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를 표방한 럭셔리, 25 FW 에르메스 남성복 컬렉션

명수진

HERMÈS 2025 FW 컬렉션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파리의 토요일, 에르메스 2025 FW 컬렉션은 파리 16구에 위치한 팔레 디 에나(Palais d’Iena)에서 열렸다. 철근 콘크리트를 건축 자재로 사용한 최초의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가 설계한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로, 에르메스는 여기에 콘크리트 기둥과 아치를 추가하여 더욱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합리적’이고 ‘편안한’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에르메스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안에게 영감을 준 것은 역동적인 승마 기수였다. 승마라는 키워드는 에르메스 하우스의 근원이지만, 이번 시즌 베로니크 니샤니안은 승마의 영감을 보다 스포티하게 활용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이번 컬렉션을 ‘강하고 활기차게 만들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컬렉션에는 승마 기수가 경기 중에 입는 컬러풀한 유니폼인 레이싱 실크(Racing Silk)의 요소가 다양하게 활용됐다. 레이싱 실크에 자주 사용되는 사선 패턴은 스웨터, 재킷 등에 다채롭게 얹어졌다. 컬러는 차분하게 펼쳐졌다. 브라운, 커피, 그린, 차콜, 네이비, 카키, 와인 등 짙은 베이스에 바닐라, 블루, 라임, 체리, 옐로 컬러가 포인트로 사용되었다.

다양한 소재의 질감은 에르메스 컬렉션을 보다 풍성하게 했다. 테디 모헤어 코트, 벨벳 바시티 재킷, 시어링 코트, 울과 캐시미어 소재의 터틀넥 풀오버 등은 이번 시즌 에르메스가 지향점이었던 ‘집처럼 따뜻한’ 느낌을 줬다. 옥스포드 코튼 스트레이트 셔츠, 개버딘 슬림 팬츠, 왁스 처리한 방수 트렌치, 스웨이드와 송아지 가죽 팬츠, 보온을 위한 담요 라이너는 옷장을 더욱 풍성하게 했고, 항공 점퍼, 파카, 더플코트, 레이싱 재킷 등 캐주얼한 재킷과 포인트 액세서리인 바라클라바가 활력을 더했다. 한편, 슬림한 라인의 비스포크 슈트를 선보였는데, 베로니크 니차니안은 ‘그저 재미로라도 정장을 입는 즐거움을 되살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방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우선 오프닝에 등장한 XL 사이즈의 버킨 백은 실제 플랩과 버클 디테일을 생략하는 대신 양각으로 이를 새겨 넣었다. 단순 도안이 아니라 퍼즐 게임처럼 점과 숫자를 그려 넣은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에르메스 남성 백의 대표 아이템인 가든 파티 보야지(Garden Party Voyage)는 옐로, 브라운, 그레이, 네이비 컬러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매력을 발산했고, 두꺼운 울 펠트 소재에 펀칭 디테일을 넣은 부드러운 토트백도 새롭게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켈리 백의 버클을 넣은 파우치와 미니멀한 ‘H’ 걸쇠가 있는 새로운 파우치 등 미니 백도 매력적. 베로니크 니차니안은 남성들이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스타일에 작은 위트를 더하며, 또 한 번 에르메스 남성복 컬렉션의 정통한 스타일을 일구어냈다.

영상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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