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RRÈGES 2025 FW 컬렉션
꾸레주의 2025년 FW 컬렉션은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파리 3구에 있는 카로 뒤 탕플(Le Carreau du Temple)에서 열렸다.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스 디 펠리체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댄 콜런(Dan Colen)의 작품 ‘지금 이 순간(Moments Like This)’에서 영감을 얻었다. 니콜라스 디 펠리체는 인생에서 가장 비관적이었던 지난 시즌, 댄 콜런의 알록달록한 콘페티 작품을 보고 다시 행복하고 낙관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를 런웨이에 재현하고 관객들과 함께 공유했다. 무대 감독 레미 브리에르(Remy Brière)가 새하얀 무대 중앙에 컬러풀한 색종이 꽃가루를 흩뿌린 작품을 설치했다. 쇼가 시작되자 바닥에서 바람이 올라오고 꽃가루가 공중으로 날리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런웨이에는 에르왕 세네(Erwan Sene)와 니콜라스 디 펠리체가 함께 리믹스한 찬탈(Chantal)의 ‘더 렘(The Realm)’이 BGM으로 나왔는데, 이는 벨기에 출신인 니콜라스 디 펠리체가 90년대 레이브 문화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새삼 상기시켰다.
컬렉션은 더없이 미니멀했다. 60년대에 유행했던 스페이스 룩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했는데, 바로 하우스의 창립자인 앙드레 꾸레주가 60년대 유스 패션과 당시 핫이슈였던 우주여행을 접목하여 해당 스타일을 창시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흥미롭다. 니콜라스 디 펠리체는 마치 소재 한 장을 스카프처럼 둘러서 한 벌의 옷을 만들고자 하는 것처럼, 드레이핑 테크닉을 통해 미니멀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사선 방향으로 절개된 미니 원피스와 스커트를 기본으로 좌우가 비대칭인 스칸트(Skant), 직선적 라인의 바이커 재킷, 트렌치코트를 변형한 오버핏 코트가 함께 어우러졌다. 머플러 혹은 트레일처럼 여기저기 길게 늘어지는 소재가 드라마틱한 느낌을 더했고, 비정형적인 구조에 따라 자연스럽게 많은 노출이 이루어졌다. 블랙과 화이트를 기본으로 레드, 핑크, 퍼플, 카키 등 단색의 컬러 팔레트가 꾸레주 특유의 미니멀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컬렉션 후반부에는 메탈릭한 골드, 실버 컬러의 보디 콘셔스 드레스로 미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액세서리 역시 스페이스 룩과의 연장선상에서 선보였다.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서 제작한 미래적인 선글라스는 VR 고글처럼 보였고, 팔찌처럼 손목에 채우는 새로운 형태의 커프 백(Cuff Bag) 역시 바이럴 하기 딱 좋은 화제의 아이템이었다.
모델들의 피날레와 함께 바닥에 가라앉았던 색종이가 동시에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는데, 이는 마치 비디오테이프를 되감기 하는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니콜라스 디 펠리체의 개인적인 경험과 하우스의 유산이 조화로웠을 뿐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분명했다.
- 사진, 영상
- Courtesy of Courre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