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보디 트렌드

이현정

BODY LITERACY 2025년 보디 트렌드의 핵심은 내 몸 제대로 읽어내기다.

데님 팬츠는 Avavav, 실버 미니 이어커프는 Tee Ring Jay, 실버 이어커프와 체인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블랙 체인 네크리스는 Gloss & Matt, 브레이슬릿은 Our Legacy 제품.
고글은 Acne Studios 제품, 너클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나는 측정한다, 고로 존재한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수시로 새롭게 알게 된다.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 하루 걸음 수가 2,000보도 안 된다는 사실부터 상사의 큰소리에 심박수가 급상승하는 것을 눈으로 실감하기도 하며, 짜장면 한 그릇이 얼마나 빠르게 혈당 스파이크를 불러오는지, 피곤한 날엔 내가 몇 시간이나 코를 고는지까지 알게 되는 일상. 스포츠 의학 및 생리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로 꼽히는,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의 에 따르면 웨어러블 테크야말로 지금 가장 핫한 보디 트렌드 중 하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당장 주변을 둘러보라. 3명중 1명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을 것. 연속 혈당 측정기부터 스마트 수면 안대까지, 기술의 발전으로 경량화된 웨어러블 기기는 신체 활동 지수부터 혈압, 심박수, 심전도, 당수치와 수면 패턴 같은 다양한 건강 지표까지 체크하며 우리 몸을 밀착 마크 중이다. 도곡타워정형외과 정의엽 대표 원장은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이 건강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과거 ‘컨디션’ 정도로 표현되던 나의 몸 상태를 수치화해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써, 내 몸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는 ‘내 몸이 건강하지 않구나’라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건강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죠.” 파프짐의 황현우 트레이너 역시 객관화된 지표를 보여주는 웨어러블 기기가 구체적인 운동 목표 설정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회원들에게 이제 보다 명확한 숙제를 내줄 수 있게 되었죠. 막연하게 ‘주말에 달리기를 해보세요’라고 할 때보다 ‘심박수를 150 정도로 유지해서 30분간 달려보세요’라고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면 달성 확률은 물론 운동 효과도 높아지거든요.” 기록이 모두 남기에 변명 불가, 숙제 검사도 수월해진 건 덤. 이런 ‘팩폭’은 채찍이기도 하지만 당근이 되기도 한다. 목표 달성 후 그 수치를 눈으로 확인하는 성취감은 운동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 정의엽 원장은 피트니스 트래커가 부상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어떤 유형의 운동이든 천천히 그 강도와 빈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부상 예방을 위해 필수인데, 심박수부터 최대 산소 섭취량까지 목표 설정을 할 수 있고,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으니 효과적이죠. 다만 수치에 강박적으로 매몰되어 운동하는 즐거움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레드 코트와 팬츠는 Versace, 이어폰 형태의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제품.

디지털 트윈,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올해 초 열린 CES 2025에서 피트니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팀 엘리시움의 ‘바디닷 피트니스’. 3D 센서를 활용해 전반적인 체형 및 근육 상태를 분석해주는 기기로 즉각적인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나 CT를 찍지 않고도, 내 골반이 어느 쪽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 거북목은 얼마나 심한지, 유연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사진 몇 장으로 순식간에 분석해 아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웨어러블 기기가 측정을 한다면, 가상의 공간에 디지털 복제된 나를 만드는 최근의 디지털 트윈 기술은 신체 분석과 진단을 통한 치료와 예방에 더 방점이 찍힌다. 정의엽 원장은 이런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신체 분석이 훨씬 용이해졌음을 현장에서 실감한다고 말한다. “예전엔 정형외과에서 발의 각종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족저경(Podoscope)이라는 장비를 사용해야만 했죠. 발바닥의 압력 분포를 빛과 거울을 통해서 보여주는 장비인데, 서 있을 때의 압력 분포만 알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적 족저압 검사와 함께 보행 패턴 분석까지 할 수 있는 센서와 카메라가 출시되고 있어요. 본인이 건강했을 때의 상태를 정량화 및 시각화해 디폴트 값으로 가지고 있고, 아플 때 상태와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면 진단과 치료의 효율성이 증대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가 있다. 황현우 트레이너는 이런 기기들이 정적인 상태에서의 측정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평소의 활동, 직업과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해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회원 중 한 분이 골프를 칠 때 오른쪽 스윙은 잘 되는데 왼쪽은 안 되고, 유독 왼쪽 갈비뼈만 금이 잘 가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 직업이 치과 의사라는 사실을 고려하고서야 그 원인을 알게 됐죠. 환자를 진료할 때 늘 오른쪽으로만 몸을 돌려서 왼쪽 회전이 잘 안 됐던 거예요. 그 부분 흉추가동성과 회전력을 보강하고 나서야 나아졌어요.” 언젠간 평소 자세부터 오늘 사무실에서 8시간 앉아서 근무했다는 사실까지를 고려한 나의 디지털 쌍둥이가 ‘오늘 둔근 운동 10분 추가’를 주문할지도 모를 일!

