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존재감은 잊힐 틈이 없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영화계에선 알프레드 히치콕이 그렇다. 히치콕을 연구한 수많은 서적과 더불어 지난 몇 년 간만 해도 히치콕의 부인 알마 레빌을 조명한 영화 <히치콕>, HBO의 TV 영화 <더 걸>, 히치콕 영화를 모티프로 제작된 뮤지컬 <레베카> 등 히치콕과 연관된 콘텐츠가 계속 등장했다. 영화 감독들에게 히치콕은 교본 같은 존재다. ‘스릴러’ 하면 떠오르는 브라이언 드 팔마는 평생 히치콕을 응용하기 위해 노력한 히치콕의 후예이고, 구스 반 산트는 <싸이코>를 리메이크 하며 장면 장면을 아예 똑같이 찍는 오마주를 했다. 과거 <현기증>을 보고 ‘저런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서’ 영화 감독을 꿈꾸게 됐다는 박찬욱은 작품을 찍기 전에 히치콕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히치콕이 영화를 만드는 문법대로만 피사체를 대하면 무조건 그럴 듯한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영화 감독이 있을 정도다.
8월 4일부터 9월 6일까지, 전국 CGV아트하우스 8개관에서 상영되는 ‘히치콕 특별전- All About Hitchcock’은 아직도 ‘오리지널’ 영화를 감상하지 못한 이들에게 좋은 기회다. <싸이코> <새> <이창> <현기증> 같은 대표작 상영과 더불어 매주 화요일엔 평론가 이동진의 해설이 곁들여지는 스페셜톡 ‘이동진, 히치콕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까지 진행된다. 이 특별전에서 눈길을 끄는 건 다큐멘터리 <히치콕 트뤼포>. 수십 년 전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과 히치콕이 무려 일주일에 걸쳐 인터뷰한 것을 엮은 대담집 <히치콕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에서는 당시 두 감독이 대화 나누던 목소리나 주고 받은 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마틴 스콜세지와 데이빗 핀처 등 명 감독들이 직접 출연해 히치콕을 찬양한다. 마틴 스콜세지가 콕 집어 말하는 히치콕 영화의 특징은? “놀라운 사실은 관객의 기대가 계속해서 뒤집힌다는 점이죠.” 올 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기도 한 <히치콕 트뤼포>는 8월 중 국내 개봉한다. 여름의 마무리는, 서스펜스의 거장과 함께.
- 에디터
- 권은경
- PHOTO
- GETTYIMAGES / IM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