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스 컬처를 이끌어가는 국내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들. 스트리트를 기반으로 시작된 이들의 움직임은 어느새 자신의 영역과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컬렉션을 하지 않기에 룩북이라는 매개체로 소통하는 그들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시즌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친구들을 모아 서울 곳곳을 누비며, 나아가 해외 로케도 마다하지 않는다. 거리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지금 가장 핫한 11개 브랜드의 2016 S/S 룩북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드본즈 Nudebones | 디렉터 곽민석
“스트리트 스타일에 무궁화, 해태, 단청 등 한국적인 요소를 적극 반영하려 한다. 타이거 카무플라주로 제작된 한복 같은 대담한 시도가 누드본즈만의 매력이다.”
2016 S/S 영감 보드 무궁화, 남대문 그리고 서울. 한국 전통 문화 의 멋과 지금 여기의 문화, 그리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 등 우리의 날것의 모습과 느낌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담아내려 했다.
시즌 특징 한국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전통 의상을 연상케 하는 플로럴 셔츠, 불타는 남대문을 담은 코치 재킷, 무궁화를 수놓은 스카잔 등을 우리 방식대로 러프하 게 풀어냈다. 이번 시즌에는 위안부 할머니들 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얼마 전 논란이 된 위안부 소녀상의 일부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만들었다. 이 티셔츠의 수익금 전액은 위안부 할머니들께 기부할 예정이다.
룩북 만들기 서울 곳곳에서 진행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곳, 인위적으로 포장된 것이 아닌 한 국이란 나라 그리고 서울의 본모습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담고 싶었다. 모델은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문지석으로 직업은 용접공이다. 전문 모델이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서울의 분위기와 옷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엘엠씨 LMC | 디렉터 신찬호
“시즌마다 하나의 도시를 선택해 그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낸다. 라이풀과는 다른 좀 더 스트리트한무드를 추구한다.”
2016 S/S 영감 보드 LMC는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는다. 시즌마다 새로운 도시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지난 시즌의 베를린에 이어 이번에는 뉴욕이다.
시즌 특징 뉴욕 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젊은이들의 룩에 초점을 맞췄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편안하고 스포티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카무플라주 패턴과 찢어진 디테일, 캡슐 컬렉션으로 매 시즌 진행 중인 도시의 상징적인 그래픽을 이용하는 NY PACK(뉴욕팩)이 이번 시즌의 포인트다.
룩북 만들기 브루클린에서 촬영했으며, 뉴욕의 수많은 빌딩과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 속에 내재된 반항적인 이미지를 담아냈다. 축구 저지나 럭비 티 등 다양한 시도와 스트리트적인 그래픽과 디테일을 주목하시길.
미스치프 Mischief | 디렉터 서지은, 정지윤
“‘골든 에라’라고 일컫는 90년대 아날로그 문화를 세련되게 재해석한다. 패션뿐 아니라 우리의 본질인 문화를 서포트 하고자 한다.”
2016 S/S 영감 보드 무엇보다 90년대 뮤지션들과 아날로그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특히 우탱클랜의 비디오를 많이 보다 보니 전반적인 색감을 다소 무겁게 쓰게 됐다. 쉽게 입을 수 있는 가벼운 캐주얼 웨어지만, 귀엽고 발랄한 느낌보다는 멋있고 카리스마 있게 표현하려했다. 제이딜라 사망 10주기를 맞아 제이딜라 그래픽을 제작하기도 했다.
룩북 만들기 미스치프에게 룩북 모델은 상징적이다. 전문 모델이 아닌, 서브컬처 신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들, 혹은 미스치프와 어울리는 신선한 얼굴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고집해왔다. 대표 모델 성규리를 비롯해 백규희, 정다운, 김사라까지 서로 다른 시즌에 모델을 했던 네 모델을 한자리에 모아 ‘TEAM MISCHIEF’ 콘셉트로 촬영했다. 이전에 솔로로만 소개되던 모델들을 모두 모아 미스치프 어벤저스 느낌을 풍기도록 하고 싶었다.
스테레오 바이널즈 Stereo Vinyls | 디렉터 허재영
“스테레오 바이널즈는 버진 레코드, HMV 등 지금은 많이 사라진 레코드 숍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현시대의 레코드 숍 같은 브랜드다. 디즈니, 폭스, 우탱클랜 등 매 시즌 전개하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은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16 S/S 영감 보드 런던 디자인 스튜디오에 걸려 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 포스터가 시작이었다. 포스터를 디자인한 그래픽 디자이너 사울 배스(Saul Bass)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었다. 코카콜라 협업의 경우 헤리티지 아카이브, 60~80년대의 슬로건과 캠페인, 특히 70년대 슬로건 ‘It’s The Real Thing’을 모티프로 협업 컬렉션을 진행했다. 60년대 코카콜라 딜리버리 유니폼에 쓰여진 자카드, 스크린 프린트, 자수 등 전통적인 기법을 적용하고, 탄산 버블 등의 그래픽은 현대적인 디지털 프린팅 기법과 소재로 표현했다.