트라우저는 Versace, 슈즈는 Thom Browne, 안경은 Gentle Monster, 페이크 칼라는 Ann Demeulemeester 제품,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클래식 근력 운동의 귀환

돌고 돌아 결국은 근력 운동인 걸까? 빠르게 뜨고 짜게 식어버리는 국내 운동 시장에서 코로나 시기 떠오른 골프 붐은 테니스로, 작년부터는 러닝으로 이동 중. 전통적인 근력 운동은 그 유행의 흐름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다가 ‘저속 노화’ 열풍을 타고 다시금 부상 중이다. 전통적인 근력 운동(Traditional Strength Training)이란 ‘근육에 저항을 주는 운동’으로, 바벨이나 덤벨처럼 웨이트 기구를 활용한 운동뿐 아니라 스쿼트, 런지와 같이 체중을 활용한 맨손 운동, 밴드를 이용한 운동을 포괄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근감소증이 화두로 떠올라 근력 운동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는 것 같아요. 제가 5~6년 전 공부하던 당시만 해도 노년의 운동 지침은 가벼운 스트레칭과 걷기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수록 가능한 범위에서 근력 운동을 하라는 식으로 완전히 바뀌었죠. 예전엔 근력 운동이 ‘보디빌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신체 기능성을 높이는 것, 즉 관절과 근육이 복합적으로 잘 움직이도록 하거나 내가 하는 스포츠를 위한 근육을 보강하는 데 집중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테니스를 할 때 허리가 자주 아프다고 하면 허리 코어 운동으로 회전을 보다 잘하게 만들어준다든지, 무릎 강화 운동으로 러닝 시 부상을 줄인다든지 하는 방향으로요.” ‘생존’과 ‘재활’을 위해 짐에 다닌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로, 실제로 최근 근력 운동은 일상생활에서 신체의 균형, 조정, 기능적 움직임 및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성 트레이닝(Fnctional Fitness Training)에 집중하고 있다. 정의엽 원장은 타깃 근육만 선택적으로 근육량을 키우는 이러한 운동 시 해당 근육의 인접 관절의 정확히 위치시키고,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야 원하는 근육을 선택적으로 운동할 수 있고, 관절 부상을 막을 수 있죠. 또 적절한 중량과 빈도로 근육을 자극하고,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도 중요해요. 특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운동하는 것보다는 길항되는 근육, 또는 상하체를 번갈아가면서 운동하는 것이 불균형과 부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미니 이어커프는 Tee Ring Jay, 실버 이어커프와 체인 네크라스는 Portrait Report, 블랙 체인 네크라스는 Gloss & Matt 제품.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만의 빅데이터

웨어러블 기기가 널리 퍼지면서 함께 부상한 분야가 바로 다양한 모바일 앱이다. 2023년 전 세계 약 3억7,000만명의 사용자가 피트니스 앱을 8억5,000만 건 다운로드했고, 이는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 최근 이러한 앱은 개인 맞춤형 피트니스 프로그램과 운동 루틴을 제공하는 것부터 식단 관리까지 신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또 이를 타인과 공유할 수도 있어 다양한 동기 부여 및 진단과 치료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실제로 파프짐에서는 회원의 연속 혈당 측정기와 카카오 헬스케어의 ‘파스타’ 앱을 연동하고 이를 트레이너와 공유해 실시간으로 식단을 체크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슬립테크 관련 보고서를 보면, 수면 장애 치료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수면 앱은 특히 건강 분야에서 가장 높은 다운로드 비율을 보이는 분야로, 최근 출시된 수면 장애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는 식약처 허가로 인지 치료 등에 효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았으며 의사에게 처방받아 치료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수준. 황현우 트레이너는 이러한 모바일 앱 사용 시 나만의 빅데이터를 충실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꾸준한 기록과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풍부한 자료가 모여야 의미 있는 패턴 분석이 가능하거든요. 연속 혈당 측정기는 한 번 붙이면 2주 정도 사용하는데, 같은 모델을 2~3개월간 계속 사용해 자신의 데이터를 일정하게 모으는 게 좋습니다. 수면 측정 같은 경우도 매일매일 착용하고 측정하는 습관이 필요하고요.”

포토그래퍼
최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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