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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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은 좀 바빴다. 사실 매달 그렇다. 친구들이 연락할 때마다 ‘바쁘다’를 연발했고, 연락도 안 하고 모임도 거의 안 나오는데, ‘지구라도 구하는 거냐’라는 친구들의 비아냥까지 듣다 문득 야속해졌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도대체 나는 지난 한 달 무엇을 하며 지냈나? 그리고 다이어리를 넘겨봤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서울 패션월드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었고 나는 여기에 있었다. 그러니 친구들아 이해 좀 해다오.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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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에 갈 때면 꼭 들르는 필수 코스인 일모 스트리트 아웃렛 카페에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했던가, 빈폴에서 예고한 킴 존스와의 컬래버레이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던힐 남성 컬렉션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유니클로와 톱숍 맨, 멀버리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펼친 킴 존스와 함께한 작업인데, 평소 그를 좋아하던 친구는 이게 웬 떡이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자유분방한 그의 감성이 모범생스러운 빈폴 스타일과 만나 편안하면서도 깔끔한 느낌. 빈폴 로고를 변형시킨 곰(하마)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로고 장식 티셔츠도 재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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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상으로는 휴가지만 오픈 행사가 있어 슈즈 매장들이 모여있는 갤러리아 3층에 들르는데 새롭게 오픈한 파리 슈즈 브랜드 파토갸스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줄무늬 패턴 스니커! 알고 보니 장 폴 고티에와 컬래버레이션한 라인이었다. 올여름 제법 잘 신을 것 같아서 쇼핑 리스트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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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꼬르소 꼬모가 오픈 3주년을 기념하며 특별한 두 개의 행사를 열었다. 핫한 셀레브리티, 빅뱅과의 협업이 큰 화제였지만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바로 파올로 로베르시의 사진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나탈리아의 사진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게다가 5월 8일까지 계속되니 그의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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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브랜드에서 한국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펜디의 행사가 더욱 반가웠다. 2009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펜디와 함께 흥미로운 작품을 선보인 아티스트 이광호와의 협업이었기 때문. 펜디의 특징인 스티치 장식의 가죽들을 색색으로 모으고, 꼬고, 연결하여 의자 형태로 만든 그의 작품과 이를 완성해가는 작업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무로 장식한 고급스러운 공간 역시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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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이 자주 아프다. 렌즈를 끼면 뻑뻑하고 안경을 끼면 콧대가 아프고. 뿔테 안경이라서 그런 듯해 가벼운 스틸 프레임의 안경을 살까 하고 있는데 홀릭스에서 연락이 왔다. 스위스 브랜드 마르쿠스 마리엔펠트에서 신제품 출시와 함께 디자이너가 직접 내한했다며 초대장을 보낸 것. 매끈하고 날렵한 안경 디자인과는 달리 수더분하고 푸근한 인상의 마리엔펠트와 인사를 나누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금 세공사로 출발하여 4명의 친구들이 함께 브랜드를 시작한 브랜드로 어느덧 16년이 되었다고. 그들의 우정과 끈기가 담긴 안경이라 생각하니 더욱 멋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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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에 나섰다가 갤러리아에서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오픈한 톰 포드 매장을 발견! 회색 대리석의 인테리어와 푹신한 카펫이 깔린 고급스러운 그의 매장에 들어서니 <싱글맨>의 줄리앤 무어가 된 기분이었다. 볼드한 골드 목걸이와 섹시한 롱부츠, 윈도에 있는 스팽글 장식의 롱 드레스까지. 이 정도로 아티스틱한 아이템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가 하면 명랑한 파리지엔을 대표하는 소니아 리키엘도 새롭게 입점되었다. 색색의 아크릴로 만든 앵두 모양, 새 모양, 돛 모양의 액세서리를 보니 여름이 더욱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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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컬렉션에 갔을 때, 토즈 프레젠테이션에서 봤던 D-백의 공정 과정을 볼 수 있는 시연회가 현대백화점에서 열렸다.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드는 시연을 눈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손이 아파 보였다. 명품이라는 이름, 수공이라는 이름을 달고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금액이 책정되는 데에는 저런 노고가 담겨 있음을 몸으로 직접 체험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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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숍 블리커가 여성 라인을 론칭했다. 