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테이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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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지 않고 서울에서 휴가를 즐기려면, 하룻밤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곳부터 찾아야 한다. 카페만큼 많은 숙박 공간 중 개성 있는 부티크 호텔, 렌털 하우스 등을 추렸다. 예약 버튼 빨리 누르는 사람이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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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카푸치노

| 호텔 카푸치노 |

원스톱 휴가를 책임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차병원 사거리에 이르는 거리는 사람보다 차가 더 오가는 구간이지만, 카푸치노 호텔에 들어서면 체증이 풀리는 기분이다. 어번 라이프 스타일 호텔을 표방하는 이곳 1층에는 자연광이 들어 오는 카페와 야외석, 노트북을 펼치고 시간 보내기 좋은 기다란 테이블이 있어 투숙객이 아닌 이도 환영 받는다. 건물 곳곳에서 일러스트와 오브제 등으로 눈에 띄는 귀여운 악마 형상은 카푸치노 호텔의 캐릭터.  ‘악마가 들어와도 천사가 돼서 나간다’는 이 호텔만의 스토리텔링을 품고 있다. 괜한 과장이 아니다. ‘공유가치 창출’을 철학으로 내건 이곳엔 보통 사람도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있다. 바닥에 천사 날개가 그려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오르내리며 카드키를 찍을 때마다 500원씩 적립되고, 이렇게 쌓인 소액은 체크아웃 시 기부금으로 전환된다. 객실에 비치된 여분의 어메니티를 굳이 사용하지 않았을 땐 깜짝 혜택이 있다. 각종 NGO 단체로 연결되는 호텔 내 장치가 있는 데, 알아가면 꽤 흥미로울 것이다. 반려동물과 숙박할 수 있는 바크룸엔 선물 보따리(내가 아닌 반려동물을 위한)와 피곤하신 반려 동물님을 위한 히노키 탕도 준비 되어 있다. 호텔 카푸치노의 하이라이트는 17층 루프톱 바. 강남에 ‘경치’랄 게 있는진 모르겠지만, 길가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식별될 정도의 높이에서 뻥 뚫린 하늘을향해앉아있는기분이꽤근사하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숙박, 헬스장, 카페, 레스토랑, 디제이와 함께하는 나이트 라이프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휴가를 꿈꾸는 사람, 나의 반려동물 역시 고객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
  • 이곳을 찾을 때 예상되는 상황
    로비에서부터 재미난 요소에 이끌려 층층마다 구경하러 돌아다닌다. 이윽고 호텔 맨 꼭대기 층, 창 하나 없이 시원하게 뚫려 있는 루프톱 바를 발견하곤 환호성을 지른다. 여름밤의 로망에 부풀어오른다.
  • tip
    루프톱 바는 그냥 루프톱 바가 아니다. 여기서 요가나 우쿨렐레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스트레칭을 하며 목을 들었을 때 저 위에 하늘이 열려 있는 순간이라니, 조금 비현실적이다.
이화루애

이화루애

| 이화루애 |

언덕 위에 우리끼리

수년째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이화동 벽화마을’ 주변에는 낙산성곽길을 따라 여러 갈래 골목이 있다. 이화루애는 동네 주민들만이 오갈 법한 언덕에 자리한다.  1층의 한 공간은 파스텔 뮤직이 쇼룸으로 쓰고, 그 외에는 오로지 투숙객의 세상이다. 1층은 10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각종 주방용품이 비치된 오픈 키친. 커틀러리와 식기류는 충분하니 배달 음식 시켜 먹을 생각 말고 요리 재료만 충분히 준비해 오면 된다. 위아래, 옆을 꼼꼼히 관찰하면 이 건물의 역사가 보여서 재밌다. 와인 거치대 너머의 오래된 신문지 벽은 빈티지 느낌을 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실제 이 터에 남아 있던 흔적이다. 60, 70년대 적산가옥을 조금씩 증축하면서, 대여섯 가구가 모여 살던 건물이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면 천장의 연대기가 고스란 히 드러난다. 부엌 쪽, 테이블이 놓인 쪽, 가장자리 쪽 천장 상태가 모두 다른 것 역시 건물 원형을 보존하면서 개축한 시간의 궤적을 보여준다. 침대와 TV가 있는 2층 공간은 나뭇결과 서까래, 하얀 침구가 어우러져 더없이 평온한 인상을 전한다. 침대 프레임과 화장실 문, 싱크대 등의 나무는 이곳을 공사하면서 남은 부자재를 활용했다. 제법 널찍한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동네는 이화루애까지 걸어 올라왔을때의 느낌과 또 다르다. 호텔이 특별한 외박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라면, 렌털 하우스인 이화루애에선 내 집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무엇보다 여럿이 휴가를 보내기에 제격이다. 실제로 브라이들 샤워 나 친구끼리 투숙하는 경우가 많다고. 서울 외 지역으로 멀리 떠나긴 부담스러운 가족이 특별한 기분을 낼 때도 안성 맞춤이다. 아침 식사는 토스트가 좋겠다. 소유하고 싶은 드롱기의 빈티지 토스터가 두 개나 있다. 인스타그램 포스팅 (“#토스트와커피한잔의여유”)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은밀하고 사적인 파티 플레이스를 찾는 무리, 한시적이나마 복층집 한 채를 소유한 듯한 기분을 내고 싶은 무주택자.
  • 이곳을 찾을 때 예상되는 상황
    자꾸 혼잣말을 한다. ‘여기가 내 집이었으면…’
  • tip
    크리에이터 그룹 Z LAB은 과거와 현재가 정답게 공존하는 성곽 주변의 이화동에 대한 애정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이 마음에 든다면, Z LAB의 또 다른 디자인 프로젝트인 서산 ‘제로 플레이스’, 제주도 ‘눈먼고래’ 펜션과도 궁합이 맞을 것이다.
호텔 소설

