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 BROWNE 2025 FW 컬렉션
톰 브라운 2025년 FW 컬렉션은 뉴욕 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했다. 톰 브라운은 ‘조류 관찰(Birdwatching)’이라는 테마를 연극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컬렉션 베뉴는 맨해튼 극장. 검은 런웨이에 2,000마리의 종이학을 설치했다. 새소리 사운드트랙과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희망은 깃털이 있는 것이다(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시 낭독이 흘러나왔다. 조류학자로 설정된 두 명의 모델이 뚜벅뚜벅 무대 위로 등장했다. 이들은 오버사이즈 방수 캐시미어 파카를 벗고 무대 가운데 놓인 책상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하얀 새장이 놓여 있고, 새장 안에는 두 명의 사람 모형이 들어 있다. 이들이 책상에서 종이학을 접는 퍼포먼스를 시작하며 모델이 차례차례 걸어 나왔다.
테일러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톰 브라운은 스케일의 왜곡을 통해 기발하면서도 불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번 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클래식한 그레이 슈트는 벌룬 형태로 왜곡하거나 종이 인형 같은 핑크 드레스를 패치워크 하는 트롱프뢰유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코트는 와이드 숄더와 오버사이즈로 과장됐다. 클래식한 체크 패턴은 현란한 레이어링을 통해 변화를 줬다. 잉글리시 헤링본, 글렌, 하운드 투스, 윈도 페인, 아가일 등 다채로운 체크 패턴의 셔츠와 재킷과 코드가 대담하게 믹스 매치됐다. 때로는 그레이 슈트에 컬러풀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장식하거나, 두루미, 오리, 제비 등 각종 새 문양을 자수로 넣기도 했다. 마치 탄탄한 드로잉 실력을 갖춘 화가가 심오한 추상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처럼, 톰 브라운은 빈틈없는 테일러링의 기초 하에 자유를 갈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톰 브라운의 컬렉션에서 반복되고 있는 새 모티프는 희망, 변화, 그리고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을 암시한다. 톰 브라운은 지난 2024년 FW 시즌에도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까마귀를 테마로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한편, 톰 브라운의 출생연도인 숫자 65를 새긴 티셔츠는 톰 브라운이 사랑하는 아메리칸 스포츠 웨어의 결정체이다. 화려한 새의 깃털처럼 보이는 플리츠 실크 드레스, 어깨 패드를 겉으로 붙인 카디건은 이번 시즌의 인상적인 아이템으로 기억될 것이다. 톰 브라운이 자신의 반려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헥터 백(Hector Bag)은 다양한 컬러와 무늬로 새롭게 선보이며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총 64벌이 등장한 톰 브라운 컬렉션의 마지막 모델은 알렉 웩(Alek Wek)이었다. 알렉 웩이 입은 거대한 볼 스커트는 무려 40미터에 달하는 트위드 소재로 만든 것이다. 골드 시퀸을 촘촘히 수놓은 블레이저 또한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방불케했다.
쇼가 끝난 후 톰 브라운은 연인이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의 큐레이터인 앤드루 볼튼(Andrew John Bolton)에게 종이로 만든 흰 장미를 전달했다. 톰 브라운은 2월에 뉴욕 컬렉션을 열 때마다 자신의 연인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주며 피날레 인사를 마무리하곤 한다. 전통과 반란, 통제와 해방, 고전주의와 초현실주의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 작가주의적 디자이너의 사랑스러운 결말이다.
- 사진, 영상
- Courtesy of Thom Brow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