전의 유니폼이 존재한다.
수원 삼성을 사랑하는 이유
모르겠다, 내가 어쩌다 오늘에 이르렀는지. 수원 근처에 살아본 적도 없다. 지금 돌이켜보면 수원 삼성의 상징인 파랑 빛이 내 눈에 너무 예뻐 보였던 것 같다. 그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그 외에는 그저 축구를 사랑한다고, KBS 1을 열심히 시청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유니폼 컬렉션을 위해 내가 해본 짓
경기장에서 선수들한테 벗어달라고 한 적도 많고, 해외 여행 가는 지인이 있으면 지겹게 연락해서 하나라도 사 오게 했다. 팔 때는 또 미련 없이 팔아서 중고 거래를 적극 이용하는 편이다. 관심 가는 걸 내놓은 사람에겐 2만원 정도 웃돈을 줄 테니 그냥 나한테 넘기라고 한다. 어제도 그렇게 하나 구했다.
덕질 생활 속 소신
세상에 두 개는 없는 ‘나만의 유니폼’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대개 유니폼을 산 후 등 판에 유명 선수의 이름을 프린팅하는데, 난 전혀 유명 하지 않은 선수의 이름을 박는다. 그리고 유니폼이 쉽게 손에 들어오면 재미가 없다. K리그 홍보대사까지 했으니까 이제 원하는 게 있으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고 내가 아니다.
덕질의 입구에서 서성이는 이들에게 한마디
나는 이것을 알아달라고 손짓하고픈 마음이 없고, 내 덕질을 남에게 강요하고픈 마음도 없다. 축구 유니폼에 관심을 갖든 말든 여러분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지나가는 길에 축구 경기장이 있다면 그곳을 한 번 쳐다보기는 해달라.
김재경 배우, 가수
@_kimjaekyung_
덕질 거리 가죽 수공예하기
거실 소파까지 직접 만들어 쓰는 레벨의 덕후이자 주변에 이 즐거움을 적극 알리는 취미 전도사다.
처음 만든 가죽 제품
서류 가방. 남자 가방을 워낙 좋아해서 내 맘대로 만들어 쓰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 다니던 공방에서는 선생님이 공정에 많이 참여하는 편이라 스스로 했다는 희열이 크지 않았다. 요즘 다니는 공방은 비상시 도움을 요청할 선생님은 있지만, 공간을 서로 공유하는 개념이다. 내 작업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그동안 만든 가죽 제품 종류
가방, 지갑, 여권케이스, 러기지 태그, 강아지 옷과 목줄 등등 뭐 많다. 얼마전엔 이사를 하고 드디어 거실다운 거실이 생겨 3~4인용 소파를 만들었다. 인터넷 서치를 하다가 운 좋게 시중에 판매 중인 가죽 소파의 단면도를 구한 덕분이다. 스펀지와 솜 정도 있으면 되겠지 했는데 소파라면 고강도와 저강도 스펀지, 충전재 등 층마다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외국에서 놀러 온 친구가 우리 집에 머물 때 그 소파를 침대 삼아 잤다.
‘너의 덕질은-김재경 편’ 영상에서 공개될 핸드백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
7시간 정도. 보통 점심 시간 지난 낮 즈음 공방에 도착해 늦은 저녁까지 있는데, 액세서리는 하루 동안 집중해서 뚝딱 만들려고 한다. 이번에 만든 반달 모양 핸드백은 얼마 전에 만든 것을 발전시켜 다시 만든 버전이다. 가방을 며칠 들고 다녀보니 좀 불편한 점이 있길래 수정, 보완해봤다.
나 말고 누군가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만들어 준 것
생일이나 어버이날 같은 특별한 날이면 주로 내가 직접 만든 것을 선물하는 편이다. 가장 최근엔 할머니 생신 선물로 지갑을 만들어 드렸다. 레인보우 멤버들 생일이면 각자에게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 회사 직원들에게 키링을 돌린 적도 있다. 만들다 남은 쪼가리는 꾸준히 모은다. 그럼 언제 어디에든 꼭 쓸 일이 생긴다. 강아지 옷도 쪼가리를 모아 패치워크 식으로 만들 수 있다.
수공예의 매력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노력을 쏟은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런 반면 수공예는 내가 한 만큼 돌아온다는 성취감을 준다.
뭔가에 빠져들 때 내 모습은
취미 생활을 전도하고 다니는 편이다. 가죽 공예에 빠지면서 이걸 전파하고 함께하기 위해 크루도 만들었다. 레인보우 멤버 두 명과 다른 걸그룹 친구들도 포함돼 있다. 나에게 반려견이 생기자 너무 귀여워하며 하나둘 개를 키우기 시작한 또 다른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개 모임을 형성했다.
가죽 공예 입문자에게 조언
판매용 가죽 제품을 떠올리면 기대치가 높아져서 자기 실력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처음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내 가죽 공예 크루들에게도 자주 하는 당부다.
덕질의 입구에서 서성이는 이들에게 한마디
덕질까진 아니어도 자기 수입 규모와 상관없이 취미 생활 하나 정도는 영위하길 바란다. 그건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요즘엔 동네마다 공방이 있는 편이니 잘 찾아보고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나야 워낙 사서 고생하는 성격이긴 하다.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패션 에디터
- 정환욱
- 포토그래퍼
- 곽기곤
- 헤어
- 조영재(김재경), 구현미(박재정)
- 메이크업
- 이지영(김재경), 구현미(박재정)
- 어시스턴트
- 조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