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뮤어 스타일의 초절기교, 25 FW 르메르 컬렉션

명수진

LEMAIRE 2025 FW 컬렉션

1월 22일 수요일, 2025 FW 르메르 컬렉션은 파리 마레 지구(Le Marais)에 있는 르메르 본사에서 열렸다. 별다른 장치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듀오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사라 린트란은 절정에 달한 기량, 스타일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여주며 절제된 패션의 초절기교를 선사했다.

오프닝을 연 잉크 블루, 브라운, 블랙의 미묘한 컬러 팔레트는 각자 아름답게 존재하는 동시에 조화로웠다. 이후 수채화처럼 맑은 레드가 포인트 컬러로 등장했고, 미묘한 회색이 감도는 먹색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소재 사용도 능수능란했다. 가죽, 벨벳, 실크, 울, 포플린 등 제각기 다른 질감과 중량을 지닌 소재가 적재적소에 사용됐다. 르메르 특유의 오버핏과 아방가르한 실루엣이 돋보였지만, 은근히 보디 실루엣을 드러내는 테일러링도 간간이 눈길을 끌었다. 시크한 가죽 보머에 둥근 허블 스커트를 매치하는 센스는 사랑스러웠고, 빈티지 블루 컬러의 남성용 맥코트는 무심하면서도 시크한 멋의 교과서 같았다. 르메르의 잇백인 크루아상 백 외에도 세 개의 플랩 포켓이 기능성을 더하는 기어 백, 가리비 형태의 카를로스 백이 다채로운 스타일을 연출했다. 깃털을 장식한 메탈 이어링과 네크리스 등 액세서리 또한 컬렉션을 더욱 드라마틱 하게 만든 요소였다.

배우 배두나의 깜짝 등장을 비롯해 제각기 다른 분위기를 가진 모델들이 등장했다. 특히, 재킷의 주머니에 안경, 지갑 등 일상적 소품을 넣고 워킹하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마치 실제로 각자의 삶을 살다가 런웨이로 뛰어든 것처럼 보였는데,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사라 린트란은 이렇게 모델들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른 모습을 연출해 주기를 바란다. 돋보기 목걸이, 펜, 브러시 등 소품은 오스트리아 빈에 기반을 둔 디자인 워크숍 ‘칼 아우벡(Carl Auböck)’과 협업을 통해 완성한 것.

피날레에서 사라 린 트란은 임신한 모습으로 등장해 곧 엄마가 된다는 깜짝 소식을 알렸다. 평소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그녀이기에 특별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모두가 축하를 건넸다. 컬렉션을 마친 후 사라 린 트란은 “오늘날의 치열한 삶 속에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하고, 현재를 살아가야 합니다.”는 멘트를 남겼다.

사진
@lemaire_official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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