호텔 소설

| 호텔 소설 |

골라 묵는 재미

무려 12가지 테마의 객실이 있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사방으로 뻗어가는 큐브 스위트, 고성의 수도원이나 와이너리 창고 같기도한 돔 스위트, 나무와 대리석으로 꾸민 다운 스위트 등 객실을 선택할 때부터 쇼핑하는 기분이 날지 모른다. 객실 내에 수영장이 있는 펜트하우스와 3개 층을 한 공간으로 아우른 또 다른 펜트하우스가 탐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1층은 빔 프로젝트를 쏘는 공간으로, 2층은 침실, 3층은 자쿠지로 구성된 트리플시네마펜 트하우스는 그 규모감도 놀라운데 천장마저 개폐 형이다. 실내 수영장을 품고 있는 펜트하우스 역시 파티 공간으로 쓸 만한 1층과 2층 침실로 복층 구조다. 작년에 왔던 투숙객이 잊지 않고 또 찾을 만하다. 어디서 본 적 없는 구조와 인테리어는 독특한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 대리석, 타일, 나무, 벽돌 등의 재료가 바닥에서 벽으로, 벽에서 천장으로 확장되는 데다 비교적 객실의 층고가 높아 넓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엔 음료가 비치돼 있고, 여기서 배달 음식을 펼쳐놓고 먹을 수도 있다. 조식은 양식이나 한식 상차림. 레스토랑은 따로 없지만,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겠다. 서초동 남부터미널 역 근처, 음미하게 만드는 객실에 콕 처박혀 뒹굴거리는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객실 고르는 재미부터 소중한 사람, 연인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성 공간을 찾는 사람.
  • 이곳을 찾을 때 예상되는 상황
    옆방과 윗방도 궁금해서 숙박 연장이 가능한지 문의한다.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얻어 간다.
  • tip
    여느 호텔과 달리 가끔 석식을 곁들인 지적인 세미나를 연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알바루 시자를 이해하는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호텔 28

호텔 28

| 호텔 28 |

명동의새순간

명동예술극장 옆 명동증권빌딩은 위로 높다기 보다 옆으로 넓은 건물이었다. 이곳이 부티크 호텔로 다시 태어난다. 호텔 이름의 ‘28’은 영화 배우 신영균의 출생연도다. 그와 그의 아들이 공들여 세운 만큼, 영화라는 주제와 뗄 수가 없는 호텔이다. 부대시설인 ‘시네마테크’에선 때때로 제주영화박물관에서 공수한 한국 고전영화 필름이 돌아가고, 명동을 오가던 사람들은 자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디렉터스 스위트룸은 에르메스 가구로 채웠다. 에르메스와 이곳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신영균이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에르메스로부터 ‘디렉터스 체어’를 헌정받은 일을 들 수 있겠다. 호텔의 연결고리와 더욱 끈끈한 건 YG 리퍼 블리크. 돼지고기 전문점인 ‘푸줏간’과 브런치 카페인 ‘쓰리버즈’ 등 YG의 손길이 스친공간이 입점해 있다. 볕이 들어오는 브런치 레스토랑과 루프톱 바, 각종 전시를 위한 갤러리까지, 이곳은 단지 숙박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상점들에 질려 한동안 갈 이유를 찾지 못했던 명동에 오랜만에 가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7월 오픈 예정.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인프라 풍성한 번화가를 선호하는 사람, 상권만 발달한 명동에 자주 갈 일이 없지만 사실 예전에는 명동을 좋아했던 사람.
  • 이곳을 찾을 때 예상되는 상황
    호텔 곳곳에서 마주치는 영화적 색채 덕에 명동을 쇼핑 대신 ‘문화’로 인식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 tip
    전 객실에 무료 미니바와 네스프레소 머신이 있다. 럭셔리 부티크 호텔을 표방하는 만큼, 여행 정보를 소개하고 공연 등 각종 티케팅을 대신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운영한다. 물론 한국말에 서툰 외국인을 위해서다.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조영수
일러스트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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