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두 명의 국내 여성 작가 강명희, 최재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자연에서 출발해 펼쳐낸 두 사람의 예술적 여정은 어딘가 서로 공명하는 듯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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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생동하는 봄, 올해 첫 전시 주자로 나서 두 예술 공간의 문을 활짝 여는 이들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리는 강명희의 개인전 <강명희 – 방문 Visit>과 3월 20일부터 5월 11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최재은 개인전 <자연국가>다. 자연을 재료 삼아 각기 다른 예술적 표현을 내놓는 두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닮은 듯 다른 두 여성의 일대기가 보인다. 자연이 빚어낸 절경을 보고 ‘한 폭의 그림’ 같다고 말할 때, 속으로 화가 강명희의 그림을 떠올린다.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72년 프랑스로 향한 그는 1986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최초로 전시를 연 한국 여성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 후 작가는 사막을 찾아 몽골로,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남극으로 떠나는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연의 본질을 탐구한 회화 작품을 선보였다. 강명희가 그리는 자연에 유독 마음이 동하는 까닭은, 작가 스스로 땅을 밟고 몸소 느낀 것들을 화폭에 담기 때문이다. 작년 5월, 홍콩에서 열린 <자연의 재탄생> 두 번째 전시를 앞두고 작가는 말했다. “나는 붓을 잡고 있었고, 바람이 불었고, 그러다 붓이 움직였다. 그래서 바람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풍광을 담으려다 보니 커진 압도적인 사이즈도 한몫했다. 한 예시로 이번 전시작에 포함된 ‘북원(2002~10)’은 가로 폭이 무려 5m가 넘는 대작이다. 2000년대 고국으로 돌아온 작가는 제주에 터를 잡고 그곳에서 목도한 장면을 특유의 유려한 붓 터치로 그려냈다. 서울시립
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초기작부터 제주에서 완성한 최신작까지 60여 년에 걸쳐 작가가 직접 땅과 호흡한 작품을 망라할 예정. 웅장한 크기의 작품 사이를 거닐 때면,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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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희가 프랑스로 건너가 자연을 캔버스에 담는 시도를 했다면, 최재은은 1976년 일본으로 향해 조각, 설치, 건축 등 매체를 한정 짓지 않고 생명의 근원을 탐구했다. 자연을 주요 소재로 다학제적 작업을 펼치는 작가의 대표적 프로젝트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1986년에 시작한 ‘월드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로, 각 대륙의 땅에 직접 제작한 종이를 묻은 뒤 토양과의 상호작용을 지켜본 기록의 산물이다. 다른 하나는 대규모 국제 협업 프로젝트인 ‘DMZ 프로젝트’로, 비무장지대가 생태계 보전 지역이라는 점에서 출발해 자연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다. 특히 DMZ 공중정원을 모형으로 구현한 ‘꿈의 정원’은 2016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의 땅을 밟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프로젝트에서 발전한 ‘자연국가’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 작가가 직접 제작한 DMZ 생태 현황 분석도를 기반으로 지역 삼림을 복원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을 소개한다. 최재은은 지난 50년간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승화하며,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인 듯하다. 작품 곳곳에 하루가 멀다하고 파괴되는 생태계의 심각성을 자신의 언어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스며 있다. 한편, 최재은의 세계는 12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또 한 번 펼쳐진다. 회고전 형태의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3월은 묘한 공통분모를 지닌 두 작가의 전시로 풍요로운 봄날이 될 듯하다.
- 프리랜스 에디터
- 홍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