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한 힙합 VS. 트렌디한 힙합

이채민

20세기부터 활동을 시작한 래퍼 원썬과 디기리의 랩이 전파를 탄 최근, 힙합의 잣대가 돼버린 올드함과 트렌디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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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쇼미더머니>에서 가장 기괴하고 서글픈 장면은 기성 래퍼가 기성 래퍼를 심사할 때다. 심사를 하는 처지와 받는 처지는 상업적인 성과와 인지도를 기준으로 제작진이 부여한 바에 따라 결정된다. 그건 방송이 막바지로 가고 있는 시즌 6에서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다만, 올해 <쇼미더머니 6>에 등장한 멘트에서 유독 귀에 박힌 표현이 있다. ‘올드하다.’ 프로듀서들이 심사를 하다가, 혹은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의 랩을 듣다가 내뱉은 표현. 그리고 이런 감상을 내뱉게 한 인물들은 대부분 한국 힙합 초창기부터 활동해온 래퍼들이었다. 과연 힙합에서 ‘올드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만 따지자면 답은 간단하다. ‘한국 힙합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얼마나 트렌드에 부합하는가.’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프로덕션적으로는 트랩 뮤직, 랩 퍼포먼스적으로는 일명 베르사체 플로우(도끼가 ‘연결고리’에서 끊어 읽듯이 랩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나 멈블 랩(중얼거리듯 하는 랩)이 트렌드의 중심이다. <쇼미더머니 6>에서 ‘올드하다’고 평가받은 래퍼들은 여기에서 벗어나 있다.

이처럼 구분하는 분위기는 미국 힙합 쪽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중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플레이어, 즉 아티스트 사이에서 단순히 옛날 스타일의 랩을 가리켜 ‘올드하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는 힙합 음악의 본질적인 부분은 물론, 힙합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리스펙트’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선배를 예우하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힙합은 애초부터 지금까지 옛것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새것을 찾아온 장르다. 오늘날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래퍼들도 끊임없이 예전 래퍼들이 구사한 플로우나 가사 일부를 오마주하고 차용한다.

무엇보다 미국 힙합계에선 트렌드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태도가 한국 힙합 신과 아주 다르다. 그들 사이에서 트렌드는 철저히 아티스트의 취향과 오리지낼리티에 대한 고민을 수반하는 선택의 문제다. 즉, 트렌드에서 뒤처졌다거나 예전 스타일을 구사한다는 이유로 올드하다고 단정하진 않는다. 오히려 자기 스타일 없이 트렌드를 좇는 래퍼야말로 비판받기 일쑤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돈을 쓸어모으는 힙합 슈퍼스타들을 떠올려보라. 켄드릭 라마, 에미넴, 카니예 웨스트, 제이 콜, 제이-지, 챈스 더 래퍼 등등. 싱글 한두 곡이 아닌 전체 결과물을 놓고 따져보면, 이들은 언제나 트렌드와 무관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 기저엔 많은 이가 올드하다고 말하는 90년대 힙합의 지분이 상당하다. 결국, 힙합 아티스트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건 ‘트렌디함’ 여부가 아니라 ‘완성도의 높낮이’일 것이다. <쇼미더머니 6>에 출연해 ‘올드한 랩을 한다’는 소리를 들은 래퍼들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건 올드해서가 아니다. 그저 기본적인 랩 실력이 부족하거나 그날의 퍼포먼스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에디터
권은경
강일권( 편집장, 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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