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 쿠튀르의 조선 여인, 25 SS 미스소희 오트 쿠튀르 컬렉션

명수진

MISS SOHEE 25 SS 컬렉션

이것은 오트 쿠튀르에 입성한 조선 여인의 이야기. 2020년, 펜데믹으로 취소된 졸업작품 컬렉션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생에게 벨라 하디드(Bella Hadid),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등 유명 스타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름을 만들 틈도 없이 유명해져서 인스타그램 ID ‘미스소희’가 브랜드 이름이 됐다. 재능을 높이 산 돌체앤가바나가 후원해서 2022 F/W 밀란 패션위크에서 ‘돌체앤가바나 X 미스 소희’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5년 동안 이처럼 현실에서 드라마를 쓴 한국 디자이너 박소희가 파리 오트 쿠튀르 공식 일정에 이름을 올렸다. 미스소희 2025년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1월 30일, 파리 유니베시테 51번가에 있는 포조 디 보르고 호텔(Hôtel Pozzo di Borgo)에서 열렸다. 이곳은 칼 라거펠트의 전 소유지였던 곳이다.

디자이너 박소희는 쇼 노트에서 ‘조선 왕조 귀족 여성을 상상하고 전통 한복과 서양 복식의 유사점을 찾았다’며 ‘이번에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하고 보다 어두운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모델 코코 로샤(Coco Rocha)가 블랙 샹티이 레이스 보디슈트를 입고 관능적인 오프닝을 열었다. 코코 로샤의 허리는 코르셋이, 엉덩이는 파이톤 프린트 소재로 만든 꽃잎이 감쌌다. 평소보다 높아진 블랙 컬러의 비중이 섹시하고 과감한 느낌을 더했고, 이는 라일락, 더스티 핑크, 샴페인 등 부드러운 컬러와도 조화를 이뤘다. 드레스에 장식된 부드러운 곡면의 은빛 조각과 셀 수 없이 촘촘하게 장식된 크리스털 디테일이 ‘조개껍질 안에서 태어난 여신’ 같은 신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시대 예복인 원삼을 비롯해 민화, 나전칠기 같은 한국적 영감이 화려한 분위기를 더했다. 시스루 드레스에 촘촘하게 놓인 플라워 디테일은 원삼에 놓인 자수를 연상케했다. 블랙 드레스를 장식한 자개 장식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조선 시대 후기 민화에 표현된 기생의 풍성한 치마는 볼 가운 드레스로 재해석됐다. 자개 클러치 백, 조선시대 왕비가 대례복을 입을 때 머리 장식이었던 가체 형태의 헤드피스 등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요소들이 오트 쿠튀르적으로 재해석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박소희는 자신의 시그니처를 다시 한번 돌아보며 브랜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영민함도 발휘했다. 시그니처 스타일인 볼 가운 드레스는 디즈니 공주가 입을 것처럼 더욱 거침없이 화려해졌고, 미스소희 작품 중 손꼽히는 화제작 중 하나인, 2023년 메간 폭스(Megan Fox)가 베네티 페어(Vanity Fair) 오스카 파티에서 입었던 벨벳 드레스 역시 약간의 각색을 더해 재해석했다.

파리 오트 쿠튀르에서도 흔하지 않은 젊은 여성 디자이너로서 박소희는 자신의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미스소희는 셀럽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부호, 왕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어떤 드레스는 스케치부터 피팅까지 제작에만 1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디자이너에 대한 깊은 믿음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다림이다. 디자이너 박소희는 “이것은 패션 그 이상입니다. 예술, 스토리텔링, 그리고 실현된 꿈입니다.(This is more than fashion. it is art, storytelling, and a dream realized.)”라며 오트 쿠튀르 입성 소회를 털어놨다.

영상
Courtesy of FF Channel
썸네일 사진
인스타그램 @miss_so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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