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웃고, 춤추고, 우는 청춘을 캡처한다.
음악, 영화, 패션 사진을 막론하고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한다. 우리 속의 양을 방목하듯 청춘을 자연에 던져놓는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 미성숙한 몸과 표정을 담담한 듯 야릇하게 담아내는 콜리어 쇼어, 청춘의 모든 것을 까발리는 래리 클락까지 청춘이라는 소재는 시간과 장소, 문화의 흐름을 초월하며 늘 기록되고 찬미되는 대상이다. 패션계의 대표 청춘 바라기 디자이너는 조너선 앤더슨과 에디 슬리먼. 얼마 전 조너선 앤더슨은 래리 클락 영화 에 캐스팅된 일반인에게 자신의 룩을 입혀 찍은 사진집을 출시했는데, 그 모습은 컬러풀하고, 빈티지하지만 오히려 현대적이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이 책은 콜레트에 잠깐 들어왔다 순식간에 사라져 2015년 손에 넣어야만 하는 레어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에디 슬리먼의 뮤즈 역시 언제나 청춘이다. 조너선 앤더슨이 담는 청춘이 모던 펑크라면, 에디 슬리먼의 청춘은 무채색의 록 음악이다. 약과 음악에 절어 있으며, 휘어질 것 같은 모습들. 개인 사진 작업은 물론, 개인 컬렉션, 생로랑을 지휘하면서도 소재는 늘 한결같다. 그의 작업물에 파리, 암스테르담, 베를린 등 유럽식 애티튜드가 들어 있는 반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고샤 루브친스키는 우리에게 조금 낯선 러시아의 청춘을 소개한다. 90년대 러시아의 하드 코어 게이 문화와 스트리트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자란 그는 레닌 동상 근처에서 운동복을 입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무표정한 소년의 모습을 담는다. 자신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 러시아 스트리트 문화는 그의 컬렉션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다.
한편 이번 시즌 너드를 앞세운 구찌의 변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창조한 빈티지 너드 소년, 소녀는 구찌가 오랫동안 고수해온 하이엔드 섹슈얼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청춘에 대한 향수, 완벽한 디테일에 우리는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었다. 코치의 스튜어트 베버스 역시 90년대 청춘 영화 <아이다 호>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만들었다. 자유를 갈구하는 젊은이의 방황을 록시크적 요소에 담아 표현했는데, 마치 미국식 청춘 일기를 보듯 흥미롭다.
이렇듯 누구나가 잡아두고 싶은 청춘의 모습은 개개인의 경험과 취향, 지나온 시대의 감성이 묻어나 무척이나 다채롭다. 청춘을 만지는 사람이 모두 청춘을 훌쩍 지나온 어른들이라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사람들은 그 시절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 줄 잘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젊음을 바라보며 지나온 시절을 기억한다. 존재만으로 얼마나 아름다웠고, 얼마나 싱그러웠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 에디터
- 김신(Kim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