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성역이었던 박물관의 문이 패션계를 향해 활짝 열렸다. 박물관은 다각도의 접근과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한 미학의 예술인 패션에 매혹되기 시작했고, 패션계는 전통을 세우고 기록을 보존하는 작업을 박물관과 공유해가고 있다. 대중적인 성공과 호평을 동시에 거머쥐고 블록버스터급 인기몰이를 할 환상적인 패션 전시 준비로 2012년 박물관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제목 루이 비통 마크 제이콥스 (Louis Vuitton Marc Jacobs)
기간 2012.03.07~2012.09.16.
장소 파리 장식미술박물관(Les Arts decoratifs) www.lesartsdecoratifs.fr
개요 “루이 비통은 단순한 패션 회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패셔너블한 것을 만들고,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아이콘, 즉 패션에 대한 생각을 가장 먼저 선보였죠. 하지만 그 과정에도 브랜드의 중심에는 불변의 것들이 남아있습니다. 여행과 세련미에 대한 전통적인 루이 비통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루이 비통의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세계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거죠.” 마크 제이콥스의 말이다. <루이 비통 마크 제이콥스> 전시는 루이 비통과 마크 제이콥스, 두 혁신가가 패션이라는 우주에 미친 영향력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1854년 루이 비통 하우스를 설립한 루이 비통과 1997년부터 루이 비통의 아트 디렉터를 맡아오고 있는 마크 제이콥스는 자신들이 속한 세계에서 문화 코드와 트렌드를 창조해나가며 동시대 패션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갔다. 루이비통이 활동했던 19세기는 산업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상황인 반면 마크 제이콥스가 이끌고 있는 21세기는 세계화가 정점에 도달한 시기라는 상반된 사실에 초점을 맞춰 각기 시대 상황과 함께 패션업계에 미친 그들의 창의적인 업적을 밀도 있게 다룬다. 전시관 1층에서는 트렁크 메이커이자 짐 싸는 전문가로 불렸던 루이 비통의 역사적인 트렁크와 함께 미술관의 19세기 패션 및 액세서리 컬렉션이 전시될 예정이며, 2층에 전시될 마크 제이콥스 섹션에서는 지난 15년 동안 루이 비통 하우스와 함께 이룩해온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의 장인 정신과 급격한 기술 발달에 따른 혁신적인 디자인, 예술가와의 공동 작업 등도 폭넓게 조명한다.
제목 로다테 프라 안젤리코 컬렉션 (Rodarte: Fra Angelico Collection)
기간 2011.12.17~2012.02.05
장소 LACMA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www.lacma.org
개요 패션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게 한 신예 쿠튀리에 로다테 자매가 초기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와 로마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인 프라 안젤리코의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얻은 쿠튀르 컬렉션을 LACMA가 소장한 고전적인 르네상스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시폰, 오간자, 새틴, 태피터 같은 섬세한 실크 소재에 녹아든 캔터루프, 민트, 핑크 같은 사랑스러운 색감과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에 있는 베르니니의 바로크 양식 조각품 ‘성녀 테레사의 황홀’에서 모티프를 얻은 금속 장식이 드라마틱하게 어우러진 신화적인 드레스 컬렉션은 로다테 자매의 예술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낸다.
