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패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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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미의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벌써 여덟 번째를 맞았다. 그들은 왜 매 시즌 아티스트와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선보이는 걸까. 디자이너 우영미와 그녀의 딸이자 오랜 동반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유경 실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_MG_0551(final)_Joe2012 S/S 시즌에 처음 시작해서 벌써 8번째다. 처음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우영미(이하 우) 처음 시작은 당시 아트 디렉터였던 정유경 실장의 아이디어였다. 아티스트와 영감을 공유하는 작업에 대해 제안했고, 이 이야길 들었을 때 모두가 너무나 하고 싶어 했다.
정유경(이하 정) 아무래도 이쪽에서 일하다 보면 아티스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다거나, 좋아하는 작품이나 아티스트가 생기기 마련이지 않나. 아티스트에서 패션으로, 패션은 다시 아트로 영감을 받는 그런 상호적인 과정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기준 같은 것이 있는지.
일단 여러 아티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의 컬렉션을 설명한다. 그 기간이 준비 과정의 절반이다. 아티스트들도 스스로 교집합을 찾지 않는 이상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이다. 기준이라기보다는 서로 간의 호흡과 생각이 일치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웬만하면 작품은 안 건드린다. 절대 어떤 식으로 하자는 표현을 하지 않고 전적으로 아티스트에게 맡긴다.
이번 컬렉션은 어떤 영감에서 시작했나.
달에 간다면? 너무나 감성적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런 멋진 공간에 갈 때, 헬멧을 쓰고 우주복을 입는 것이 아니라 엘레강스하게 떠나면 어떨까 싶었다.
마티아스 키스의 작품은 컬렉션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궁금한데.
마티아스는 컬렉션이 있었던 쇼장 전경 사진 속에서 달을 형상화한 조명을 보고 거기에 집중했다고 한다. 작품을 보면 클래식한 가구가 금박으로 뒤덮여 있다. 가구를 뒤덮은 은빛의 의미는 밤에 달빛이 비추는 걸 형상화한 것이다. 클래식한 가구로 이뤄진 공간에서 누군가가 일하다 떠난 자리, 거기에 달빛이 비춰서 은색처럼 보이는 순간을 캡처한 거다. 책상 위의 전등도 꼭 필요한 이유가 현장에서 전등을 켜면 그런 순간의 느낌이 더욱 잘 느껴진다. 우영미가 남자였다면 이런 책상에서 일하다가 나갔을 것 같다. 클래식한 것만이 아니라 모던함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좋았다.

2012 S/S 이송의 작품인 ‘Around the City’

2013 A/W 마이클 요한슨의 작품인 ‘Tower’

2014 A/W 구에라 드 라 파즈의 작품인 ‘Rise and Continuum’

2016 S/S 마티아스 키스의 작품인 ‘Out of Time’

개인적으로 지난 협업 중 가장 시즌을 잘 표현한 작가를 꼽는다면?
2013 A/W에 작업한 마이클 요한슨. 우리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과정도 재미있었는데 그렇게 작은 것 하나에 집착하는 아티스트는 처음 봤다. 하나의 피스를 찾는 데 준비 기간의 반을 보낸 것 같다.
큐브를 만들었는데 자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보이지 않는 안쪽 부분까지 완벽하게 딱 맞게 맞췄다. 안에도 공간이 없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완벽주의에 놀랐다.
지금껏 진행한 작품들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그림도 있고, 설치나 공간 미술인 경우도 있다 보니 작품이 어울리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권오상의 사진 콜라주 조각은 파리 스튜디오 입구를 지키고 있고, 쿠바 아티스트 구에라 드 라 파즈의 작품은 삼성동에 있는 솔리드옴므 본사에 있다. 그리고 마이클 요한슨의 큐브는 집을 지키고 있다.
나중에 시즌 의상과 아카이브를 한 공간에 모아 서울에서 전시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마티아스의 작품을 들여오는 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금박이라 쉽사리 이동할 수가 없다. 만들 때보다 가져오는 데 더 장인 정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웃음).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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