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현재 이들의 초상이 한국 문화의 한 장면을 구성한다. 더블유매거진닷컴과 더블유코리아가 함께 만난 서울 사람들.
김태리
올해의 신인은 단연 <아가씨>의 김태리였다. 차돌처럼 반질반질하고 단단한 숙희의 에너지는 선배 배우들과의 앙상블 속에서도 팽팽했다. 그리고 김태리는 ‘내가 그 시나리오 안의 공간에 앉아 있는 모습이 궁금하다’며 두 번째 영화가 될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고향인 시골로 돌아가 스스로 농사를 짓고 음식을 해 먹는 젊은 여자의 사계절을 찍게 된다. “두 번째 미팅에서 식사를 하는데 맛있는 것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원래 밥을 잘 비우기는 하는데 PD님이 ‘태리 씨 먹는 거 보니까 걱정 안 해도 되겠어요’ 하는 걸 듣고 이거 무슨 테스트였나 싶었어요”. 혼자서 주연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일에 대해서도 걱정 안 해도 될 거다, 김태리니까.
2016년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나?
칸 영화제에서 행복했겠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보다 선배님들 하고 다 같이 무대 인사 하러 다니면서 농담 따먹기 하고, 우리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 만나고 했던 때가 생각난다. 이번에는 뭐라고 말하며 인사할까 생각하는 것도 재밌었다. 내 성격이 빠르게 감상에서 벗어나는 스타일이어서 강렬한 장면은 금방 사라지는 거 같다. 지나고 나면 벅찬 거보다 마음 편하고 따뜻한 느낌이 오래 남는다.
커리어의 출발에 있는데 앞으로 배우로서 경험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님은 한 분 있었는데, 김태용 감독님이다. 그 외에는 내가 계획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고, 바란다고 오지도 않을 거다. 찬란한 미래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차근차근 한 계단 한 계단 하다 보면’이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생긴 습관이 있나?
자기 전에 팟캐스트를 듣는다. 소설책을 읽어주거나 책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 걸 밤에 하나씩 틀어놓고 듣다가 잠든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밀란 쿤데라의 <농담> 같은 책이 좋았다.
영화 취향도 비슷한가?
인간의 가식이나 허영에 대한 통찰이 있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스릴러나 SF, 로맨틱 코미디도 장르 가리지 않고 본다. 그런데 요즘은 초인적인 힘을 가져서 모든 것을 바꾸는 판타지보다는 인간적인 것에 더 마음이 가는 거 같다. 완벽하지 않고 결점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다음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시골에서 논밭을 일구며 사는 삶이 꼭 행복하고 여유로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도 도시 생활처럼 나름의 어려움이 있을 거고 성실함이 필요하며,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을 보여주며 생각을 넓힐 수 있을 거 같다. 삶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 패션 에디터
- 최유경
- 피쳐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MOK JUNG WOOK
- 헤어
- 성은(제니하우스)
- 메이크업
- 오윤희(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