제목 이브 생 로랑 회고전 (Yves Saint Laurent: The Retrospective)
기간 2012.03.25~2012.07.08
장소 덴버 예술 박물관 (Denver art museum) www.ysldenver.com
개요 “이브 생 로랑은 자유주의자였고 무정부주의자였다. 그의 패션은 사회를 변화시켰으며, 그는 여성들에게 능력과 권위를 부여했다.” 패션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열정으로 자유롭게 예술의 영역을 관통했던 혁명적인 아티스트이자 20세기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헌사를 받는 이브 생 로랑. 여성을 위한 최초의 팬츠 수트를 발표해 그들에게 자유를 선사했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역사의 변화와 함께했다. 또한 마티스, 피카소, 몬드리안 같은 미술가들의 예술 세계를 색과 패턴의 배합으로 표현한 의상들은 혁신적이고 대담했으며 회화뿐만 아니라 건축과 음악 등 각종 장르를 넘어선 크로스오버 작업에 도전한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1958년 디올 하우스에서 트라페즈 컬렉션으로 첫 번째 데뷔쇼를 선보인 순간부터 2002년 생애 마지막 런웨이 쇼에 이르기까지 40여 년간 창조해낸 2백여 개의 오트 쿠튀르 의상과 함께 그의 상상력 넘치는 드로잉, 역사적인 사진, 필름 등이 전시된다. 시대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꿰뚫어보고 한발 앞서 창조했던 예술가로서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20세기 패션 역사의 정점에 서 있었던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제목 볼가운 1950년대부터 이어져온 영국적인 아름다움 (Ballgowns: British Glamour Since 1950)
기간 2012.05.19~2013.01.06
장소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V&A Museum) www.vam.ac.uk
개요 레드 카펫을 수놓은 환상적인 쿠튀르 드레스부터 데뷰탕트 이브닝드레스에 이르기까지, 1950년대부터 이어져온 영국의 정통성을 느낄 수 있는 찬란한 유산들이 집결한다. <볼가운: 1950년 이후의 브리티시 글래머> 전시에는 노먼 하트넬이 디자인한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드레스를 비롯한 60여 벌의 화려한 드레스들이 전시된다. 캐서린 워커가 디자인한 다이애나비의 엘비스 드레스 같은 왕실 의상, 버락 오바마의 취임식 때 비욘세가 입은 런던 쿠튀리에 랄프&루소의 새틴 드레스, 존 갈리아노가 디자인한 그웬 스테파니의 웨딩드레스와 함께 알렉산더 매퀸, 비비안 웨스트우드, 자일스 디컨, 에르뎀 등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호화로운 드레스의 향연도 펼쳐진다. 이번 전시를 큐레이팅한 오리얼 컬런은 볼가운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처음에는 거대한 볼륨과 열기구처럼 풍성하게 퍼지는 종 모양의 드레스만이 볼가운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컬렉션을 두루 살펴본 결과 볼가운은 공식적인 연회에 등장한 웅장하고 찬란한 이브닝드레스를 의미해요.”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상황과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해온 볼가운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목 다이애나 브릴랜드 회고전 (DianaVreeland after dianaVreeland)
기간 2012.03.26~2012.06.10
장소 베니스 포추니 미술관 (Palazzo Fortuny) www.museiciviciveneziani.it
개요 “브릴랜드는 마법을 두려워하지 않은 마술사이자 악마였다.” 유명 패션지의 전설적인 편집장이자 <메트로폴리탄>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유능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패션계의 대모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타고난 안목과 모험적이고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이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해서는 돈이 아니라 영감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그녀의 확고한 취향은 미국 패션을 매료시켰고 날카롭고 예리한 눈은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리처드 아베돈과 어빙 펜,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 스타일 아이콘 재클린 케네디 같은 천재적인 감수성을 가진 인물들을 발굴해냈다. 20세기 패션계를 이끈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장엄한 발자취를 좇으며 그녀의 패션 스타일과 생애에 헌정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의 천재적인 패션 판타지와 감식안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패션 화보 작업과 세계에서 공수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생전에 그녀가 즐겨 입었던 이브 생 로랑과 지방시, 발렌시아가, 엘자 스키아파렐리, 푸치 등의 하우스에 보관된 전설적인 아카이브 의상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공수될 예정이다.
제목 21세기의 아제딘 알라이아 (Azzedine Alaia in the 21st Century)
기간 2012.12.11.~2012.05.06.