장소는 명동 롯데백화점. 헬무트 랭과 랙&본, 데스켄스 띠어리 등 멋내기 좋은 실용적인 아이템이 많아서 일단 합격. 나무와 철제 프레임, 빈티지 소파로 꾸민 모던하고 편안한 공간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랙&본의 옥스퍼드 스타일의 웨지힐은 이미 마음속에 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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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의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는 인천에 세워졌다. 그동안 H&M의 입성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인천의 젊은이들의 열기가 느껴진 뜨거운 오픈 현장이었다.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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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는 S/S 프레젠테이션을 ‘4월의 크리스마스’라 부른다. 어감도 좋고 왠지 모르게 기분도 좋아지니 영리한 선택이다. 비스듬한 곡선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델레스 드 까르띠에 시계는 기존의 디자인과는 차별화되어 신선했고, 캔버스 소재에 가죽을 트리밍한 캐주얼하고 수납력이 탁월한 마르첼로 드 까르띠에 백은 실용적인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빈폴진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영국 아티스트 골딘이 직접 그래피티를 그리고, 디제잉한다는 말에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달려갔다. 스트리트 감성의 멋진 그래피티를 보고 있으니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렇게 확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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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브랜드 발란타인이 국내에 입점, 오픈했다. 핸드메이드 브랜드로 고습 캐시미어 소재가 특징인 브랜드인데 개성 강한 브랜드들이 하나 둘씩 모여 새로운 패션 요지로 자리 잡은 도산공원 앞에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 군더더기 장식 없는 모던한 매장은 내 방으로 쓰고 싶을 정도. 푹 파묻혀 자고 싶은 부드러운 소재의 카디건도 사고 싶었던 건 당연하고!

신발을 하나 구입하는 순간 한 켤레의 신발이 소외된 계층에게 보내지는 기부 활동으로 잘 알려진 톰스 슈즈에서 이번에는 ‘신발 없는 하루’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서울의 행사 장소로는 남산이 선정되었고 남산도서관부터 N서울타워까지 1.1Km를 걸어 올라가는 코스였다. 맨발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느끼고 더욱 많이 도울 수 있도록 하고자 기획했다는 이 행사는 맨발로 첫 걸음을 내디딜 때부터 다시 신발을 신을 때까지 뭉클함과 안쓰러움, 반성하는 마음이 교차되며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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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주 가는 머그 포 래빗이 타미 힐피거를 만나 상큼한 변신했다. ‘프렙월드 캡슐 컬렉션’을 기념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열렸기 때문.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미국 캐주얼의 대명사, 타미 힐피거의 리미티드 에디션인 프렙월드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의상 컨설팅을 맡은 리사 번바흐와의 협업 라인이라고. 어쩐지 영화 속 키팅 선생님과 그의 제자들이 입을 법한 깔끔한 룩들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검은색 벽돌로 꾸민 클럽모나코 플래그십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빈티지한 포토 부스였다. 이는 클럽모나코가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와 진행한 광고 캠페인에서 착안한 것으로 뉴욕 매장과 런던을 거쳐 서울로 가져온 것. 연속 촬영이 되는 즉석 사진기 안에서 오랜만에 소녀로 되돌아가 재미있게 촬영한 뒤 휴대폰에 저장. 이어 매장에 전시된 자수 드레스, 치노 팬츠 등 몰디브와 모로코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템들을 감상하니 잠시나마 휴양지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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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J & 요니P 한남동에 새 보금자리를 얻어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이사를 마치고 오픈 파티 겸 블루핏과의 협업 기념 파티를 연다는 연락이 왔다. 3층짜리 건물에 들어서니 디자이너의 경쾌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텐트 콘셉트의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끌었다. 펠리칸, 물고기, 도마뱀 등의 귀여운 캐릭터가 새겨진 아이템들에서는 두 디자이너의 긍정적인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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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영국 아저씨, 폴 스미스가 청담 플래그십을 이전, 도산공원 앞에 멋진 건물을 세웠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세개의 층으로 구성된 건물에 들어서자 풀 스미스가 직접 셀렉한 빈티지 가구, 그림,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또한, 여성 라인이 더욱 많아지고 액세서리와 리빙, 사무용품까지 대거 들여와 폴 스미스 감각적인 취향을 다방면으로 즐길 수 있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포토그래퍼
COURTESY OF BEAN POLE, COURTESEY OF PATAUGAS, TOM 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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