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야자수 아래 낭만처럼 이 계절을 더욱 강렬하고, 뜨겁게 욕망하는 찬란한 새봄이 사뿐히 다가왔다.
MODERN HIPPIE
봄이면 신선한 흙내음이 담긴 나물이 입맛을 당긴다. 이것이야말로 대지의 축복일 터. 자연의 경이로운 생기를 담은 패션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이 축복받은 계절이 다가오면 특히 눈여겨봐야 할 오브제는 바로 꽃. 꽃은 사랑받는 여자에겐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라는 확신을, 자유로운 히피에겐 평화와 사랑을 상징한다. 이 같은 특별한 의미에 매혹적인 형태와 색감, 향기까지 지닌 꽃은 탐미의 대상이 다. 하지만 ‘나 여자예요’라고 말하는 꽃무늬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봄이면 으레 찾아오는 부드러운 색감과 화려한 색상 대신 조금 더 모던하고 감도 있게 꽃 모티프를 활용하고 싶다면? 방법은 있다. 마치 사막의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난 선인장의 꽃처럼 강한 생명력을 지닌 담백한 꽃을 추구하는 것. 프린트보다는 아플리케나 코르사주와 같은 입체감 있는 형태에 소재와 색감에 절제의 미를 더하는 것이다. 그중 탁월한 선택은 독창적인 텍스처를 지닌 스웨이드나 매끈한 가죽 소재. 이제 스웨이드는 웨스턴 카우보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프린지 장식 베스트 부츠나 챙이 넓은 모자가 없어도 조형적인 형태의 슈즈를 통해서 스웨이드의 감미로운 색감과 센슈얼한 질감을 느껴볼 것. 그리고 절제된 컬러 팔레트 안에서 입체감 있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꽃 장식이라면 그 어떤 백도 충분히 모던할 수 있다. 만약 악센트가 필요하다면? 화사한 색감과 프린트의 작은 스카프를 목이나 백의 핸들 장식에 더해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주입하자. 그리고 이제 당신만의 풍요로운 정원이 완성되었다는 기쁨을 느껴볼 것.
FASHION OF ROCK
로큰롤 정신은 치기 넘치는 젊음의 열기를 담고 우리의 일상에 짜릿하게 파고든다. 그래서일까. 로큰롤 정신은 패션에도 강렬한 영감을 부여한다. 그렇다고 가죽 재킷과 팬츠의 앙상블에 검은 선글라스로 휘감은 록스타를 떠올리진 말 것. 이번 시즌, 좀 더 미래적이고 위트 있는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니까. 오늘날 패션계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한 패션 아이콘은 말했다. 칼 라거펠트야말로 패션계의 록스타라고. 일례로 칼 라거펠트가 선사하는 샤넬과 펜디 쇼의 우아한 여인들은 때론 손가락이 드러난 가죽 장갑에 여러 줄의 체인 목걸이와 위트 있는 참 장식을 통해 ‘반전’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러니 정제되고 여성스러운 당신 본연의 스타일은 유지한 채, 짜릿한 액세서리로 내면의 로큰롤 정신을 발휘하면 어떨지. 컬러풀한 퍼를 장식한 펜디의 참 장식과 ‘토즈 밴드’를 내세우며 마치 전자 기타의 어깨끈을 연상시키는 스트랩을 더한 토즈의 미니 숄 더백, 미래적인 프레임의 선글라스 등의 액세서리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스타일의 완성인 슈즈의 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 성난 스터드 장식의 가죽 부츠가 아닌 발끝의 편안함을 보장할 메탈릭한 가죽 샌들이나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것만으로도 한층 모던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바로 오늘, 2016년을 영위하는 패션 로커로서.
ROMANTIC FANTASY
패션을 꿈꾸는 이들에게 ‘동화’는 그 환상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순수하고 로맨틱한 판타지를 드러내기엔 더욱더. 특히 이번 시즌. 자신의 런웨이 뮤즈들에게 전부 티아라를 씌운 생로랑의 에디 슬리먼과 동화 <빨간 구두 아가씨>를 연상케 한 슈즈로 특별한 로맨스를 드러낸 프라다의 미우치아 프라다를 보면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들이 각자의 환상을 하이패션으로 쿨하게 치환했다는 점. 그들은 동화 속 잔상을 오늘날의 모던한 여성이 지닌 ‘이중적 매력’으로, 연약함과 안이함을 당당한 카리스마로 변모시켰다. 생로랑의 그런지와 로큰롤, 여기에 파티 무드가 뒤섞인 시퀸 장식 슬립 드레스와 가죽 바이커 재킷 룩에 매치한 티아라는 단지 공주님의 왕관이 아닌 자주적인 ‘모던 퀸’을 위한 강렬한 방점이 되었으니까. 나아가 미우치아 프라다는 동화 <빨간 구두 아가씨> 속 주인공이 하염없 이 춤을 췄다는 스토리에서 착안했을까. 프라다의 롤리타들은 마치 발레리나가 된 듯 레이스업 장식(플래드 패턴의 담백한 패브릭으로 이뤄진)을 다리에 감은 채, 사뿐한 걸음걸이로 런웨이에 등장했다. 긴 앞코가 센슈얼한 붉디붉은 펌프스가 지닌 농밀함은 이 덕분에 한층 경쾌하고 순수하게 변모했고 말이다. 그러니 이들의 즐겁고 매혹적인 환상에 부디 동참해보길.
- 에디터
- 박연경
- 포토그래퍼
- 엄삼철
- 고양이 모델
- 마카롱
- 어시스턴트
- 장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