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기억을 흐리게도 만들지만, 켜켜이 쌓여서 비로소 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2005년 3월호부터 더블유가 만들어온 120권의 잡지를 펼쳐 10개 부문의 기록을 모아봤다. 이 기록 속에 더블유의 지난 10년이 있다.
가장 많은 모델이 등장한 화보
사람 한 명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도 쉬운 게 아닌데, 하물며 더블유는 입이 떡 벌어지는 숫자가 새겨진 다채로운 화보 프로젝트를 수없이 성사시켰다. 모델 100명을 한데 모아 찍은 화보, 여성 모델 53명의 누드 촬영 프로젝트, 67명의 모델이 디자이너 의상 555개 룩을 입고 찍은 화보 등등. 그런가 하면3 1명의 사진가가 23명의 모델과 함께 각각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으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7명의 슈퍼모델이 등장하는 초대형 멀티 커버를 만들어낸 창간 7주년 기념호도 있었다. 이렇듯 지난 10년간 더블유는 초대형 스케일의 화보를 숱하게 선보였다.
들로 산으로, 더블유가 정복한 오지들
이집트의 바하리아 사막, 용암이 흘러내리는 빅아일랜드, 앙코르와트의 신비로운 신전, 그린란드와 두바이, 아프리카의 광활한 초원과 안달루시아의 알람브라 궁전, 인도와 미얀마, 리우데자네이루와 금강산, 백도와 거문도까지. 더블유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지구 곳곳을 다니며 그 속에서 더블유식 패션 모멘트를 탄생시켰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화려한 패션을 융화시키고 아름답게 표현한 그간의 노력과 도전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더블유가 애용한 조연들
더 극적으로, 가장 화려하게. 더블유는 지난 10년간 찰나의 순간을 위해 어떤 시도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험들을 시도하는 데 가장 많이 활용한 소품을 고르라면 물과 불, 말과 꽃이다. 태곳적 자연을 보는 듯한 물과 불의 웅장함을 찬양하거나 다루기 힘든 영민한 동물과의 드라마틱한 교감, 연약하지만 가장 아름답게 색을 발하는 꽃을 통한 판타지의 구현 등 어렵고 까다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이를 지면에 담아내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고 즐기면서, 독보적인 화보를 탄생시켰다.
더블유 비주얼의 뼈대를 세운 사진가
힘 있는 사진, 감도 높은 화보, 정교한 비주얼은 더블유의 확고한 아이덴티티인 동시에 사진가 정용선과 공유하는 DNA였다. 이미지를 다루는 그의 완벽주의, 날카로운 감각, 특히 조명을 쓰는 탁월한 역량은 해외 잡지나 광고 비주얼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더블유의 뷰티와 제품 화보를 탄생시켜왔다. 창간 이래 10년간 변함없이 하우스 스튜디오 F.e.r의 대표였던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사진가일 뿐 아니라 추상 같은 수장이기도 했다. 더블유의 구성원들이 더블유다움에 대한 높은 기준을 단단하게 정립하고 치열하게 추구할 수 있었던 건, 멀고 높은 위치가 아닌 최고의 실력으로 후배들에게 존경받으며 동시에 긴장하게 만드는 진짜 어른이었던 그 덕분일 거다.
더블유의 이미지를 완성한 인물들
“더블유는 어떤 책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이들이 촬영한 비주얼이 있어서 완성되었다. 창간부터 현재까지 더블유의 이미지들을 함께 고민하고, 제안하고, 때론 새로운 도약을 공모하며 과감하고 도발적으로, 불꽃 튀는 아이디어와 투혼을 발휘해 결과물을 만들어낸 한국 패션 사진가들 말이다. 이들의 선구적인 눈이 존재했기에 이토록 버라이어티한 더블유의 화보가 탄생할 수 있었다
- 에디터
- 황선우, 김한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