장소 네덜란드 흐로닝어 뮤지엄 (The Groninger Museum) www .groningermuseum.nl
개요 “패션은 죽었다. 요즘 디자이너들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옷에만 관심이 있다. 오직 알라이아만이 패션의 제왕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가 수많은 추종자들을 보유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는 진정으로 보여줄 만한 무언가가 있을 때에만 비로소 패션쇼를 연다.” 이 시대 초일류 양재사, 우리 시대의 마지막 거장, 패션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남자.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군림하며 경외와 칭송을 받는 튀니지 출신의 쿠튀리에 아제딘 알라이아. 그는 여자의 몸을 치밀하게 사유하여 특유의 곡선 재단을 통해 여성의 체형을 아름다운 실루엣으로 표현한다. 이를 알라이아 셰이프라고 하는데, 허리를 조르고 몸의 라인을 두드러지게 한 이 독특한 조형은 1986년 이후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섬세하게 여체를 나타내는 예술에 가까운 옷을 보여주는 그는 파리에서 조각을 전공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인체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1997년 흐로닝어 박물관에서 열린 알라이아의 회고전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악어의 등이 그대로 드러나는 가죽 테일 코트부터 보디컨셔스 이브닝드레스에 이르기까지 지난 10여 년간 아제딘 알라이아의 손끝에서 탄생한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은 그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가죽, 벨벳, 모피, 울, 니트 등의 다양한 소재에 중심을 맞춰 구성되는데, 모피나 가죽같이 거칠고 투박한 소재로도 여성의 관능미를 표현하는 아제딘 알라이아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제목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Rouboutin)
기간 2012.03.28~2012.07.01
장소 런던 디자인 박물관(Design Museum) www.designmuseum.org
개요 여성을 아름답고 섹시하게, 여성의 다리를 가능한 한 최고로 가늘고 길어 보이도록 해주는 슈즈를 만드는 프랑스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 파리에 위치한 나이트 클럽의 쇼걸들의 의상에 매료되어 12세 때부터 슈즈 디자인을 시작한 그의 강렬한 열정은 제품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매혹적으로 빛나는 새빨간 밑창과 아찔하게 솟구친 엄청난 높이의 굽,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라인으로 전 세계 여성들에게 메가톤급 인기를 얻고 있는 루부탱 슈즈는 여성에게 황홀한 매력과 우아함을 선사한다. 루부탱이 걸어온 20여 년간의 행적을 회고하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예술적인 감성과 조형적인 디자인 감각, 장인 정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어우러진 수공예 슈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카바레와 쇼걸, 판타지와 동화, 예술과 건축, 영화, 풍경과 여행에서 풍부한 영감을 얻은 창의력 넘치는 작품들과 함께 2007년 파리에서 열린 전시 ‘페티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제품들과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와 컬래버레이션한 사진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제목 장 폴 고티에의 패션 세계 (The Fashion World of Jean Paul Gaultier: From the Sidewalk to the Catwalk)
기간 2011.11.13~2012.02.12
장소 댈러스 예술 박물관(Dallas art museum) www.dm-art.org
개요 작년 캐나다의 몬트리올 미술관에서 시작된 장 폴 고티에의 회고전은 무려 17만3천여 명을 매료시키며 대성황을 이루었고, 미국 댈러스 미술관이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1970년대에 등장해 파리 패션계의 오랜 관행을 깨뜨리며 앙팡테리블이라는 별명을 얻은 장 폴 고티에는 성(性)에 대한 미적 코드를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에 담아 자신만의 철학으로 비틀었고, 다양한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강렬한 시각적 향연을 펼쳐왔다. 고티에의 회고전을 기획한 몬트리올 미술관의 큐레이터 나탈리 봉딜은 “오랜 기간 동안 오트 쿠튀르를 거쳐 획득한 장인 의식과 풍부한 상상력을 넘어 그의 작품 속에는 현대 사회의 시각과 내면의 광기, 감성, 즐거움, 사회를 보는 독특한 시각이 함께 녹아 있다” 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는 1976년부터 2010년까지 35년간 기성복과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발표한 140여 벌의 옷과 각종 스케치, 패션 화보가 담긴 아카이브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전설적인 콘브라 뷔스티에와 뤽 배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의 의상들, 발레 공연과 뮤직 비디오에 등장한 코스튬들이 영상과 함께 어우러져 고티에만의 요체를 심도 있게 성찰한다. 2월 12일까지 달라스 미술관에서 열리는 장 폴 고티에의 회고전은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 3월 24일부터 8월 19일까지 드 영 미술관에서 계속된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정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