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기억을 흐리게도 만들지만, 켜켜이 쌓여서 비로소 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2005년 3월호부터 더블유가 만들어온 120권의 잡지를 펼쳐 10개 부문의 기록을 모아봤다.
이 기록 속에 더블유의 지난 10년이 있다.
명명백백한 더블유의 뮤즈들
값비싼 옷과 화려한 무대가 있더라도 훌륭한 연기자가 없다면 명작은 탄생하지 못한다. 책이 완성될 때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화보가 존재하는 이유는 더블유의 콘셉트를 명민하게 이해하고 이를 몸으로, 표정으로 연기해준 보석 같은 모델들이 함께했기 때문.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모델들의 드라마틱한 패션 모멘트와 코리안 뷰티를 대표하는 셀레브리티들의 고혹적인 뷰티신을 여기 모았다.
자신만의 장기로 더블유 스타일을 완성한 아티스트들
하나의 칼럼이 탄생하기까지에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이들이 합을 맞추고 조율해가며 다듬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마다의 기술을 적재적소에서 발휘하는 이들 덕분에 더블유의 지면은 언제나 다채롭고 흥미진진했다. 밋밋한 사진을 던져주자 근사한 그래픽 작업물로 탄생시켜준 그래픽 아티스트가 있고, 톤&매너에 맞춰 누구보다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하며 세련된 화보로 완성시켜준 헤어 아티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존재한다. 10년간 더블유의 주옥같은 작업을 채워준 진정한 컨트리뷰터들이 있다면 바로 이들이 아닐까.
가장 연륜 있는 인터뷰이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이들 앞에선 말장난에 불과했다. 문화 예술계에서 또렷한 발자취를 남겨온 국내외 인물들을 직접 만나온 더블유의 인터뷰이 가운데는 알랭드 보통이나 히라노 게이치로, 박찬욱이나 봉준호처럼 청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젊은 거장도 적지 않았지만, 일생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철학과 세계관을 펼쳐온, 연륜 깊은 어른도 많았다. 더블유의 카메라는 그들의 주름을 고스란히 담았으며, 에디터의 녹음기는 한마디를 놓칠까 그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많은 하룻밤의 신기루를 세운 세트 스타일리스트
패션을 꿈과 환상, 드라마와 판타지라고 칭하는 건 아마도 생활 속에서 접하기 힘든 비현실적이고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일 거다. 가장 화려하고 멋있는 탄생이지만 그 무엇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세트 디자인의 세계 역시 표현하기 힘든 환희와 마력의 작업. 동화 속 그림에서나 봄직한 초원의 집이 현실에 자리하고, 거대한 얼음 궁전이나 바닷가에 세워진 미래적인 공간까지, 오직 더블유를 위해 만들었다가 마치 하룻밤의 신기루처럼 사진 속에만 남겨진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판타지를 위해 몸으로 뛴 이들이 있다.
잡지의 형식을 뛰어넘은 시도들
아날로그한 올드 미디어? 어떤 잡지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블유는 비주얼과 글이라는 잡지 콘텐츠의 본분에 충실하면서도 지면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획을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2005년 더블유의 창간 이후 10년은 디지털과 모바일의 빅뱅이 일어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었으며, 케이블 TV와 종편이 급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더블유는 ‘버추얼 라이프’나 ‘CCTV’ 같은 논쟁적인 주제에 잡지 전체를 할애해서 콘셉추얼한 기획으로 풀어낸 바 있고, QR코드가 처음 대중화될 때 지면에 처음 도입해 더 많은 정보를 담았으며, 디지털 매거진 외에도 매주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는 애플리케이션 을 제작했다.
이혜주 편집장이 패널로 출연하며 더블유와의 협업으로 화보 촬영이 진행되는 <도전! 수퍼모델> 이전에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에디터를 뽑아 정식으로 채용한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디 에디터스>가 있었다. 영상 매체와 시너지를 일으키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진행했다. 창간 7주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소녀시대, 샤이니, f(x), EXO와의 패션 화보 촬영 현장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파격적으로 생중계, 누적 조회수 1백80만 회를 기록했다.
한편 이명세, 권칠인, 이언희 등 영화감독과 제작진은 더블유 지면에 자신만의 미장센으로 스토리가 있는 패션 화보를 연출했다. 더블유가 제작하고 김지운 감독이 연출, 배우 정우성과 김아중이 출연한 대작 패션 필름 <선물>의 기획은 채널 CGV에서 방영되기도 했으며, 창간 10주년을 기념한 이번 Mag+ Movie 프로젝트 <여자, 남자>로 그 맥이 이어졌다. 앞으로의 10년, 우리를 둘러싼 세상도 패션 잡지도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더블유는 언제나 그 최전선에 서 있을 것이다.
- 에디터
- 황선우, 김한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