시즌 특징 런던 와핑의 모래사장에서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캠벨 아디와 진행했다. 코카콜라와 스테레오 바이널즈의 인공적인 모습과 자연을 함께 담아낸 게 특징이다. 룩북을 공개하기로 한 예정일 오전, 집 근처의 폐업한 구멍가게에서 철거 후 남은 코카콜라 천막을 발견해 그것을 배경으로 즉흥적으로 추가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와의 협업 협업은 브랜드의 새로운 모습과 도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치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코카콜라의 방대한 헤리티지 아카이브와 아트워크, 브랜드 가이드 등을 우리의 컬러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종 샘플을 확인한 미국과 영국의 코카콜라 본사와 디자인 디렉터는 좋은 반응을 보였고, 이번 컬렉션은 미국 코카콜라 직원 스토어에서도 판매된다고 한다.
에이카화이트 Aeca White | 디렉터 서인재
“이번 시즌 첫선을 보인 에이카화이트는 심플하면서도 본질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옷이다.”
2016 S/S 영감 보드 화이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깨끗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기본이 되는 것. 그 안에서 여러 가지로 파생될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시즌 특징 베이식과 콤포터블, 두 가지 키워드에서 발전시켰다. 패턴에서 최대한 장식을 삭제했고, 봉제 방법도 가장 기본이지만 꼼꼼하게 체크했다. 에이카화이트의 모 회사는 면 제조 회사 다. 원단 역시 원사 선택부터 편직, 후가공까지 두 가지 키워드를 유지하기 위해 견고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살렸다. 모든 제품 뒤쪽에 손바느질로 표현한 스티치 두 개가 특징이다.
룩북 만들기 기본적인 아이템이면서도 깔끔함과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여성 라인이 따로 나오진 않지만 여성들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여성복도 준비 중이다. 키즈 라인까지 확장해 남녀노소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울 예정이다.
커버낫 Covernat | 디자이너 안진수
“아메리칸 캐주얼 웨어를 기반으로 빈티지 의류의 멋을 동시대적으로 풀어내려 한다.”
2016 S/S 영감 보드 각 시즌의 개별적인 영감보다는 기본적으로 빈티지 의류에서 영감을 받고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다. 어떻게 하면 질 높은 의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다.
시즌 특징 이번 컬렉션 주제는 ‘Beach Boy Blues’다. 하와이언풍 스카잔, 빈티지한 트러커 재킷 등에 커버낫 특유의 무드를 담았다. 또한 근래에 많은 브랜드가 선보인 일본산 셀비지 데님 원단을 사용한 진즈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데님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는 오카야마의 한 공장 에서 원부자재부터 봉제까지 진행해 새로운 데님 라인에 주력했다.
룩북 만들기 아직은 이른 봄, 다가올 여름휴가에 해변이 있는 휴양지로 여행을 가기 위해 계획을 짜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청년의 하루 일상을 담백하게 담았다.
디스이즈네버댓 thisisneverthat | 디렉터 죄종규
“트렌드를 따르기보단 우리 식대로 녹이려 한다. 스트리트 무드와 트렌드가 적절히 믹스된 한국식 유스 컬처를 느낄 수 있는 브랜드다. ”
2016 S/S 영감 보드 수많은 태그와 거리의 아트워크를 만날 수 있었던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와 서울,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인 섬데프 (Somdef)의 음악이 이번 시즌 영감의 원천이다.
시즌 특징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스트리트 아트 중 하나인 ‘태깅 (Tagging)’을 그래픽 디자인의 영역으로 의미를 확장하여 시즌 전반적인 분위기를 설정했다. 처음으로 여성복을 출시하기도 했다.
룩북 만들기 ‘이웃(Neighborhood)’을 콘셉트로 집과 주변, 통학하는 길등을 상상하며 작업했다. 기획과 촬영, 편집까지 모든 작업이 디스이즈네버댓팀 안에서 이루어진다. 컬렉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하는데 계절의 그림을 그린 다음, 적절한 옷을 정하고 얼굴을 섭외하고 거기에 음악과 장소를 넣는다. 첫 해외 로케이션으로 도쿄 우구이스다니와 우에노에서 모든 촬영이 이뤄졌다. 룩북에 등장하는 모델 4 명 중 세 명은 도쿄에 거주하는 친구들이고, 한 명은 이 촬영 을 위해 폴란드에서 왔다. 진정성을 담기 위해 전문 모델이 아닌 실제 친한 친구들을 모았다.
헤리티지 플로스 Heritage Floss | 디렉터 이윤호
“올드 스포츠 웨어에서 영감 받아 시작된 최상급 코튼 브랜드로, 스포츠 & 캐주얼이라는 콘셉트 아래 편안하고 가치 있는 라이프스타일 웨어를 지향한다. ”
2016 S/S 영감 보드 일상, 여행, 사람들과의 만남, 어쩌다 마주치게 되는 풍경, 영화, 음악, 작품 등에서 순간순간 받을 뿐 새로운 컬렉션을 위해 특정 이미지나 영감을 찾지는 않는다.
시즌 특징 처음으로 여성 컬렉션을 론칭한다. 지금까지 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굳이 구별하지 않았지 만, 헤리티지 플로스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여성의 스타일을 고려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다.
룩북 만들기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웃도어적인 분위기를 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만으로 제품 라인업의 변화와 스타일링에 포커스를 뒀다. 브랜드 초반부터 함께해온 좋은 친구이자 모델인 제임스와 브랜드의 감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자유로운 영혼 김말코, 그리고 여성 라인을 선보이는 만큼 처음으로 여성 모델 김용지와 함께 촬영했다.
- 에디터
- 정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