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가 더블유의 화면 속으로 들어오자 아름다운 미장센이 완성되었다.
“컷!” 감독 신민아가 외쳤다. ‘미장센 영화제’ 트레일러 촬영에서 극 중 극의 연출자인 윤종빈 감독과 잠깐 자리를 바꿔 디렉터 체어에 앉는 설정의 장면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영화제이자 젊은 영화인의 인큐베이터가 된 미장센 영화제 출신의 감독, 그리고 같은 이름을 가진 인연으로 영화제를 후원하는 헤어케어 브랜드 미쟝센의 오랜 모델인 배우는 영화제 15 주년을 기념한 이 짧은 영상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 자신이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조연으로 연기를 했으며, 몇몇 영화에 카메오 출연도 한 윤종빈 감독은 카메라 뒤가 아니라 앞에 서는 일이 어색하지 않았다. 신민아와는 이미 연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장률 감독 최근작인 <춘몽>에서 윤종빈 감독이 배우로 출연하고, 전작 <경주>로 인연이 있는 신민아가 특별 출연하면서. “다른 감독들이 연출하는 ‘타인의 현장’이 아니라 연출을 하면서 동시에 연기하는 상황이죠. 덕분에 배우들이 일하며 예민해지는 순간에 대해 더 이해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군도> <범죄와의 전쟁> <비스티 보이즈> 등 윤종빈의 필모그래피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난다. 주로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춰 남성적인 서사의 이야기를 해온 이 감독은 여배우와 언제쯤이나 장편 작업을 하게 될까? “민아 씨와 영화를 찍어볼 기회가 온다면 저에게는 정말 큰 기쁨이죠. 트레일러에서도 약간의 액션신이 있기도 하지만, 액션 영화가 어울릴 것 같아요. 민아 씨의 건강한 이미지와 길고 시원한 몸의 움직임이 어우러져 좋은 스펙터클이 나올 듯해요.” 한편 CF의 여왕이지만 단편영화 작업은 생소한 신민아에게 이번 트레일러 작업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광고 영상처럼 비주얼만으로 가는 건 아니고 5분 정도의 짧은 호흡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니까요.” 두 사람이 손잡은 15주년 특별 단편영화 <미쟝센의 매듭>이 공개되는 이번 영화제는 역대 최대 편수인 1037편의 공모를 거쳐 선정된 63편의 단편을 6월 23일부터 8일 동안 소개한다. 젊은 감독과 배우, 스 태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땀방울이 모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윤종빈 감독과 신민아를 포함한 현장에 흐르던 영화인들의 훈훈한 동료애까지도.
<W Korea>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을 몇 해 동안 해왔다. 배우로서 어떤자극이나 영향을 받는지 궁금하다.
신민아 이 브랜드의 모델을 7, 8년동안 해오면서 두세 번 영화제 심사위원 일도 해봤다. 처음에는 ‘이 많은 영화를 언제 다 보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금방 다 보게 되더라. 기발한아이디어, 재능 넘치는 신인 감독들을 알게 되어 기뻤다. 이런 감독님들이 나중에 장편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나와도 나중에 작품으로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재밌었다. 각 분야에 있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현승 감독님을 비롯한 선배들이 신인 감독들을 위해 나서서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참 보기 좋다. 이렇게 순수한 축제이자 영화인들의 네트워크가 있다는 게 따뜻한 일인 것 같다.
미장센 영화제는 액션, 멜로, 코미디 등의 장르를 나누어 심사한다. 당신이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장르, 또 배우로서 선호하는 장르는 어느 쪽인가?
관객으로서는 스릴러나 멜로 장르를 좋아한다. 배우로서는 사회적인 소재의 이야기도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다. 아주 진지하거나 건조할 정도로 현실적인 캐릭터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오랫동안 스타로 지내왔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나 <경주>에서의 캐릭터와 연기가 신선했는데, 작가주의 영화, 다양성 영화에 집중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나?
상업 영화나 드라마도 좋지만 기회가 된다면 감독 색깔이 살아있는 저예산 예술영화, 기존에 하지 않았던 영화를 더 해보고싶다. 물론 여러 여건이 맞아야겠지만. <경주>의 경우 나로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영화의 템포, 캐릭터의 속도가 내 성격과 잘 맞아서 편한리듬으로 연기를 했다. 다시 느슨한 호흡을 가진 영화 작업을 해봤으면 좋겠다는생각도 드는데, 그런 것은 어떤 특정 작품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여자 배우들 인터뷰를 해보면, 멜로 영화의 제작 비중이 줄어들고 남성적인 영화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 출연할 만한 작품이 없다는 고충을 토로 한다. 이런 현실에 대한 공감과 고민이 있나?
한 영화에 남자 주연 두세 명, 여자 한 명이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배우로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관객으로서도 역시 여자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유럽 영화나 예술 영화일수록 여성 캐릭터가 현실성 있게 도드라진 경우가 많다. 물론 상업적으로 성공하니까 남성 중심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겠지만, 한쪽으로 쏠리는 한국 영화로서도 고민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여성 원톱, 투톱 주인공 영화들이 잘됐을 경우는 내 일 같지 않게 기쁜 마음도 든다. 여배우들이 드라마 작업을 많이 하는 것을 두고 드라마가 더 잘맞나 생각하는 분도 많던데, 사실 기획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요즘 당신이 재밌어 하는건 뭔가?
패션도 예전 유행이 다시 돌지 않나, 내가 태어나기 전에 존재한,시원 같은 어떤 것을 찾아 보는게 재밌어졌다. 청바지의 원형, 포크 음악의 기원 같은 옛날 것들을 지금 찾아보는 거다.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 오드리 헵번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최근에다시 봤는데, 영상이나 패션이 전혀 낡지 않았더라. 그런 당대의 배우들이나랑 비슷한 나이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연기를 하고 어떤 시대를 표현했는지 살펴보는 일이, 오히려 미래의 새로운 뭔가를 살피는 일만큼 신선한 것 같다. 문화는, 예술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어떤 배우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나?
내가 하고 싶은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갭은 언제나 존재한다. 캐릭터를 만나고 공감하면서 스스로 영화를 봤을 때 뿌듯한 마음이나 위로감을 남기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보다 스스로의 평가가 중요한가?
대중의 시각은 너무 다양하니까. 외부의 평가보다는 내 일과 내 사생활을 통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기를 늘 바란다. 살면서 여러 조건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예인의 삶은 화려한 물질에 둘러싸여 있고 남들의 평가에 크게 좌우될 텐데, 내적인 충만을 중요시한다는 게 신선하다.
좋은 것을 많이 누리고 비싼 물건을 가져도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원하는 것, 바라는 행복,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생겼다.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다잡는다고 할까?
- 패션 에디터
- 이경은
- 피쳐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장덕화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강윤주, 헤어|박선호, 메이크업 | 최시노(Urbandecay)(신민아), 선녀(윤종빈), 세트 스타일리스트 | 김민선, 어시스턴트 | 홍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