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들의 산책

배그림

프랑스 북동쪽 피카르디 지방의 에름농빌에 자리한 장 자크 루소 공원, 이 광활한 대자연의 품속에서 우리는 에르메스 하우스의 본질을 되새기며 소요했다.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숲속 풍경.

구조적인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해준 연주자들.

고대 신화 속에서 볼 법한 신성한 의식이 치러졌다.

에르메스는 해마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Theme Launch Event’를 연다. 이번에 우리를 초대한 곳은 바로 프랑스 북동쪽 피카르디 지방에 자리한 에름농빌의 장 자크 루소 공원. 올해는 자연과의 조우를 주제로 에르메스의 하우스 정신을 체험하는 의식이 펼쳐졌다. 에르메스는 시작부터 자연안에서 존재했다. 자연은 영원하고, 이상적이며, 그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의식을 가진 브랜드기에 이번 이벤트는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흘러갔다. 행사가 이루어진 장 자크 루소 공원은 〈풍경에 대한 에세이〉의 저자 르네 루이 드 지라르댕이 유럽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조성한 곳으로 18세기의 정취가 가득한 곳이다. 특히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을 집필한 곳이 바로 여기다. 비록 책은 미완으로 남겨졌지만, 그가 책 속에서 열 번의 산책이라 남긴 글은 모두 이곳을 거닐며 보고 느낀 감상과 사유의 편린들로 채워진 것이다. 이번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자연과의 조우 역시 자연으로의 회귀를 외친 장 자크 루소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장 자크 루소는 1778년 7월, 이곳 에름농빌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자기 자신 자신을 알기 위해 필수인 고독과 평온을 이곳에서 누렸고, 그의 삶에서 가장 내밀하고 몽상적인 시간을 바로 이곳에서 보냈다. 루소는 말년에 이르러 자연으로의 회귀를 추구했는데, 문명의 발전이 자연의 조화를 파괴하곤 하지만 음악, 특히 자연의 노래를 통해 그 조화로움을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우리는 장 자크 루소의 말을 돼새기며 숲과 몽상, 음악의 여정을 시작했다.

태초의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는 듯한 행위 예술가는 숲 곳곳에서 나타났다.

숲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나눠준 빨간 목 장식.

빨간 딸기 푯말을 들고 숲을 거닐었던 행위 예술가.

밤이 되자 숲은 환상적인 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먼저 60헥타르에 이르는 공원의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한 뒤 입구에서 우리는 중세 시대의 화려한 장신구를 연상시키는 수상한 목 장식을 건네받았다. 새빨간 장식을 마치 기이한 의식처럼 목에 걸고 호기심으로 가득 차 울창한 숲속 산책로를 거닐었다. 중간중간 숲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하얗고 빨간 옷을 입은 연주자들은 숲이 내쉬는 숨소리에 맞춰 아름다운 음을 연주했다.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연기와 신성한 음악은 마치 천국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면 바로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광경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산책로를 거닐며 곳곳에서 마주치는 연주자들과 행위 예술가들은 숲을 거니는 우리에게 자유로움과 감사의 마음을 선물했다. 그렇게 걷는 동안 의식은 자연스레 우리를 내면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장 자크 루소가 말년에 느낀 기분도 이런 것이었을 터. 모르는 새 ‘나 자신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었다. 이어 장 자크 루소의 책 <고독한 몽상가의 산책> 중 한 구절이 떠올랐다. ‘고독과 명상의 시간은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이 되어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이 바랐던 상태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시간이다.’ 순례를 마치고, 저녁 식사 시간에 우리는 또 한 번의 웅장한 대자연과 마주했다. 성찬이 차려진 야외 테이블 앞으로 깊은 어둠에 잠긴 숲을 환상적인 빛으로 비춰 드라마틱한 광경을 선사한 것. 잠자는 숲은 화려한 빛으로 인해 낮과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르게 펼쳐진 또 하나의 천국을 눈에 담았고, 그때의 숲은 우리를 한없이 품어줄 것 같았던 푸르름과는 사뭇 달랐다. 한편 한켠에서는 돔 구조물로 만든 무대에서 딱 그 시간대와 어울리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잠시 눈을 감고 음악을 느끼며 밤의 기운을 만끽했다. 그리고 만찬이 끝날 즈음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스 뒤마의 연설이 이어졌다. 그는 에르메스가 지향하는 생각과 문화를 체험하도록 한 이번 이벤트의 본질을 명료하게 정리해주었다. 짧은 연설을 듣는 동안 우리는 모두 숨죽여 경청했고, 미소를 지으며 암묵적 동의를 보냈다. “루소가 말하는 자연은 항상 조화를 의미합니다. 나 그리고 나 자신과의 조화, 나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조화. 우리의 깊숙한 감성인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서만 인간은 분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와, 그리고 인류의 고향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조화롭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장 자크 루소의 꿈이자, 동시에 에르메스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에르메스는 자연으로부터 시작했다. 자연은 영원하며, 유일하고, 이상적이다. 그리고 자연은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다. 자연과 사람의 융합. 이 체험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에르메스 하우스의 본질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산책을 하는 내내 숲에서는 몽환적인 연주소리가 울려퍼졌다.

연기와 함께 흩뿌려진 아름다운 종소리.

울창한 숲 가운데 평화롭게 흐르는 아름다운 강이 있었다.

저물녘의 숲에서 감상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에디터
김신
PHOTOS
COURTESY OF 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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