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 찬란한 햇살만큼이나 얼굴을 빛내줄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색(色)의 계절
색(色), S/S 시즌이면 늘 반복되는 트렌드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즌마다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은? 80년대를 연상시킬 만큼 총천연색이 활약을 펼친다는 것이다. 봄의 시작부터 남달랐으니, 늘 봄의 포문을 열어온 핑크와 코럴이 아닌 선명한 옐로와 오렌지가 눈에 먼저 띄었으며,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니 민트, 그린, 블루, 퍼플 등 다채로운 색이 얼굴을 물들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는 “컬러 악센트가 여름의 찬란한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죠”라고 말했으며, 언제나 누드 혹은 무채색 일색이던 빅토리아 베컴 역시 이번 시즌에는 컬러와 손잡았다. “새롭고 신선한 걸 원했어요. 그래서 아주 강한 아이 메이크업을 시도해보았지요. 제가 사랑하는 컬러들로요!” 빅토리아 베컴의 말이다. 물론 얼굴에 생명력을 더해주는 컬러는 언제나 쉽지 않은 대상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즌에는 정교한 아이 라인만큼이나 즉흥적으로 손이 가는 대로 툭툭 얹은 듯한 룩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핑크, 그린 등 순도 높은 컬러를 쌍꺼풀 라인을 중심으로 터치한 에밀리오 푸치나 색을 붓으로 쓱 칠한 듯한 샤넬이나 막스마라 쇼처럼 말이다. 정교함과 자유로움의 공존, 올여름 컬러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자세다.
색(色)의 변주
팝아트를 보는 듯한,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도 높은 색상만이 컬러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아니다. 컬러를 해석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있으니 바로 반짝이는 것들과의 조합이다. 입자가 투명하리만큼 고운 시머부터 포일을 연상시키는 메탈릭, 진줏빛의 펄 그리고 굵직한 스파클링 입자까지, 일명 ‘반짝이’의 범위가 아주 넓어졌다. 글리터 메이크업 하면 으레 떠올리는 부위인 눈가를 떠난 쓰임새도 눈에 띈다. 슈거 파우더 대신 글리터를 잔뜩 입술에 묻힌 펜디 쇼의 모델들처럼! “글리터로 장식된 도넛을 한 입 가득 베어 문 듯한 립 메이크업으로 단조로울 수 있는 모델의 얼굴에 재미를 더했지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는 말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일상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을 법한 시머 입자의 컬러 섀도로 눈두덩을 회화적으로 물들였고, 다채로운 메탈릭 & 글리터 제품을 론칭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베르사체 모델들의 눈 앞머리에 실버 메탈릭 포인트를 심었다. 그녀는 “깨끗한 피부에 얹어진 메탈릭은 룩을 모던하게 만들어주지요”라고 정리했다. 이제 글리터메이크업은 어떤 크기의 입자가 어떤 컬러와 만나느냐에 따라 화려함과 순수함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었다.
- 에디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 JASON LLOYD-EV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