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펼쳐진 스와로브스키의 <2014 World Jewelry Facets> 전시. 개성 강한 디자이너들이 빚어낸 크리스털 주얼리엔 영원한 꿈이 깃들어 있다.
여자라면 반짝이는 모든 것에 현혹되는 법이다. 돌이켜보건대 난 어릴 적 스와로브스키 를 통해 처음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출장을 다녀오신 아빠의 손에 들린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의 조그마한 회전목마를 본 순간, 어떻게 이렇게 반짝이고 아름다운 게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 기뻐하며 황홀함에 빠진 기억이 난다.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 길에 점심값을 아껴가며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을 사 모았고, 언젠가 말띠인 아빠가 환갑을 맞이하시면 크리스털로 제작된 말 조각상을 선물하리라 마음먹었다. 또 스와로브스키 본사에선 VIP들을 초대해 크루즈 항해를 하는데 그 배 안에서 그해의 새로운 크리스털 장식을 감상한다는 기사를 보며, 언젠가는 저 배에 꼭 타보겠다는 소망을 키우기도 했다.
후에 패션 에디터가 되어 이러한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이 하이패션과도 긴밀한 관 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패션위크 기간, ‘Sponsored by Swarovski’라는 문구가 적힌 쇼에는 어김없이 황홀한 크리스털 장식의 피날레 드레스나 눈부신 주얼리가 등장 했다. 물론 이런 면모는 2년 전, 서울의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스와로브스키 전시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나아가 스와로브스키에 대해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바로 디자이너들과의 긴밀한 유대다. 사실 크리스털이란 소재는 그 무엇이든 뚝딱 만들 어내는 마법과도 같다. 그 예로 지난 7월 30일, 상하이에서 열린 <2014 World Jewelry Facets> 전시는 그야말로 디자이너들의 꿈의 각축장이었다. 다섯 번째로 개최된 이 전시는 빛에 대한 영감을 주는 주얼리 순회 전시로 라스베이거스와 베이징, 홍콩 등에 이 어 상하이의 유서 깊은 장소인 와이탄유안 하우스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올해엔 20여 개국의 디자이너 총 70명이 이 눈부신 협업에 동참했으며, 그들의 다채로운 취향이 반영된 창조적이고 독특한 200점 이상의 주얼리가 관객들을 현혹시켰다. 에릭슨 비몬, 슈 룩, 마위와 같은 각광받는 주얼리 디자이너부터 칼 라거펠트, 오스카 드 라 렌타, 로베 르토 카발리 등 쟁쟁한 하이패션 브랜드의 노장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을 넘어 그들의 반짝이는 영감을 후원했다.
스와로브스키가 불어넣은 창조적인 영감을 통해 완성된 작품은 때로 쿠튀르적이고, 때론 더없이 모던했다. 한편 전시장에서 만난 반가운 이름은 미네타니, 더 에어리스, 빈티 지 헐리우드라는 국내 주얼리 브랜드 3인방! 그 작품들은 높은 관심을 모으며 케이패션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행사가 마무리 되고 그냥 돌아서기엔 아쉬워 구매 가능성에 대해 홍보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일부는 스와로브스키 편집 매장인 카덴자(Cadenzza) 와 아틀리에 스와로브스키(Atelier Swarovski) 및 스와로브스키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실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야호, 쾌재를 부르며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중독적인 반짝임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건 디자이너들뿐만이 아니라 뭇 여성들이라는 사실을.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연경(Park Youn Kyung)
- PHOTOS
- COURTESY OF SWAROVS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