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샤넬의 2014/15 파리-잘츠부르크 공방 컬렉션이 열렸다. 이번에는 단편영화를 통해서도 파리-잘츠부르크 공방 컬렉션의 탄생 이유가 펼쳐졌다.
잘츠부르크와 샤넬의 재킷 샤넬과 오스트리아
샤넬은 매해 공방 컬렉션을 통해 하우스의 역사와 연결된 도시들을 동시대적으로 조명해왔다. 뭄바이, 에든버러, 댈러스에 이어 올해 칼 라거펠트가 샤넬 여사의 인생에서 유심히 살핀 도시는 바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로 잘 알려졌고, 모차르트가 탄생한 도시이자 작지만 유럽 어느 나라 못지않게 문화 예술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다. 가브리엘 샤넬 여사에게도 오스트리아는 특별한 인연을 맺은 매혹적인 나라다. 음악과 연극, 미술 등 20세기의 숱한 예술 사조가 만개하던 그곳에 샤넬 여사 역시 함께 했었으니까. 특히 1922년, 장 콕토를 비롯해 다다이즘을 주도한 친구들, 화가 트리스탕 차라, 막스 에른스트, 시인 폴 엘뤼아르 등과 함께한 오스트리아 여행에 주목해야 한다. 이유는 샤넬이 그 여행에서 최고급 호텔인 미테르질의 오너인 폰 판츠 남작을 만났고, 약 2년간 로맨틱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데, 좀 더 정확하게는 샤넬이 그의 호텔 미테르질의 엘리베이터 보이가 입은 옷에서 영감을 받아 그녀의 시그너처인 재킷을 탄생시켰기 때문.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으로 호텔의 무드를 완성한 그의 감각 덕분에 우리가 입는 샤넬의 재킷이 탄생 한 것이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브랜드의 역사에 영향을 준 셈이다.
오스트리아 무드를 만끽하라
2014/15 파리-잘츠부르크 공방 컬렉션(2014/15 Paris-Salzburg Metiers d’Arts Collection)
컬렉션의 중심 테마로 선정한 도시의 문화와 역사에 샤넬의 정수가 완벽히 흡수되도록 하는 라거펠트는 이번 파리-잘츠부르크 공방 컬렉션에서도 철저하게, 하지만 신선하게 오스트리아의 문화를 샤넬의 룩으로 소화해냈다. 그는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특징이 가장 도드라진 레오폴트스크론 성을 공방 컬렉션을 펼칠 곳으로 선택했는데 이곳은 대주교와 수도사, 교수 등 시대를 이끄는 인물들이 머물렀고, 19세기에는 잘츠부르크 음악제 총감독인 막스 라인하르트가 공연을 열기도 했던 성이다. 다시 말해 이 도시의 문화와 역사가 응축된 장소. 칼 라거펠트는 쇼를 위해 이 거대한 성의 모든 방을 다시 꾸몄다. 자신이 살피고 매혹된 오스트리아의 찬란한 로코코 사조를 더욱 잘 느끼게 하려는 배려였다. 성의 수많은 방은 라이브러리, 화이트, 차이니스 등의 이름을 갖게 되었고, 각기 다른 콘셉트의 화려한 정찬 테이블이 세팅되었다. 각국에서 모인 인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컬렉션이 시작되었고 모델들은 각 방을 모두 워킹하며 그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로코코 시대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컬렉션 룩들의 면면을 자세히 볼까? 샤넬을 상징하는 색인 흰색과 붉은색, 네이비와 검정을 바탕으로 비둘기색, 푸른 초록 등의 알프스를 떠올리게 하는 색감이 추가되었고, 상의와 허리는 꽉 조이고 치마 폭은 넓은 던들 스타일 과 자수 장식이 화려한 멜빵 팬츠인 레이더호젠 등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방인 티롤 지역의 전통 의상의 요소가 섞였다. 샤넬의 아이코닉 한 재킷에도 주머니가 추가되었고 롱 드레스, 플레어 재킷, 케이프와 미디 길이의 코트에는 화려한 플리츠 장식이 대거 등장했다. 여기에 더없이 섬세한 자수나 주얼 장식, 촘촘히 박은 깃털 장식 등 쿠튀르 못지않은 정교한 작업이 담겼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물론 코스튬 주얼리 공방 데뤼, 깃털 공방 르마리에, 자수 공방 메종 르사주, 아틀리에 몽퇴, 구두 공방 마사로와 미쉘, 캐시미어 공방 배리 등 샤넬의 수공예 작업을 맡는 전문 공방의 손을 거쳐 탄생한 것들이다. 쉽게 말해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선생이 입은 드레스부터 폰 트랩 대령이 입은 수트까지 오스트리아의 역사 속 복식이 세련되고 화려한 룩으로 재탄생한 거다. 맞춤 드레스를 입던 그 시절의 파티 룩부터 사냥을 위한 룩, 알프스 산맥에 올라 노래를 부를 것만 같은 스타일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구성이었다.
