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작가와 배우 송지효는 유방암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 못하고 눈감아버리고, 감춰야만 하는 유방암에 대해서. 항아리 안에는 송지효의 생각과 말과 표정, 그리고 시대가 담겼다.
STILL LOVE YOUR W
8명의 아티스트가 10명의 셀레브리티를 조각으로 표현했다. 커미션 워크, 컬래버레이션, 혹은 그 사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블유가 제안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에 공감한 이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바쳐 만났고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했으며, 새로운 미술 작품을 함께 만들어냈다.
송지효 + 강준영
여성들은, 특히 여배우는 당연히 아름다운 존재로 여겨지고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모든 여성은 아름답다’라고 이야기하는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성의 가슴은 아름답지만, 가슴을 잃더라도 여성은 그 자신으로 의미 있는 존재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가슴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어야겠지만 혹 그러지 못한다 해도 여성으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고, 괜찮아야 한다. “예쁘게 그려지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어요.” 도자기에 전사로 인쇄할 사진을 찍을 때 강준영 작가의 의도는 송지효의 큰 눈과 도톰한 입술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눈빛으로, 대사로 연기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라는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하지만 맨 얼굴로 나타난 그는 카메라 앞에서 눈을 감고, 입을 가리고 귀를 틀어막았다. 그 모습은 뭔가를 부정하고 지우는 몸짓 같기도 했지만, 묘한 흡인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일은 선택의 연속이죠. 맞고 틀린 건 없어요. 우리가 그 선택을 통해서 기쁜 일이건 슬픈 일이건 맞이하고, 또 달라진 모습으로 나아갈 뿐이죠. 도자기에 그려진 O X 는 바로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선택의 기호들이에요.” 이를테면 송지효가 최근의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선택한 건, 마치 자신처럼 시간에 쫓기는 주인공의 처지 때문이었다. 바람을 피우는 극 중의 스토리도, 욕망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새로운 시간을 열어주는 사람과의 문제로 봤다며. 강준영 작가가 작업한 박재범의 도자기에는 O, 송지효의 도자기에는 X가 올라가 있지만 이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나타내는 기호가 아니라 개인의 차이를 상징한다. 남성이라서, 또는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다운 선택을 하고 또 그것에 책임을 지며 살아간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번갈아 겪고 또 극복하며. 생에서 결정적인 경험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그 상실감을 언급하는 강준영 작가가, 건축가였던 고인의 영향 아래에서 삶의 원초적 단위인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탐구하고 또 도자기에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질병도 죽음도, 아픔도 상실도 삶의 일부다. 그 모든 걸 껴안은 채로 혹여 아름답지 않아도, 살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가치가 있다.
작가 노트
송지효 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이라는 선상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미술 언어로 풀어내고 지효 씨는 대중과 더 많이 만나는 매체를 통해 드러내지만 사람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기에 녹여내려 하는 자세에서 대중에게 알려진 모습 외의 아름다운 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담는 도자기를 제작한다고 할 때 이 여배우는 예쁘게 보이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카메라를 들고 자기다운 포즈를 부탁했을 때, 눈을 가리고, 귀를 막거나 입을 틀어 막는 자세를 취하면서 진실에 다다르기 힘든 어떤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질병도 그러하지만 특히 유방암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해 말하거나 표현하기조차 어렵게 느낀다고 합니다. 지효 씨가 취한 제스처가 표현하기 힘든 괴로움을 겪는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이야기로도 해석되고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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