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년대일까. 이번 S/S 시즌, 우아한 향락주의에 빠진 패션에 대하여.
지금 패션의 다이얼 위엔 1920년대의 향락주의가 올라서 있다. 뉴욕 디자이너들이 자국의 아메리칸 헤리티지에 집중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중 특히 이번 시즌에 각광받는 것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유산인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이다. 이 소설을 각색한 1974년 작 영화 속에서 미아 패로가 열연한 데이지 부캐넌을 기억하는지. 1920년대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온 젊은이들이 인생을 화려하게 즐기려고 했던 재즈와 향락의 시대였다. 당시 상류사회의 화려한 생활을 대변하듯 한낮의 티타임을 위한 데이 드레스와 큰 챙이 드리워진 모자, 스트레이트 실루엣이 돋보이는 깃털 장식의 플래퍼 룩 등은 미아 패로를 일약 패션 아이콘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을 디자인한 랄프 로렌은 이번 S/S 시즌, 다시 한 번 캣워크 위에 데이지 부캐넌을 환생시켰다. 로맨틱한 파스텔 톤과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이 돋보이는 샤르무즈 팬츠 수트, 조젯 블라우스, 은은한 꽃무늬의 오간자 드레스, 시퀸과 깃털이 풍성하게 장식된 이브닝 롱 드레스 등은 새로운 패션의 전성기라고 불리는 20년대의 풍요로움을 담고 있다. 남성복에서도 이런 흐름을 볼 수 있는데 2012 S/S 시즌의 프라다 맨즈웨어 모델들을 보면 마치 영화 속 로버트 레드퍼드를 떠올리게 한다. 참, 바즈 루어만 감독에 의해 새롭게 탄생할 영화 <위대한 개츠비>로2 0년대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 올해 연말에 개봉할 예정으로 극 중 데이지 부캐넌 역의 캐리 멀리건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호흡을 맞춰 얼마나 매혹적으로, 그리고 모던하게 이 룩들을 소화해낼지 기대된다. 한편 이번 시즌 마크 제이콥스와 구찌 등이 집중한 것은 1920년대의 말괄량이인 ‘플래퍼’였다. 당시성해방을 외치고 젊음을 즐기며 자유를 갈망하던 그들은 낮은 허리선에 단순하고 직선적인 실루엣의 슈미즈 드레스, 여기에 화려한 프린지 장식 등이 더해진 플래퍼 룩을 입고 재즈 바를 탐닉했다. 이러한 재즈 시대에 대한 오마주를 위해 마크 제이콥스는 카바레의 화려함을 바스락거리는 소재와 색감에 담아 캐주얼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반면 구찌는 글래머러스한 이탤리언 무드로 접근했고, 나아가1920년대를 대표하는 대담한 아르데코 모티프를 접목시켰다. 마르케사 역시 재즈 시대의 스타인 조세핀 베이커에게서 영감을 얻어 프린지 장식이 풍성한 플래퍼 룩을 쿠튀르적인 드레스로 표현하기도. 이처럼 밝고, 아름답고, 자유를 갈망하는 쾌락이라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혁명을 가져온 20년대의 ‘유토피아’가 우리 눈앞에 다시 펼쳐졌다. 그리고 우린 당시의 이 매혹적인 열병을 패션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 에디터
- 박연경
- 포토그래퍼
- 정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