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IAPARELLI 25 SS 컬렉션
1월 27일 오전 10시,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프티 팔레(Petit Palais)에서 스키아파렐리는 오트 쿠튀르의 문을 활짝 열었다. 2019년부터 스키아파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하우스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다니엘 로즈베리는 쿠튀리에로서 더 높은 이상을 가지고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했다. 영감의 시작은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1920, 30년대 리옹 리본. 다니엘 로즈베리는 ‘리본을 만지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오래되었지만 새것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며,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모던함과 심플함을 동일시하는데 지쳤다. 모던함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한계가 되고 상상력을 앗아간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가장 화려한 패션의 시대인 바로크로 향했다. 2025년 SS 시즌 스키아파렐리의 테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ICARUS). 날 수 있다는 자유로움에 도취되어 태양에 점점 가까워지다가 결국 추락했던 이카로스를 통해 다니엘 로즈베리는 완벽함에 대한 탐구,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돈키호테 같은 투쟁을 표현했다.
오프닝은 샹티 레이스(Chantilly Lace) 드레스가 열었다. 몸을 따라 얇게 흐르는 시스루 샹티 레이스는 특유의 정교한 꽃과 잎의 문양이 에크루 컬러 속에서 은은한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층층이 러플을 넣은 비대칭의 미니스커트는 댄서처럼 아름다운 리듬감을 더했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인 코르셋(Corset)과 빠니에(Panier)는 새로운 형태로 탄생했고 이는 인체를 흥미롭게 정의했다. 어깨, 가슴, 허리, 엉덩이, 다리로 이어지는 라인은 때로는 더욱 둥글고 풍만하게, 때로는 마치 갑각류나 암모나이트의 일부처럼 단단하고 뾰족하게 묘사했다. 인체를 드러내거나 은닉하는 방식 또한 통념을 뒤집었다. 이를테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물고기처럼 커다란 원형을 그리는 오프숄더 라인이 가슴과 브래지어를 훤히 드러내는 것처럼 말이다.
뻔한 것도 한계를 넘어서면 감동을 준다. 시폰, 오간자, 타프타, 벨벳 등 유려한 소재에 비즈, 라인스톤, 프린지, 깃털, 아플리케, 자수, 주름, 자개 등을 장식하는 것이 오트 쿠튀르의 당연한 공식이지만 스키아파렐리는 이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버터옐로, 골드, 사프란, 피콕 그린 등 골동품 리본에서 다니엘 로즈베리가 발견한 빈티지 컬러 팔레트 속에서 인간이 손으로 빚어내는 공예의 절정이 펼쳐졌다.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담배 케이스에서 영감을 얻은 골드 미노디에르(거울, 빗, 화장품, 필기도구 등을 넣은 작은 손가방)와 초현실주의적 패턴을 넣은 작은 토트백, 클러치, 리본 스트랩 하이힐, 빈티지 동전 모티프를 넣은 오버사이즈의 액세서리 등이 화려함에 방점을 찍었다.
다니엘 로즈베리는 이번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정교한 디테일이 인체에서 어떻게 독특함을 발현할 수 있는지를 깊이 연구한 듯했다. 조각 작품처럼 새롭게 창조한 실루엣, 잘게 쪼개거나 늘어뜨린 패브릭이 신비로운 고대 생물체처럼 생생하게 꿈틀거렸다. 무엇보다 1세기 전에 창조된 빈티지 리본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탄생한 총 33개의 룩은 전적으로 모던했다. 패션과 창작에 대한 다니엘 로즈베리의 높은 이상 덕분에 보는 사람의 눈이 한껏 즐거웠다.
- 영상
- Courtesy of Schiaparel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