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가 쏘아 올린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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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오늘날의 여성을 재현하는 패션을 창조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힌 디올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 지난 930일, 파리의 로댕 미술관에서 치러진 그녀의 초특급 데뷔전 이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오늘날 패션계에 숱한 화제를 흩뿌린 그녀의 데뷔전, 2017 S/S 디올 쇼를 이해하는 관전 포인트!

쇼를 마친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운데)와 모델들. 각광 받는 모델로 떠오른 배윤영 역시 디올 쇼에 함께 했다.

스포츠 쿠튀르가 담긴 2017 S/S 디올 컬렉션의 백스테이지.

스포츠 쿠튀르가 담긴 2017 S/S 디올 컬렉션의 백스테이지.

여성을, 여성에 의한
디올의 여성복 컬렉션을 맡은 첫 여성 디자이너라는 명예를 얻게 된 마리아. 그녀는 디올 하우스의 전통을 넘어서 여성이라는 존재를 작품 중심으로 끌어내 여성성 에 대한 이미지, 여성적이라 쉽게 치부 해버리는 관점에 대해 질문했다.

디올을 흠모하다
디올 하우스에 대한 애정을 담아 위트 있는 언어 유희를 펼친 마리아. 자디올(Jadior = I adore Dior)이라는 문구를 백과 언더웨어를 표방한 드레스 밴딩 부분, 펌프스의 스트랩 장식 등에 그래픽적으로 삽입했다. 특히 캐주얼한 플랩백에는 메탈 장식으로 선연하게 ‘Jadior’이라는 문구가 더해지며 새로운 시그너처 백의 등극을 예고하기도.

팬시한 스포티즘
펜싱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여성을 위한 모던한 유니폼을 만든 그녀의 결과물은 첫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루스 벨이 입고 나온 순백의 룩과 연이어 등장한 스포티한 레이스업 슈즈와 스니커즈 등이 그녀가 추구한 모던한 스포티즘의 백미. 참, 그녀가 펜싱을 선택한 이유는 펜싱이야말로 사고와 행동 사이의 균형이 필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영혼과 가슴의 조화가 핵심이죠. 또 특별한 보호 장비를 제외하고 펜싱 유니폼은 여성이나 남성이 똑같거든요.”

풍요로운 상징
하트와 클로버, 별자리, 타로 이미지, 디올 남성 룩에 자주 등장한 벌 모티프 등이 룩에 풍부한 표정을 더했다. ‘Superstitious’란 키워드로 설명하기도 한 다채로운 상징은 튤 드레스와 니트 톱에 자수 장식으로 더해지기도 했고, 쇼 후반부에 등장한 메탈릭한 클러치 형태의 백에도 화려하게 삽입되었다. 무엇보다 떨리는 심장을 표현하는 듯한 가슴 위의 자수 장식이 쇼 초반의 펜싱 유니폼 의상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카이브의 솔직한 재해석
과거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닿은 디올 아카이브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한편 전임자들의 작업을 새롭게 재해석한 대담함을 드러낸 마리아. 무슈 디올이 사랑한 붉은색과 회색, 분홍색의 컬러 팔레트, 존 갈리아노 시절의 CD 모노그램과 풍부한 상상력, 라프 시몬스가 추구한 이브닝 룩을 벗어난 우아한 데일리 웨어의 추구 등 전임자들의 특별한 장점을 한데 풀어놓으며, 하우스의 유산과 새로운 시작의 교차점을 명시적으로 보여주었다.

디올의 첫 여성 디자이너로 데뷔전을 펼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디올의 첫 여성 디자이너로 데뷔전을 펼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W Korea> 디올의 독창성을 설명할 세 단어를 꼽는다면?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이번 컬렉션은 ‘여성, 자유, 대담함’에 대한 것이다. 여성스럽지만, 자기만을 위한 여성스러움 말이다. 여성들은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스스로 당당하며 아름답고 싶어 한다. 이것이 나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방식이다.

이번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 어떤 여성상을 마음에 그렸나?
디자이너는 여성들이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옷을 제공해야 한다. 사실 난 여성으로서 좀 더 현실적인 여성관을 지닌 편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여성은 신비의 대상이 아니다. 나는 오늘날의 여성들이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해 만족감을 추구한다고 진심으로 믿으며, 이 점은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내가 감사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나는 쇼를 통해 ‘스포츠 쿠튀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쿠튀르 의상과 스트리트 패션을 믹스하는 것에 집중했다.

앞으로 디올을 이끄는 데 있어 당신만의 비전은?
디올의 유산을 바라보는 나만의 비전을 정제하는 것이다. 가끔 사람들은 무슈 디올과 1950년대만을 떠올리는데 디올에는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이브 생 로랑, 마크 보앙, 존 갈리아노, 지안프랑코 페레, 라프 시몬스, 에디 슬리먼 등 그동안 경이로운 디자이너들이 디올과 함께해왔다. 그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하우스에 자기만의 흔적을 남겼고, 사람들이 디올을 받아들이는 관념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는 어떻게 보면 이번 첫 컬렉션에서 큐레이터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디올 모노그램처럼 이번 쇼를 통해 멋진 작품과 흥미로운 이미지를 발굴하고,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상징을 집중 조명했다.

에디터
박연경
PHOTOS
MORGAN O DONOVAN, COURTESY OF DIOR, MARIPOL, KIM HEE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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