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보다 레터링
볼캡은 본래 익숙한 아이템이죠. 스타일링에 큰 고민 없이 눌러쓰기 좋고, 머리 손질을 생략해도 괜찮은 날의 구세주 같은 존재고요. 그런데 요즘은 볼캡을 고를 때도, 무엇이 쓰여 있느냐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로고 대신 문장이 박힌 볼캡이 인기인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글자 하나로 무드가 바뀌고, 그 분위기가 전체 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겠죠.

레터링 볼캡은 보통 무심하게 스타일링한 룩에 잘 어울립니다. 예컨대 정제된 테일러드 재킷에 모노톤 스웨트 팬츠를 입은 후, 레터링 볼캡으로 포인트를 주는 식. 전체적으로 단정한 룩이라도 모자의 문구 하나로 힘을 빼주면, 그게 바로 센스로 직결되는거죠.


카리나가 선택한 볼캡은 ‘NON MERCI’. 단호하게 사양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캡은, 블랙 톤의 심플한 룩에 적당한 위트를 더해주는 장치처럼 작용합니다. 같은 레터링이어도 어떤 글자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지네요.


다소 심플한 슬리브리스에 레터링 캡 하나를 더했을 뿐인데, 룩이 훨씬 당당하고 유쾌해지지 않았나요? 평소 볼륨감 있는 이너나 슬림한 상의를 즐겨 입는 이라면, 이렇게 모자 하나로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I DON’T WORK HERE’ 같은 익살맞은 문구는 유머를 얹는 데도 제격이고요.

일단 룩 자체를 단순하게 가져가고 볼캡으로 시선을 모아보세요. 옷보다 모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요. 스웻셔츠에 짧은 바지를 매치한 후, 레터링 볼캡을 툭 얹는 빈티지한 무드도 시도해봐도 좋겠네요.

말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위트가 룩을 완성합니다. 패턴이 들어간 팬츠나 튀는 컬러의 액세서리를 매치할 때도, 그 조합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해주고요. 한껏 꾸미지 않아도 레터링 하나만으로 스타일이 또렷해지는 이유입니다.

무채색의 룩 위에 가볍게 올려진 레터링 볼캡은 스타일에 힘을 빼는 가장 미니멀한 장치입니다. 무거운 룩일수록 이런 문장은 더 재밌게 읽히기도 하고요. 단정한 실루엣과 장난스러운 텍스트의 대비. 레터링이 이 룩의 긴장을 적당히 풀어주고 있는 거죠.
- 사진
- Instagram, @sofashevtsov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