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ACH 2025 FW 컬렉션
“정직하고 실용적이며 직관적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의 담백한 야망처럼 2025년 FW 시즌의 코치는 무척이나 직관적이다. 요점 정리가 잘 된 프레젠테이션처럼 보여주고 싶은 것이 명확했다. 2013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코치와 함께하고 있는 스튜어트 베버의 자신감이 절정에 달했다. 그럴만한 자격 또한 충분한 것이 지난해 코치는 리스트(LYST)가 발표한 분기별 브랜드 지수에서 미우 미우, 생 로랑, 프라다, 로에베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장소는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 내 웨이드 톰슨 훈련장(Wade Thompson Drill Hall). 넓은 런웨이 중앙에서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 ‘네이션 오브 랭귀지(Nation of Language)’가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2025년 FW 코치 컬렉션이 시작됐다. 이번 시즌 코치는 1996년 이스트 빌리지의 스케이트와 스트리트 문화, 그리고 래리 클락(Larry Clark) 감독의 1995년 컬트 영화 <키즈(Kids)>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상 패션의 필수품인 레더 재킷, 피 코트, 더플코트, 시어링 코트 등이 성별을 초월해서 등장했다. 코트는 바닥을 쓸고 다닐 정도로 너무 길거나 아니면 배가 시릴 정도로 아예 짧은, 90년대 스타일의 정석이었다. 와이드 팬츠 역시 허리에 두른 벨트가 길게 늘어지도록 했다. 그라피티를 넣은 티셔츠는 뉴욕 스트리트 분위기를 물씬 냈고, 빛바랜 빈티지 스타일의 후디, 스웨트셔츠와 함께 아가일(Argyle) 체크와 루렉스(Lurex) 디자인의 니트웨어를 선보였다. 섬세한 새틴 원피스와 1920년대 플래퍼(Flapper) 스타일의 시스루 원피스는 와이드 팬츠와 믹스 매치하기 딱 좋은 정도로 캐주얼한 디자인이었다.
코치는 젠지 세대의 중요한 가치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니트 카디건, 데님 팬츠에 가죽을 패치 워크했고, 가방은 가장자리 가죽이 말려 있거나 금속 잠금장치가 오래된 것처럼 반질반질했다. 실제로 코치는 기존 고객을 위해 수선과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고, 쓰던 제품을 반납하면 상태에 따라 크레디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2023년에는 분해 및 재사용이 용이하도록 단일 소재를 사용하는 코치토피아(Coachtopia)를 세컨드 브랜드로 론칭하기도 했다. 코치 인기 지분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는 시그니처 가방 브루클린(Brooklyn)을 비롯해 엠파이어(Empire) 백이 식물성으로 태닝한 러브드 레더(Loved Leather) 소재로 선보였다. 가방과 스니커즈에는 커다란 토끼 인형을 달아 뭐든 꾸미기 좋아하는 젠지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이 밖에도 컬러풀한 아세테이트 안경, 동전 지갑 목걸이, 이니셜 목걸이 등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스몰 럭셔리 제품들이 많았다.
코치의 성공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측면에서도 의미 있게 볼 필요가 있다. 펜데믹 이후 부쩍 높아진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가가 현재 업계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이 가격표를 보고 놀라서 구입을 꺼리는 ‘스티커 충격(sticker shock)’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코치 CEO 토드 칸(Todd Kahn)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우리에게는 미국적인 면이 있는데 누군가가 핸드백을 사기 위해 3개월치 월급을 저축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신기사
- 사진, 영상
- Courtesy of Co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