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S 2025 FW 컬렉션
패션 산업을 예술의 경지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높은 수준에 도달한 장인 정신이 아닐까?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세 번째 컬렉션을 선보이는 마테오 탐부리니는 다시 한번 ‘장인의 지식(Artisanal Intelligence)’를 테마로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을 탐구하고 경의를 표시했던 서사에 한발 더 다가갔다. 컬렉션 베뉴는 밀라노 현대 미술관(Milan’s Museum of Contemporary Art PAC). 마테오 탐부리니는 이곳이 1950년대에 지어졌고 1993년 테러 공격으로 파괴되었던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뿌리로부터의 회복력과 재탄생’의 역사는 토즈가 진화해온 방향성,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이 하우스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입구에서는 독특한 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델 카를라 부르니가 자락이 끝없이 길게 펼쳐진 패치워크 가죽 드레스를 입고 조각상처럼 서서 게스트를 맞이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아티스트 넬리 아가시(Nelly Agassi)가 구상한 것으로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대형 바늘을 들고 우뚝 서 있는 카를라 부르니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여신처럼 근엄한 모습으로 모든 것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녀가 입은 패치워크 가죽 드레스는 재활용 소재를 리사이클링하여 제작한 것이다.
2025년 FW 토즈 컬렉션은 이탈리아 풍광을 떠오르게 하는 브라운, 보르도, 올리브가 주를 이루었다. 차분한 컬러 팔레트 속에서 탁월한 테일러링과 풍성한 소재가 눈에 들어왔다. 재료 본연에 충실하여 질리지 않고 두고두고 음미할 수 있는 스타일. 테일러링에 충실한 트렌치코트로 시작해 매니시한 셔츠와 팬츠가 이어졌고, 중간중간 카디건과 시스루 미디스커트로 유연함을 더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페이크 퍼 코트는 밀키한 브라운 컬러에 캐주얼한 오버핏으로 등장했다. 망토와 숄이 양념처럼 얹어졌고, 간간이 가미된 프린지 디테일은 버터처럼 매끈한 가죽과 대조되었다. 비대칭 실루엣과 레이어링 스타일링 또한 세련된 취향을 드러냈다. 마테오 탐부리니가 카를라 아카르디(Carla Accardi), 알베르토 부리(Alberto Burri),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추상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서 선보인 기하학적인 블랙, 화이트 패턴의 퍼 코트와 트롱프뢰유(trompe-l’œil) 트렌치코트가 흥미로웠다.
클래식 아이템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액세서리였다.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손 모양의 펜던트 목걸이, 벨트나 가방에 더한 작은 파우치가 스타일링에 잔잔한 재미를 더했다. 토즈의 시그니처인 WG 앵클부츠는 첼시 부츠로 새롭게 탄생했고, 파이톤 소재의 고미노 슈즈는 당장 구매하고 싶은 매력을 지녔다. 아이코닉한 웨이브 백은 더 가볍고 경쾌한 모습이었고, 디아이 폴리오 백 패치워크는 맥시와 스몰 버전으로 선보였다. 액세서리에는 나파, 스웨이드, 오스트리치, 파이톤 등 다채로운 가죽이 적용되어 이탈리아 특유의 부르주아적이면서도 캐주얼한 멋을 발산했다. 각각의 상징적인 모델에는 제작자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라벨을 부착해 창작물에 담긴 인간적 가치를 강조했다. 너무 많지 않은 몇 개의 옷으로 부족함 없는 옷장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지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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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T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