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부터 이 시대의 가장 유명한 음반이 탄생한 곳, 나아가 음악에서 패션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역사를 품고 있는 공간. 바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녹음 작업실인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 (Abbey Road Studios)는 폴과 린다 매카트니의 딸인 사진가 메리 매카트니(Mary McCartney)에게도 특별한 곳이다. 그녀의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페이(Fay)의 S/S 캠페인, 그리고 그녀와의 몇 마디.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런던의 이른 아침, 전설적인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이들이 있다. 사진작가인 메리 매카트니가 선택한 이 장소에서 그녀의 뷰파인더는 뉴 페이스들을 좇고 있다. 바로 유망한 두 젊은이, 타고난 매력을 지닌 레비 딜런(Levi Dylan)과 클라라 맥그리거(Clara McGregor)다. 이름이 암시하듯 그들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 즉 특별한 가족을 두고 있다. 스물두 살의 청년, 레비 딜런은 가수 제이콥 딜런의 아들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밥 딜런의 손자다. “저는 항상 음악이 가장 중요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어려서부터 연주를 시작했고 모든 종류의 사운드에 매료됐죠.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전 음악, 패션, 사진 등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죠”라고 빛나는 눈빛으로 말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발견해가는 젊은 청춘이다. 한편 동갑내기인 클라라 맥그리거는 스코틀랜드의 유명 배우이자 가수인 이완 맥그리거의 딸. “제가 기억하는 바로, 저는 제 주위의 모든 이미지에서 특별한 가능성을 읽었어요. 사진의 경우 각 이미지의 깊이와 감촉, 그리고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조명을 이용하는 것을 보며,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몸을 탐구하게 되었지요”라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그들이 입은 페이의 S/S 컬렉션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코트와 재킷. 듀오 디자이너인 토마소 아퀼라노와 로베르토 리몬디는 부드러운 샌드와 그린을 위주로 감성적인 컬러 팔레트를 제안했고, 여기에 모던한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장식을 더했다. 예를 들어 레비가 착용한 레인코트와 개버딘으로 제작한 사파리 재킷, 깔끔한 라인이 돋보이는 방수 포플린 소재의 보머 재킷은 그의 포멀한 동시에 자유롭고, 클래식한 동시에 모던한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클라라는 여성스러운 A라인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또 자카드 블레이저와 사파리 재킷은 그녀의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더욱 개성 있게 만들었다.
그 둘의 눈빛과 발걸음을 따라가며 그들의 관계를 포착하는 사진가 메리 매카트니(Mary McCartney). 그녀는 1969년 영국이 낳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션인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와 록 뮤지션의 사진 작업으로 유명한 사진가 고 린다 매카트니의 큰 딸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녀의 동생은 뭇 여성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다. 메리 매카트니는 사람의 내면을 관찰하고 캐릭터를 담아내는 포트레이트 사진과 르포르타주 방식의 사실적인 보도사진 분야에 집중해왔는데, 그녀는 피사체들의 영감과 히스토리, 그리고 성격 등을 압축해 이미지화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메리는 사진전도 여러 차례 열었다. 그중 2004년 런던 로열 발레단의 모습을 찍은 사진전 <Off Pointe>와 2008년 런던 국립역사박물관에서의 열린 <British Style Observed>, 그리고 2010년 런던 국립 초상화 갤러리에서 진행한 <From Where I Stand> 전시는 크게 호평 받았다. 2015년에는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Mother Daughter>라는 특별한 주제의 전시를 선보였다. 2014년에는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 <Monochrome Colour>를 펴냈고, 가장 최근에 출판된 사진집은 연극 <Twelfth Night>에서 마크 라일런스의 무대 뒤 장면을 포착한 <Twelfth Night 15. 12. 13>이다. 다가오는 2018년에는 기수와 말의 친밀한 초상화를 찍은 메리의 최신 프로젝트 <Alejandro>를 선보일 예정이니 그녀의 또 다른 진심 어린 시선을 기대해볼 것.
사진가 메리 매카트니(Mary McCartney)와의 Q&A
당신은 놀라운 아티스트로 구성된 집안에서 자랐다. 당신은 사진이 당신의 미래가 될 것임을 알았나?
메리 매카트니 난 아주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도와 기록물 작업을 하면서 이미지를 사진으로 포착하는 일을 시작했다. 언젠가 휴일에 친구가 내게 스냅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모든 사람이 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아님을 깨달았고, 그때 나의 길이 확고하게 정해졌다.
당신은 사진의 어떤 면을 특별히 사랑하는가?
그것이 주는 기회와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것. 난 관찰자가 되는 일이 너무 좋다. 내가 찍은 이미지를 통해 나만의 정체성과 내게 주어진 재능을 더 깊이 아는 기회를 갖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당신의 작품에 영향이나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나 인물이 있나?
자크 앙리 라르티그(Jacques Henri Lartigue)를 무척 좋아하며, 그의 사진집인 <Riviera>를 탐독했다. 프랑스의 독창적인 사진가이자 화가인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관찰하며 집안의 앨범사진을 연대기로 촬영해 각광 받았다.
당신은 사진가로서 모델이나 셀러브리티 뿐만 아니라 영국 총리와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도 찍었다. 특별히 애착이 간 촬영은 어떤 것이며, 반대로 가장 어려웠던 촬영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을 찍은 것은 영광이었지만, 사실 가장 아끼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은 내 가족 사진이다. 사진 속 인물의 모습은 그들 자신의 도전을 드러낸다. 이 점이 나를 흥분시키고, 더욱 열정적으로 이 일에 나를 끌어들인다.
가장 좋아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은 무엇인가?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해방되었을 때의 느낌, 그리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모험을 했을 때의 충만함!
매카트니’를 언급할 때, 대중은 즉시 음악을 비롯해 예술적인 아이덴티티를 지닌 당신의 가족을 떠올린다. 당신 자신에게도 특별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페이(FAY) 광고 캠페인을 촬영했다. 느낌이 어땠나?
물론 애비로드에서 보내는 시간은 내게도 특별하다. 거리의 역사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이자 많은 기억을 간직한 곳이니까.
이번 페이 S/S 캠페인의 분위기를 설명한다면?
봄과 여름의 신선한 기운을 담은 엄청난 에너지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은 메인 캐릭터인 두 젊은이, 클라라 맥그리거와 레비 딜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즐거웠다. 밝은 미래가 펼쳐진 멋진 젊은이들이다.
페이의 DNA는 흔히 ‘더블 라이프’ 또는 ‘더블 소울’이라는 말로 묘사된다. 이는 모든 의상이 대단히 기능적이고 업무 중이든 주말이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의 거의 매 순간에 적합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콘셉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당신은 일상에서 어떤 옷을 고르는지도 궁금하다.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우리의 바쁜 삶에서 융통성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까! 나 역시 대부분 편하고 고전적인 동시에 스마트하면서 최적의 기능성을 발휘하는 옷을 선택한다.
- 에디터
- 박연경
- PHOTOS
- COURTESY OF F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