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사회에서 예뻐지는 법?, 25 FW 프라다 컬렉션

명수진

PRADA 2025 FW 컬렉션

아르누보 패턴이 놓인 클래식한 카펫과 정글짐처럼 층층이 쌓인 공사장의 비계 구조물. 프라다 컬렉션이 열리는 폰다치오네 프라다 데포시토(Fondazione Prada depósito)에는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의 세트가 설치됐다. 2025 FW 프라다 컬렉션은 지난 1월 남성복 컬렉션과 동일한 세트에서 열렸다. 테마는 ‘로우 글래머(Raw Glamour)’. 완벽하게 치장했던 60년대 여성을 말 그대로 ‘로우(Raw)’하게 재해석하며 여성성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는 이번 시즌 ‘여성을 여성적인 형태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트렌드가 일제히 지시하고 있는 시대는 60년대다. 패션위크의 많은 런웨이에서 재클린 케네디나 트위기 같은 60년대 패션 아이콘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동시대적 취향의 모범답안은 프라다에 있었다. 프라다의 오프닝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던 60년대 여성을 무채색 블랙 컬러로 버석버석, 건조하게 만들어버렸다. 방금 잠에서 깬 것처럼 부스스한 모델이 60년대 스페이스 원피스를 재해석한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무표정하게 워킹했다. 동글동글한 ‘왕 단추’가 특징적인 60년대 원피스를 풀오버로 재해석하고 그걸 복숭아뼈가 살짝 드러나는 팬츠와 매치한 센스는 또 어떤가!

라프 시몬스의 의지처럼 모든 스타일은 ‘여성적 조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옷은 너무 커서 들뜨고, 모처럼 챙겨 입은 셔츠는 구겨져 있고, 옷의 끝단은 닳고 헤졌다. 머리만 부스스한 것이 아니라 손톱까지 물어뜯고 깨진 것처럼 깨알같이 연출했고, 모델들이 신은 펌프스와 스니커즈는 낡고 긁히고 헤졌다. 드라이할 시간은커녕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어서 잘 때 입었던 파자마를 그냥 입고 뛰어나온 것 같은 파자마 룩도 흥미로웠다.

60년대 모범 주부가 입었을 것 같은 플라워 프린트 원피스도 어글리 하게 변형했다. 플라워 프린트 원피스를 포함한 원피스 곳곳에 여성성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리본을 달았는데, 그게 얼마나 얇고 납작한지 로맨틱하기보다는 차라리 날카로운 느낌에 가까웠다. 페이크 퍼 소재가 코트와 칼라 형태로 다양하게 등장했는데,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전체에 비닐을 덮어 씌운 래미네이트 모피 코트였다.

한편, 데디 코어 스타일의 아이템은 프라다의 캐시카우 주인공이 될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고운 파스텔컬러로 재해석한 해링턴 재킷을 필두로 오버사이즈 카코트, 피어싱을 넣은 무테안경은 다음 시즌 쇼핑 리스트에 올려두고 싶을 만한 것이었다.

영상
Courtesy of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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