컬렉션을 좀 더 쉽게 이해하는 방법 단편영화 환생(Reincarnation)
이번 공방 컬렉션에서는 아름다운 성에서 열린 쇼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칼 라거펠트가 만든 단편영화 <환생(Reincarnation)>이다. 이 영화를 처음 발견한 것은 요즘 가장 빠르게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도구인 SNS를 통해서였다. 컬렉션이 열리기 며칠 전 퍼렐과 카라, 샤넬에서 동시에 업로드된 그들의 사진은 아무런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렬하고 신선했다. 그것은 17~18세기 그림을 보는 듯 귀족 장교의 룩을 차려입고 경건하게 서 있는 퍼렐과 얌전하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카라 델레바인의 사진이었다. 단 두 장이었지만 이것이 압도적이었던 이유는 알록달록한 팝 컬러와 정크푸드, 장난스러운 만화 캐릭터가 판치는 요즘 스트리트 문화와 정반대에 서 있는 패션 코드로 클래식이 가진 근엄함, 고귀함 같은 미학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뒤 공개된 영화와 이를 만든 칼 라거펠트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는 더 쉬워졌다. 컬렉션 이 열리기 하루 전날, 컬렉션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 앞에서 상영회를 열고 chanel.com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한 그는 “샤넬 재킷의 시작이 어디인지를 보여줄 때라 생각했다. 샤넬의 아이콘이 된 미테르질 호텔의 엘리베이터 보이의 재킷과 그 영감의 스토리를 구현한 것이 바로 이 영화다. 가브리엘 샤넬이 우리에게 남긴 재킷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 짧은 필름이 전하는 스토리이자 잘츠부르크가 주인공이 된 이유다”라고 설명 했다. 또한 가브리엘 샤넬이 환생한 듯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찰리 채플린의 딸이자 배우 인 제랄딘 채플린과 엘리베이터 보이로 능숙한 연기를 선보이고 영화 속 OST 역시 직접 작사, 작곡하는 애정을 보인 퍼렐 윌리엄스, 라거펠트의 뮤즈이자 시대의 아이콘인 카라 델레바인의 진지한 연기는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퍼렐 윌리엄스는 영화 촬영 당일 현장에서 “패션에 있어 나의 우상이자 뛰어난 취향과 감각을 지닌 칼 라거펠트와 작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는데 제랄딘 채플린과 카라와 함께 연기를 하다니! 마치 제왕 시대를 경험하는 기분이다”라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 고, 호화로운 세트에 놀란 눈을 하고 등장한 카라 역시 마치 오스트리아의 195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연신 사진을 찍어대느라 바빴다는 후문. 이들이 한 번이라도 이런 룩을 입어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클래식한 모습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며 칼 라거펠트는 “빈터할터의 초상화 속 인물들이 살아 돌아온 듯한 최고의 캐스팅”이라며 만족스러워했고, 이 둘이 선보인 현대판 왕족 부부의 매력적인 모습은 8분 남짓한 영화 속에 매력적으로 담겼다.
최신기사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김한슬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