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의 맷집을 점점 강하게 만드는 상대는, 링 위에서 대결하는 다른 누구가 아닌 자기 자신이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더블유와의 인터뷰는 거의 반년 만인데 그사이 굵직한 소식이 있더라.
며칠 전에 AOMG 레이블 단독 콘서트를 마쳤다. 여덟 명이나 되는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첫 공연이라 준비가 쉽지만은 않았다. 각자 마음속 구상이 있었지만 이런 큰 규모의 공연이 처음이다 보니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구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언더그라운드부터 오래 활동한 쌈디형과 비교하면 신인급인 루키 친구들의 분량이나 비중은 다를 수밖에 없었지만 다들 개인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과 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우리 회사에 들어온 지 아직 얼마 안 되는 후디, 곡을 아직 하나밖에 안 낸 엘로, 콘서트를 처음 해보는 어글리덕…. 이런 아티스트들까지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굉장했다.
AOMG 출범 2년이 되었다. 중간에 공동 대표로 영입 한 쌈디는 당신을 천사라고 하던데.
천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마음은 착한 거 같다(웃음).
지금까지 두 사람이 의견 차이를 보인 이슈는 없었나?
내가 오픈 마인드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편인데, 그 점 이 구성원들에게도 편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데 어떤 방향이 옳다고 강요하거나 뭔가를 억지로 시키는 일은 없다. 나는 아이돌이었던 사람이고, 우리말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데다 힙합 레이블을 만들어서 처음 가보는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전례가 없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대로,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같이 찾아간다.
지난번 인터뷰에서 “예전에 일은 일, 나는 나였다면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이 나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스케줄이 없는 날도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활동 안 하는 동안 앨범을 냈는데 음악 만드는 일은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해서 일로 여겨지지 않기도 하다.
아직은 지치지 않았나 보다.
가족이나 친구들, 팬들을 봐도 자극을 받으니까. 그들을 보면 더 잘하고 싶다.
11월에 출시한 앨범 <월드와이드>에서 두 곡을 제외하 면 다 19금이었다.
일부러 19금을 의도한 건 아닌데 조금씩 포함된 표현들 몇 가지 때문에 걸린 거다. 서른두 마디 가운데 욕 하나 걸려도 심의는 그렇게 난다.
공들여 만든 결과물을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텐데.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노래, 라디오에서도 흘러나오는 내 노래는 따로 있다. 이를테면 ‘솔로’ 같은 것. 이번 랩 앨범은 힙합 아티스트로서 하고 싶었던 거니까 심의에 신경 쓰면 틀 속에 갇히는 거라고 생각했 다. 제약을 두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거다. 일부러 욕을 더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겪은 일들, 내 생각을 자연스러운 표현의 범위와 수위 안에서 했다.
많은 한국 래퍼들이 참여했는데, 그들을 설득한 노하우는 뭐였나?
설득할 필요는 딱히 없었다. 음악도 좋고 아티스트로서 나를 신뢰해주니까 수월하게 같이할수 있었다. 존중하는 분들이랑 같이하고,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아티스트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서도 의미있어서 한국 힙합 신 전체 관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순위에 신경 안 쓰고 래퍼들과 교류하면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데 서로 자극과 영향을 받았다. 유일하게 같이 못한 사람이 빈지노인데 사과(?)를 받았고, 바쁜 사람이니까 다 이해한다. 이번 달 더블유에 같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웃음).
랩 앨범을 한창 준비하던 지난번 인터뷰 때는 영어로 노래하고 싶다는 구상도 있었다.
지금의 방식으로 계속하면 편하게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이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에 한계가 온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서 같이 작업하자는 이런저런 제안도 들어오고 있어서 고민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미인가?
내가 하는 음악이 전형적인 K–POP 스타일은 아니라서 팬 베이스를 조금 더 넓히고 싶은 바람이 있다. 서툴렀던 한국어도 열심히 익혀 잘하고 있으니까 까먹기 전에 영어로 뭔가 해보고 싶기도 하고. 드레이크나 크리스브라운 같은 사람들이랑 경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시도해보고 싶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요즘 박재범의 행보가 주목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내가 주목을 안 받았던 적은 없다(웃음). 지디처럼 모든 사람들의 스타,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내 팬들이 좋아해주고.
레이블 대표, 사업가로서의 인정과 주목을 얘기하는 거였다.
연예인으로서 좋아하는 거 말고, 내가 하는 음악이나 비즈니스, 내 삶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많아져서 너무 좋다. 내가 받는 평가 외에도 주변을 바꿀 수 있다면 더 기쁘겠다. AOMG에서 아티스트들한테 잘해준다는 소문이 나서 다른 회사도 처우가 더 좋아지고… 그런식으로 전염되면 좋을 거 같다.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중요한가?
점점 나이를 먹고, 성공하고 위치가 올라가면 힘도 돈도 생기고… 이런 것도 좋지만 세상을 바꾸는 데 작지만 영향을 미친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정확히 어떻게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는 내 힘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회사를 운영해서 그런지 성숙해진 것 같다.
혼자 생각하는 건 그런데 친구들이랑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아직까지 예전의 나와 변한 게 없다. 피자 먹으면서 랩 배틀이나 비보이 배틀 보고, 가수들 인터뷰 클립이나 시트콤 볼 때 행복하다.
오늘 촬영이 끝나면 뭐 할 생각인가?
24시간 햄버거 집에 먹으러 가고 싶은데 차차에게 바람맞았다. 다른 친구를 섭외해야 한다, 하하.
- 에디터
- 황선우, 이예진
- 포토그래퍼
- 장덕화
- 모델
- 박재범, 차차말론, 하크, 홍창우, 박희정, 한으뜸, 그림, 휴고
- 헤어
- 정명심, 이에녹
- 메이크업
- 노미경, 김범석
- 세트 스타일링
- 후야
- 어시스턴트
- 장진영, 홍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