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막스마라 하우스에 속해 있는 스포트막스의 패션 디렉터 그라치아 말라골리 (Grazia Malagoli)는 매 시즌 동시대 여성성을 어떻게 보다 이탤리언적으로, 도회적으로, 아름답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한다. 모던하고 쿨한 새로운 스포트막스 우먼을 그려가고 있는 그녀와 2016 F/W 쇼가 끝난 다음 날 마주했다.
드디어 2016 F/W 쇼가 끝났다. 오늘 기분은 어떠한가? 좋다. 쇼가 있었던 어제는 너무 바빴다. 쇼가 끝 난 직후, 여유가 찾아드는 이 기분을 좋아한다.
2016 F/W 컬렉션의 이야기는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나?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우리 팀은 미니멀하고 그래픽적인 DNA 를 가진 스포트막스의 방향성을 어떤 식으로 진화시킬지 고민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최근 남아프리카와 모로코로 떠난 여행의 영향인지 에스닉한 무드의 아이디어가 뇌리에 계속 맴돌았다. 결과적으로 민속적인 무드를 유연성 있는 소재의 레이어링과 긴 실루엣을 통해 도회적으로 표현한 컬렉션이 완성되었다.
이번 쇼장 인테리어 역시 2016 S/S 시즌에 협업한 건축가 포르마 판타스마(Forma Fantasma) 듀오와 함께했다. 포르마 판타스마 듀오는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실제로는 이탈리아 사람이라 우리와 공통점이 많다. 그들의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젊은 에너지는 창의적인 동시에 실용적이다. ‘합리적인 창의성’이랄까? 요즘 스포트막스 매장 윈도 디자인 역시 그들이 맡고 있다. 협업에 특히 큰 의미를 두는 이유는 막스마라 하우스처럼 역사가 긴 패션 하우스는 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에너지를 수혈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2016 S/S 시즌 캠페인을 로 에스리지(Roe Ethridge)와 작업한 이유 또한 비슷한가? 애스리지와 함께한 이유는 스포트막스의 새로운 이미지를 강렬하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낯선 아름다움을 만드는 아티스트이자 포토그래퍼인 로 애스리지 특유의 관점이 스포트막스와 만나 불러올 시너지 효과를 생각했다. 방법 역시 기존과 달랐다. 보통 캠페인 촬영장에 직접 가서 함께 작업하지만, 이번엔 가지 않고 그가 아티스트로서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작업하도록 했다. 총 이틀에 걸쳐서 작업을 완성했는데, 결과물에 무척 만족한다. 색이 밝고 경쾌하며, 미묘하게 마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모델 마리아카를라 보스코노를 통해 캠페인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마리아카를라가 슈퍼모델이기도 하지만, 이탤리언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끼쳤다. 스포트막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새로운 메시지가 ‘이탤리언 모던 쿨’이기 때문 이다. 캠페인 영상을 보면 더 와 닿을 것이다. 마리아카를라가 여러 손동작을 보여주는 부분을 보았나? 굉장히 이탤리언다운 행동이다. 살짝 귀띔하자면, 2016 F/W 캠페인도 마리아 카를라와 함께할 것이다.
스포트막스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담백해졌다. 2016년의 스포트막스 우먼은 어떤 사람인가? 자아가 강한, 자신감 넘치 는 당당한 현대 여성. 스포트막스는 동시대적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컬렉션이다. 과감하고 다이내믹한 동시에 쉽게 즐길 수 있는 브랜드다.
드나듦이 많은 요즘 패션계에서, 한 하우스에서 35년 가까이 보내고 있다. 스포트막스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스물세 살경, 매우 어렸을 때다. 내게는 매우 큰 도전이었다. 당시 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이 일이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어리고 경험이 없었다. 이후 시간 동안 나, 그리고 스포트막스 팀은 매 시즌 새로운 것을 찾고자 노력해왔고, 의미있는 컬렉션을 만들어왔다고 자부한다. 도전을 좋아하고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내 삶은 스포트막스 컬렉션과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 캡슐 컬렉션의 최근 주인공은 랭글리 폭스 헤밍웨이였다. 개인적으로는 2010년의 킴 고든이 신선했는데, 올해도 진행할 예정인가? 물론 올해도 진행한다. 카르트 블랑슈를 진행하는 이유는 아티스트와 접점을 가지고,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이다. 첫 프로젝트는 남성 일러스트레이터 칼렙 루크 린(Caleb Luke Lin)과 함께했지만, 이후로는 여성 아티스트들과 작업해 왔다. 파트너 중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있었다.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자유로운’ 프로젝트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컬렉션이 막 끝난 지금, 당장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스포트막스와 관련된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 컬렉션이 끝났다고 여유를 부릴 순 없다. 물론 여름휴가는 늘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족과 멀리 여행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한국이 최근 패션계의 주 목을 받고 있는 만큼 다음 휴가에 가볼 수 있다면 좋겠다.
- 에디터
- 이경은
- 포토그래퍼
- GIORGIO CODAZZI
- 사진출처
- COURTESY OF SPORTMAX(컬렉션, 공간, 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