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에 대한 끝없는 탐구, 그 45년을 돌아보는 이세이 미야케의 특별전이 열렸다.
최근의 패션 동향이 그 무엇이든, 패션 신에 어떤 바람이 불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디자이너는 늘 있다. 이세이 미야케가 그렇다. 45년간 일본과 파리를 오가면서 일관된 패션 철학 아래 옷을 만들어온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는 패션과 예술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디자인과 섬세한 컬러 조합으로 두터운 마니아 층을 거느려왔다. 지난 3월 16일 도쿄 국립아트센터에서 그의 45년 작품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이세이 미야케 특별전〉이 열렸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 기자회견에서 미야케는 “10년간 준비해온 전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전시 형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전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신감을 보였다. 전시실은 A·B·C로 나뉘는데, A와 B에서는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인 모토와 초기 디자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A파트는 ‘문신’을 모토로 한 점프슈트, 미야케의 대표 기술인 한 장의 천을 잘라 만든 1970년대 초기 작품을, B파트는 옷과 인체 사이에 대한 탐구가 절정을 이룬 1980년대 전반기의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A, B 파트에서는 365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마네킹을 사용했는데, ‘인간의 몸’을 먼저 생각하는 미야케의 디자인 철학의 단편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의 클라이맥스는 이세이 미야케 디자인의 주요 테마를 분류해 한 공간에서 모든 디자인을 볼 수 있게 구성한 C파트다. 종이, 말 털, 라피아 섬유 등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의상들과 한 장의 천으로 옷을 만드는 ‘에이 폭(A-POC)’ 기법, 바느질한 뒤 주름을 만들어내는 ‘가먼트 플리팅(Garment Pleating)’ 등 이세이 미야케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이 공간에서 둘러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플리팅 공정 과정을 공개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커다란 천이 기계를 거쳐 완벽한 ‘플리츠’ 디자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눈으로직 접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어린아이들을 위한 인터랙티브 전시와 색종이 같은 작은 천으로 드레스를 만들어내는 코너 등은 전시에 특별한 재미를 더했다. 이세이 미야케에게 옷이란 단순히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요소였다. 기자회견에서 미야케는 이렇게 전했다. “40년 후 미래에도 우리는 인구 문제, 자원 부족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디자인을 할 때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전시는 3월 16일부터 6월 13일까지 진행된다.
- 에디터
- 우보미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ISSEY MIY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