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그림, 사진, 대형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복적인 예술 언어를 실험해온 베를린 태생의 예술가, 이자 겐츠켄(Isa Genzken). 그녀가 패션을 통해 변화하는 본질을 탐구한다.
독일 예술가 이자 겐츠켄(Isa Genzken)에게 장난감, 비행기의 창유리, 엑스레이 사진은 그녀를 매혹시킨 재료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자겐츠켄은 지난 40년간 독창적이고 변덕스러운 작품으로 카테고리화되는 것을 거부해왔다. 그녀의 작품에는 그림과 조립물, 마천루처럼 솟은 건축물이 모두 포함된다. 1948년생인 이 중견 작가는 전후 세대 독일 예술가들과 함께 자랐고, 그들 대다수는 이자 겐츠켄보다 이른 시기에 명성을 얻었다. 그중에는 전통 회화 기법이나 특정한 양식에 얽매이길 거부한 실험적인 예술가 지그마어 폴케(Sigmar Polke), 겐츠켄의 전 남편이자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도 있다. 겐츠켄은 생애 대부분을 조울증과 싸웠지만, 결국 유럽 예술계의 스타가 됐다. 2013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을 했을 땐 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미국에서도 드디어 명성을 얻었다. 이 순회 전시 때 겐츠켄은 마네킹 13점으로 구성된 조각품 ‘배우들(Schauspieler)’을 처음 제작했다. 마네킹들은 대부분 겐츠켄의 옷을 걸치거나 그녀에게 의미 있는 소품과 액세서리를 착용한 상태였다. 다양하게 배치된 이 마네킹들은 작가 자신을 그려낸 것이면서 동시에 현대 소비문화를 돌아보게끔한다.
뉴욕 회고전 이후에도 겐츠켄은 계속 ‘배우들’ 시리즈를 제작했다. 2016년, 베를린 전시를 한 번 거친 이 마네킹들은 12월 31일까지 캘리포니아 LA의 하우저 워스 & 시멜(Hauser Wirth & Schimmel) 갤러리에 머문다.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겐츠켄의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지난 11월 초부터는 콜라주 작품 위주의 새 전시가 뉴욕에 있는 갤러리 부크홀츠(Galerie Buchholz)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오프닝 날, 그녀는 뉴욕 조각센터의 연례 자선 갈라 행사에서 수상하는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작품 속 마네킹들에게 주로 자신의 옷을 입혀왔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겐츠켄은 남성 패션을 선호하는 편이다. 독일 게이들의 가죽 아이템 숍으로 잘 알려진 롭 베를린에서 팬츠와 재킷을 주문해 입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W 커미션(Commision)’을 위해서 우리가 보내준 의상들을 택했다. 이자 겐츠켄이 재구성하고 해체하여 작품화한 런웨이 의상에 그녀가 직접 구한 소품이 어우러졌다. 이 마네킹들을 세워놓으니, 풍부한 사고의 괴상한 산물로 구성된 고요한 캣워크가 막을 올린 듯하다.
-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BENJAMIN ALEXANDER HUSEBY
- 글
- Diane Sol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