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이 분더샵 청담 1주년을 맞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런던 패션위크의 슈퍼 루키에서 어느덧 9년째 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그는 여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방향을 고민하고 탐구하는 도전자다. 더블유 코리아가 만나 2016 S/S 컬렉션과 그의 디자인 세계에 대해 물었다.
“어떤 옷을 입고 올까요?” 영국 본사 PR 디렉터는 물론 한국 홍보 담당자도 궁금해하던 차 크리스토퍼 케인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패턴이 들어간 짙은 셔츠와 한쪽 무릎이 찢어진 데님, 허리에 티셔츠를 묶은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살짝 밖으로 뻗친 헤어스타일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어제 저녁 도착해 한숨도 못 잤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촬영팀을 바라보는 그의 푸른색 눈은 시종일관 반짝였다. 케인은 분더샵 청담 1주년을 맞아 지난 9월 런던에서 선보인 2016 S/S 컬렉션 중 20여 벌을 들고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의 첫 번째 팝업 스토어가 마이분을 통해 오픈했고, 내년 신세계 백화점 분더샵에 숍인숍 형태로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기에 분더샵과의 돈독한 관계는 충분히 예상된 터였다. 스캘럽 형태의 오간자 드레스, 섬세하게 직조한 레이스와 같은 다루기 어려운 소재와 프린지, 자수 장식, 네온 컬러 등등. 크리스토퍼 케인 하면 떠오르는 예술적인 패턴과 혁신적인 소재는 새 시즌을 앞두고 더욱 정제된 모습으로 선보였다.
한국은 처음인 걸로 알고 있다. 첫인상이 어떤가?
한국은 처음 방문했는데,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어서 기분이 매우 좋다. 패션을 정말 사랑하는 한국 여성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컬러와 텍스처에 대한 이해가 높고, 모험심이 강해 보인다. 이번 방문은 매우 짧았지만 곧 다시 오고 싶다.
분더샵은 명품 패션 하우스가 밀집된 서울 청담동 지역의 1세대 멀티숍이다. 지금 국내에서 당신의 의상을 가장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인상이 어땠나?
예술 작품이 걸려 있는 갤러리에 온 것처럼 매장이 정말 아름답더라. 브랜드 구성과 아이템을 보니 쇼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얼마 전 런던에서 끝난 2016 S/S 쇼 얘기도 듣고 싶다. 어떤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나?
‘Crash and Repair= 파괴하고 다시 고친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특히 산업 폐자재로 작업하는 미국 조각가 존 체임 벌린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 부수거나 깨뜨리고, 고치는 과정에서 창조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가장 순수한 형태의 ‘원시주의’ 개념에도 흥미가 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작가, 스코티 윌슨과 같은 아웃사이더의 아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번 컬렉션은 그런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졌다. ‘신(新)원시주의’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보고 싶었달까.
이번 쇼에서 처음 시도해본 것이 있나?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소재를 만들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식으로. 이번 쇼에서는 레이스 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화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한국 여성들이 이번 컬렉션 중에서 좋아할 만한 룩을 예상해본다면?
이번 방문에서 아름다운 한국 여성을 정말 많이 봤다. 술 장식의 프린지 드레스나 네온 컬러의 레이스가 특히 사랑받지 않을까.
런웨이의 패션 판타지와 대중이 원하는 보다 상업적인 디자인 가운데서 고민한 적은 없었나?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지 알고 싶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성’이다. 우리는 언제나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고 작업해간다. 창의적이면서도 대중이 받아들일 만한 요소를 고려해 제품을 만든다.
오간자, 레이스, 실크와 같은 섬세한 소재, 그래픽 프린트, 입체적인 형태는 크리스토퍼 케인을 상징하는 요소들이다. 앞으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가. 디자인의 목표점에 대해 듣고 싶다.
끊임없이 혁신해가는 것. 예를 들면 전통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는 레이스를 현대적으로 바꾸는 방법인데, 나란히 배열하기도 하고 자수가 있는 가죽을 섞어 대비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당신의 인스타그램(@christopherkane)을 팔로하고 있다. 날로 막강해져가는 SNS 속 패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요즘 고객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산다. 내가 쓰는 패션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품질은 어떤지,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조차 꿰고 있으니까. 컬렉션에 대해서만큼은 미스터리를 유지하고 싶다.
케인 공식 웹사이트 (wwe.christopherkane.com)와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christopherkne)
- 에디터
- 이예진
- 포토그래퍼
- 김희준
- 모델
- 강소영, 박세라
- 헤어
- 이선영
- 메이크업
- 김지현
- 어시스턴트
- 임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