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모델 격돌, 독특한 콘셉트, 친환경 메시지, 백스테이지 비하인드, 초현실적인 배경. 이제 막 풀려 공개된 2017 F/W의 광고 캠페인.
뭉쳐야 뜬다
한 컷으로 많은 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에 떼 샷만큼 좋은 것도 없다. 먼저 디올은 이번 시즌 ‘디올 네이비’로 명명된 블루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담아냈다. 샴브레이 데님부터 짙은 네이비 블루, 그러데이션과 글리터 효과까지. 70여 벌 중 7벌은 이번 시즌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인플루언서를 무대 위로 올린 돌체&가바나는 런웨이의 콘셉트를 광고에도 이어갔다. 소니아 벤 아마, 키아라 첼시, 로리 하비 등 거리로 나간 모델들의 흥겨운 모습을 담았다.
사진가 앨러스데어와 뉴올리언스로 떠난 미우미우는 늪지대와 야생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초월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22명의 모델이 출동한 캘빈 클라인은 미국에 뿌리를 둔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강조한다. 앤디 워홀의 작품이 담긴 지난 시즌 캠페인 이미지가 캘리포니아 사막 아래 배경으로 사용되었다. 이것은 아메리칸 클래식 캠페인의 성공과 재도약을 담은 라프 시몬스의 의도라고.
영화 세트장을 배경으로 한 루이 비통은 라일리 코프, 제이든 스미스, 카트린 드뇌브 등 예상치 못한 인물들을 섭외했는데, 그중 코리안 파워를 보여주는 정호연과 최소라의 등장이 반가울 따름.
필름의 시대
겐조가 9월에 선보일 패션 필름을 앞두고 스틸 컷을 내보냈다. 배우이자 감독인 나타샤 리온 (Natasha Lyonne)이 연출한 <Cabiria, Charity, Chastity>는 그녀의 초현실적인 눈을 통해 바라본 심오한 철학이 바탕이 된 듯하다. 프레드 아미센을 비롯해 제임스 랜슨, 맷 루커스 등 중년 배우들이 묵직한 힘을 더하며, 한국 의상 디자이너 그레타 리(이용주)도 참여했다.
비하인드 신
발렌티노는 이번 시즌을 위해 무려 12가지 광고 비주얼을 만들었다. F/W 컬렉션이 열린 파리의 호텔 파티큘리에(L’Hotel Particulier)부터 크루즈 쇼가 열린 뉴욕까지, 촬영 장소를 표기한 비주얼은 프레야 베하부터 중년 여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까지 등장인물의 면면도 다양하다. 현장에서 포착한 흑백 포트레이트와 백스테이지, 가방으로 이루어진 3컷을 한 장에 담았다.
밀라노에서 남녀 통합 쇼를 선보인 디스퀘어드2는 광고 역시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공개한다. 쇼 직전, 자신의 네임카드가 걸린 행어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앤 스몰스와 나타샤 폴리, 사샤 피보바로바의 현장감 있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차에서 생긴 일
마이클 코어스가 교통수단에 유독 애정을 보인다는 건 지난 시즌 광고 캠페인을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스포츠카와 빈티지 카, 요트, 항공 등등이 그동안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번 시즌 역시 작년 겨울 콘셉트였던 최고급 자동차 시트에 앉아 있는 나타샤 폴리와 비슷한 구도의 광고를 찍었다. 다만 모델이 에디 캠벨로 바뀌었다는 게 차이점.
그러고 보면 코치도 마찬가지. 작년엔 이만 하맘을 차에 태우고, 지난 시즌엔 클로이 모레츠를 자동차 앞에 세우더니, 이번엔 셀레나 고메즈를 앉혔다.
친환경 메시지
스텔라 매카트니가 동물과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이번 시즌은 좀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코틀랜드의 쓰레기 매립지를 배경으로 아티스트 우르스 피셔의 일러스트를 더해 과소비로 비롯한 환경 파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전한다.
매년 버려지는 방대한 양의 쓰레기가 이번 컬렉션의 시작이 된 제레미 스콧은 모스키노를 통해 쇼핑백, 폐지, 박스테이프를 패션 요소로 사용했다. 과소비와 쓰레기 투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언제나 사회적인 캠페인으로 직업 윤리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지구의 천연 자원을 보호하고 그린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목소리를 퍼포먼스를 통해 드러냈다.
오 이런 콘셉트
365일 매일매일 다른 캠페인을 선보인다? 제목과 콘셉트가 각기 다른 6개의 스토리로 구성한 이 독특한 발상은 ‘#prada365, #pradafw17, #pradaviewfinder’ 해시태그 를 달고 퍼져 나간다. @prada를 통해 실시간 업로드된다.
마이웨이
사실 미래주의와 SF식 발상은 지금 유행하는 코드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구찌는 <스타트랙>에서 비롯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환각을 일으키는 듯한 사이보그식 설정을 구성했다. 구찌 행성을 침공하러 온 외계인, 공룡, 로봇 등의 생명체에 맞서 단합하는 시나리오도 흥미롭다. 미켈레의 상상력과 사진가 글렌 루치퍼드의 합작으로 탄생한 레트로 퓨처리즘!
힘과 균형
마르니의 광고 캠페인에는 깊은 내면을 건드려 사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탈리아 보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반니 비안코가 참여한 이번 시즌에는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 환영을 보게끔 만들었다.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듯한 비현실적인 트릭을 통해 균형 잡힌 힘과 중심을 잡는 마르니의 여성을 표현했다고.
누가 얼마나 찍었나
최고의 주가를 두고 경쟁하는 톱모델들의 이번 시즌 성적표. 영원한 동료이자 라이벌인 지지 하디드와 켄들 제너가 여전히 최강이다. 치솟는 몸값 때문인지 과열된 양상이 조금 진정된 추세다.
펜디에는 지난 나란히 둘이 등장했고, 지지 하디드는 미쏘니와 베르사체, 짧은 쇼트커트의 모습으로 스튜어트 와이츠먼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에 반해 켄들은 라펠라에서 체면을 살린 셈.
벨라 하디드는 두 개의 브랜드에서 전혀 다른 얼굴로 등장했는데, 막스마라에 서는 고급스럽고 지적인 여자의 모습을, 하이 레그 차림의 주세페 자노티에서는 관능미를 표현한다.
왕년의 슈퍼모델, 지젤 번천은 로에베의 아티스틱한 구조물 앞에서 파워풀한 인상을 남겼다.
겨울 로케이션의 한 수
새로운 무대 연출과 독특한 광고 비주얼을 설명할 때 몽클레르를 빼면 섭섭하다. 중국 아티스트 리우 볼린(Liu Bolin)과의 협업으로 거대한 빙산과 얼음 조각들로 둘러싸인 아이슬란드의 초현실적 풍경을 담았다. 모험과 도전 의식, 자연과의 친밀성, 극한의 에너지를 모토로 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보테가 베네타의 평온해 보이는 이 겨울 풍경은 미국 코네티컷 카운티에 예보 없이 내린 눈보라로 완성된 장면. 건축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토마스 마이어는 이번 시즌 역시 1950년대 지은 유서 깊은 건축물, ‘리하우스 2’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 에디터
-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