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용이 떴다. 용가리나 고질라를 말하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 8월 12일 개봉한 <Pete’s Dragon> 이야기다. 1977년작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실사를 바탕으로 디즈니가 구현한 용이 등장하는 가족용 판타지물이다. 산림감시원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그녀의 아버지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광활한 숲 속에서 홀로 6년을 산 꼬마 소년 피터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출발한다. <정글북>의 모글리를 연상시키는 그런 소년이다. 그러나 엄밀히 피터는 혼자가 아니었다. 늑대가 모글리를 길렀듯이 피터를 지켜준 이는 엘리엇이라는 거대한 용. 과거 <드래곤 길들이기>가 애니메이션 세상의 귀여운 용을 소개했다면, <Pete’s Dragon>은 압도감 있고 신비한 존재를 창조했다. ‘어떤 비밀들은 지키기엔 너무 크다’는 영화의 메인 카피, 누가 뽑았는지 잘 뽑았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이 잡혀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언제 개봉할지 아직 기약이 없다. 예고편을 보면 절벽에서 번지점프하는 피터를 어딘가에서 나타난 엘리엇이 재빨리 낚아챌 때, 피터가 사람들에게 동굴 안에 몸을 숨긴 엘리엇을 처음 소개할 때, 온몸의 털이 바짝 선다. 자연을 떠나 세상 사람들의 곁으로 나온 피터, 피터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수호신이었던 엘리엇은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걸까? E.T.는 돌아갈 자기네 별이라도 있었지 이 용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이 굉장하고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은 단지 디즈니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실사 영화들 중에서 TOP급이 아니다. 디즈니가 여태껏 선보인 작품들 중 TOP급이다.”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지금까지의 리메이크 영화들 중 최고다.” 미국 영화정보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와 IMDB의 리뷰들만 훔쳐보며 용 만나는 그날을 기다릴 수밖에. 참, 꼬마 소년의 이름은 ‘Peter’가 아닌 ‘Pete’지만 국내에선 발음상 더 익숙한 영어명으로 ‘피터’라 쓰일 것 같은 분위기다.
- 에디터
- 권은경
- PHOTOS
- COURTESY OF WALT DISNEY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