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취향저격’. ‘TV는 크고, 얇고 검은 물체’ 라는 편견은 삼성 세리프 TV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TV는 아름다운 물건’ 이라는 발상이다.
삼성 세리프 TV 론칭 파티가 치러진 청담동 10꼬르소 꼬모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TV를 앞에 두고 여기저기서 ‘예쁘다, 사고 싶다’고 웅성이는 광경은 단군이래 처음이 아닌가 싶다. 뭐 얼마나 예쁘길래 이렇게 호들갑인가, 싶다가도 일단 실물을 영접하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될만한 미모다. TV라기보단 아름다운 가구에 가까울 만큼 디자인이 참신하다. 다시 말해 HD, FHD, UHD, 4K UHD 등 화질의 진화와 얇고 크게 만드는 데 치중했던 TV가 드디어 공간과의 ‘어울림’에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옆에서 보면 세리프 폰트의 ‘I’ 모양을 쏙 빼 닮아 이름까지도 세리프로 명명한 이 TV는 프랑스의 디자이너 로랑 & 에르완 부훌렉 형제의 작품이다. 비트라(Vitra), 해이(Hay), 카르텔(Kartell), 알레시(Alessi) 등 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한 그들은 텍스타일, 조명, 가구, 건축, 그림, 영상 등 디자인 분야 전반을 넘나드는 전방위적 크리에이터 듀오. 누군가에겐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패션 디자이너로 치자면 ‘마크 제이콥스나 니콜라 제스키에르’ 정도의 명성을 지녔다. 온갖 분야를 섭렵한 부훌렉 형제지만, 전자제품만큼은 완전한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그들의 남다른 미학적 감수성은 차가운 기술에 집중했던 TV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TV가 공간 안으로 걸어 들어간 것. 그 증거는 헤아릴 수 없다. 화이트, 네이비, 레드처럼 독창적인 컬러,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실루엣, 고양이가 식빵자세를 취할 법한 상단, 탈부착이 가능한 네개의 다리, 따스한 패브릭으로 이루어진 뒷면, 미니멀의 극치를 보여주는 리모컨, 신비롭게 일렁이는 ‘커튼 모드’의 UI 까지, 대부분은 기존의 TV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이번 론칭 행사에 참석해 세리프 TV를 직접 마주한 빈지노는 “굳이 안보더라도 집에 세워놔도 멋있을 것 같아요.” 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저 생김새만 예쁘장하다면 커다란 장식품이나 다름 없을 터. 태생부터가 똘똘한 이 TV는 인터넷, 블루투스 스피커, 시계 등 다채로운 재주까지 갖췄다. 그러니 취재를 빙자해 그 누구보다 TV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본 본인 역시 결국 ‘지름신’의 부름에 응답하고야 말았다는 후문. ‘집안에 TV 따윈 놓지 않겠어’라는 다짐이 삼성 세리프 TV 앞에서 맥 없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사실 꽤 합리적인 가격에 톱 디자이너의 작품을 내 공간에서 감상한다는 기분은 생각보다 무척 달콤하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송선민(Project S)
- 포토그래퍼
- 김진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