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이탈리아 패밀리 파워, 25FW 펜디 컬렉션

명수진

FENDI 2025 FW 컬렉션

펜디가 론칭 100주년을 맞아 자축을 겸한 화려한 2025년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베뉴는 테라코타 컬러로 꾸몄고 런웨이 중앙에는 대형 아치와 나무 문을 설치하여 로마 보르고뇨나(borgognona) 거리의 옛 펜디 부티크를 재현했다.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의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다. “어머니가 부티크에서 늦게까지 일하셨다. 어머니가 운전면허가 없었기 때문에 저녁에 아버지와 함께 차를 몰고 종종 어머니를 데리러 갔다.” 다섯 명의 펜디 자매 – 알다, 안나, 카를라, 프랑카, 파올라 – 가 함께 놀고 일하던 아틀리에를 무대에 재현함으로써 패밀리 브랜드로서 100주년을 맞은 감동을 되새긴 것이다. 인형처럼 귀여운 실비아 벤투리니의 일곱 살의 손자, 타치오(Tazio)와 다르도(Dardo)가 카메오로 깜짝 등장했다. 아이들은 무대 위로 쪼르르 걸어 나와 웅장한 문을 열면서 컬렉션을 시작했는데, 이는 1966년에 칼 라거펠트의 펜디 데뷔 쇼에서 런웨이에 올랐던 여섯 살 실비아 벤투리니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낭만을 잃지 않고 건재한 이탈리아 특유의 끈끈한 가족애가 훈훈했다.

액세서리 및 남성복 아티스트 디렉터인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가 이번 2025년 FW 남녀 통합 컬렉션을 진두지휘하며, 킴 존스의 사임 이후 공석이 된 여성복 디렉터의 빈자리를 꽉 채웠다. 그녀는 이번 컬렉션을 ‘펜디 100’이라고 정의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펜디 그 자체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부러 아카이브를 찾기보다는 개인적인 기억을 찾아 이번 컬렉션을 구상했다는 설명이다. 실비아 벤추리니는 그저 네포 베이비가 아니다. 그는 패밀리 비즈니스에 합류한지 3년후인 1997년에 펜디의 바게트 백을 만들어 펜디의 새로운 전성기를 일구어냈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당당하게 증명해 보인 바 있다.

오프닝은 펜디의 DNA 중 하나인 밍크코트가 열었다. 정통적인 브라운 컬러에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살짝 넓게 디자인하여 걸을 때마다 리드미컬하게 찰랑거리는 모습이 예뻤다. 이는 페이크 밍크 소재로 제작한 것이다. 이후 이탈리아 고유의 사토리얼과 펜디의 소재에 대한 열정을 절묘하게 믹스해서 풍성함을 자아냈다. 일상에서 꼭 필요한 셔츠, 카디건, 슈트, 코트 등의 아이템이 충실한 패턴과 클래식한 소재를 통해 하나하나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퀼팅과 패치워크 등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레더와 퍼 소재는 ‘펜디다움’을 뽐냈고, 반짝이고 투명한 질감과 화려한 라인스톤 장식에 이르기까지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동시대적 생동감을 잃지 않았다. 이 밖에도 고전적인 브라운 컬러에 지그재그 문양을 넣은 퍼 코트, 패치워크 레더 스커트, 레드 컬러의 도트와 브라운, 블랙 컬러의 사각형이 기하학적으로 어울린 퍼 코트, 마치 바게트 백처럼 화려한 크리스털을 어깨에 잔뜩 장식한 체크 재킷과 스커트까지 총 86벌에 달하는 컬렉션 중 깊은 인상을 남겼던 룩이 숱하게 많았다.

75세의 페넬로페 트리(Penelope Tree)와 60세의 야스민 르봉(Yasmin Le Bon)를 비롯해 카렌 엘슨(Karen Elson), 리야 케베데(Liya Kebede), 캐롤린 머피(Carolyn Murphy), 도젠 크로스(Doutzen Kroes), 아드리아나 리마(Adriana Lima)까지 다양한 세대의 모델들이 총출동하여 펜디 100주년 파티의 깊이를 더했다. 모델들은 때때로 거대한 니트 인형을 들거나 가방에 참 장식으로 달고 나왔다. 이는 아틀리에에서 나오는 자투리 소재를 업사이클링 하여 제작한 것이다. 백 컬렉션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2005년에 선보여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스파이 백을 재출시하여 기대감을 높였고, 이는 피카부, 바게트 백과 함께 액세서리 라인을 화려하게 채웠다. 펜디의 창립자이자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의 할머니인 아델레 펜디에게 바치는 헌사로 망사 베일이 달린 니트 비니를 선보였고, 펜디 왕국의 4세로서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고 있는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가 디자인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가 방점을 찍었다. 불황의 그늘에서 전반적으로 다소 침체된 패션위크 기간, 펜디 100주년 기념 컬렉션은 독보적이었다. 이탈리아 가족 기업이라는 브랜드 특유의 끈끈하고도 화려한 도파민을 선사했다.

영상
Courtesy of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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