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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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월 첫 개인전 이후 쉴 틈 없이 달려온 일러스트레이터 김세동(Sambypen).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의 반을 보낸 그는 여전히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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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김세동

김세동은 인기가 많다. 190cm나 되는 큰 키에 귀여운 얼굴, 심지어 스타일까지 좋지만 외모보다 주목받는 것은 그가 그린 그림이다. ‘Sambypenʼ이라는 이름으로 패러디 위주의 그래픽과 페인팅 작업을 하고 있다. 폴란드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2015년 한국에 들어왔고, 그해 9월 첫 개인전에선 전시한 모든 작품이 ‘완판’됐다. 첫 전시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작가 김세동, 그리고 그의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 비벤덤(Bibendum)을 패러디한 작품은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고,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다. 비벤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관심사였던 패러디 아트를 기반으로 자신의 기억과 습관을 접목시켰다. Kaws가 미키마우스에서 영감 받아 자기 식대로 풀어냈듯이. 비벤덤을 패러디한 캐릭터는 시그너처 캐릭터가 되었다. 이후 스트리트 브랜드 리타와 진행한 두 번의 캡슐 컬렉션이나 휠라와의 협업 등 짧은 시간 동안 굵직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대세 아티스트로 떠올랐다.

왜 미쉐린과 BIC가 자신을 표현한다고 생각했나? 어렸을 때 뚱뚱해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 어릴 적 아빠랑 차를 타고 가다가 미쉐린의 비벤덤 캐릭터를 자주 봤는데 나와 비슷하다 생각했다. BIC의 경우 내 습관을 나타낸다. 그림 그릴 때 펜이랑 담배 피울 때 쓰는 라이터가 전부 BIC 제품이다. 과거의 모습, 기억은 비벤덤에서, 현재의 습관은 BIC로 나타낸 거다. 기억과 습관을 합쳐서 내 자화상을 상업적으로 표현했다.

특정 회사의 캐릭터를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나? 개인전을 하기 전에 미쉐린 코리아에 메일을 보냈다. 전시 전에 먼저 와서 작품도 보고 설명을 듣고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줬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자기 표현을 위한 수단이어서 이해해준 것 같다.

패러디와 카피의 경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작가 개개인의 스토리에 따라서 패러디인지 카피인지가 어느 정도 정의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철학이나 생각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는지, 그리고 지금껏 어떻게 해왔는지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다. 나의 경우 캐릭터의 스토리를 나에게 연관 짓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유명한 사람이 하면 패러디, 이름 없는 사람이 하면 카피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많다. 그래서 전시 욕심을 많이 낸다. 완전한 내 세계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다음 전시는 공간과 메시지 전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전의 그림들을 보면 최근 보여준 패러디 작업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던데. 사실 내가 지금 고민하는 부분이다. 손 그림과 패러디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 중이다. 원래 그림을 그릴 때 선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그리고 나면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픽으로 패러디 작업을 하면서 그런 점들이 조금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취향이 확실한 편인 것 같은데,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궁금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요괴인간>에도 중독돼서 한참 빠져 지냈다. Kaws나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풍자하는 론 잉글리시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 그리고 스타일은 다르지만 슈퍼 s히어로 만화를 실사처럼 그리는 알렉스 로스도 좋아한다.

리타와 휠라 등 패션 브랜드와의 작업은 어땠나? 내 브랜드가 아니니 상업적인 ‘판매’라는 부분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내 작품 활동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알겠는데, 협업은 뭘 해야 좋을지 합의점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벌써 2016년도 절반 가까이 지나고 있다. 하반기 계획이 있다면? 부산 아트페어에 출품할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 두 번째 개인전 할 공간도 찾고 있다. 내 개인 작업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직업이라 잘 모르겠다.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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